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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남자의 눈물

최종수정 2020.02.12 13:08 기사입력 2008.08.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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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열기가 뜨겁습니다. 온 국민이 세상을 잊고 올림픽에 푹 빠졌습니다. 올림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한 가지를 고른다면 어떤 것을 고르겠습니까. 메달, 돈, 승리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눈물??을 고르겠습니다. 이길 때도 질 때도, 눈물은 그칠 줄 모릅니다. 선수들을 조련했던 지도자들도 선수 뒤에서 눈물을 흘립니다.

하룻밤에 소수 7병을 마셔대며 방황했던 최민호가 5경기 연속 한판승으로 금메달을 따고 펑펑 우는 모습을 봤습니다. 남자 역도 69㎏급 결승전 용상 경기에서 왼쪽 다리에 쥐가 나는 부상을 입고도 3차 시기가지 출전해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는 투혼을 발휘한 이배영.“내 다리가 왜 나를 거부할까"라며 통한(痛恨)의 눈물을 흘리던 그의 모습도 지켜봤습니다. 박태환도 수영장 물에 기쁨의 눈물을 씻어냈을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메달 획득에 실패한 남자유도 장성호는 "올림픽 폐막일인 24일이 아내 생일이라 선물로 메달을 꼭 주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볼 때 남자의 눈물은 귀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만큼 눈물 없는 남자가 많은 곳도 없었을 것입니다. 유교문화권에 속한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남자의 눈물을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합니다. 혹시나 눈물을 흘리면“남자가 계집애처럼 왜 우냐"는 핀잔이 돌아옵니다. 오죽하면 남자는 태어날 때,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 외에는 울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쳤겠습니까.

그러나 눈물, 특히 남자의 눈물은 보약입니다. 남자의 눈물은 나를 지켜주고, 가정을 지켜주고, 사회를 지켜줍니다. 이라크와의 1차 전쟁을 승리로 이끈 슈워츠코프 장군은 ABC 방송대담 프로에 나와 “오늘날 미국의 가장 큰 적은 이라크 같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눈물 없는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눈물은 마음의 출구입니다. 눈물을 흘릴 때 마음이 열립니다. 사람들은 눈물을 연약함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도리어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게 몰(沒)인간적인 것입니다.

일본의 시사 주간지 아에라(AERA)가 30~40대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남성의 17%, 여성의 50%가 직장에서 울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울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한바탕 울고 나면 냉정하게 문제점을 돌아볼 수 있다"고 말했고 응답자의 30%는 "울고 간 뒤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답했습니다.
이 잡지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소개했는데 일본 의대 요시노 신이치 명예교수는 "우는 것은 웃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도호(東邦)대학의 아리타 히데오 교수는 "눈물을 참으면 참을수록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오래 격렬하게 우는 게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눈물이 직장과 일, 부부관계 뿐 아니라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였습니다. 도쿄에 있는 광고회사 '비루콤'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남 앞에서 울 수 있느냐’ 묻는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울 수 있어야 성실하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성원교역 김창송 회장은 "스스로 눈물을 흘리고, 직원들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해주는 CEO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CEO의 눈물에서 참 리더십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경영자는 경영자대로,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다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치이고, 가정에서는 소외되고, 미래는 불안한게 남자들의 현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쓸데없이 강한 척 해선 안 됩니다. 경영이 어렵습니까, 직장생활이 힘듭니까, 슬프고 괴롭고 힘들 땐 울어버립시오. 남자의 눈물이 바로 경쟁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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