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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감독 "영화 '고사'의 단점 셋, 장점 셋은…"

최종수정 2008.08.14 17:01 기사입력 2008.08.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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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영화 '고死: 피의 중간고사'(제작 코어콘텐츠미디어, 이하 '고사')로 영화에 데뷔한 창 감독은 뮤직비디오 분야에서는 유명한 인물이다. SG워너비, 씨야, 이기찬, 휘성, 넬, 보아 등 국내 정상급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감각적인 영상미와 차별화된 형식미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고 지난해 MKMF(엠넷KM뮤직페스티벌)에서는 뮤직비디오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1일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창 감독은 '고사'의 개봉 첫 주 61만 관객 동원 소식에 "잘 된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영화 대작들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얻은 성적치곤 매우 좋은 결과라는 기자의 축하 말에 창 감독은 한정된 시간과 제작비 속에서 고군분투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렸다.

'고사'는 감독의 겸손이 괜한 말이 아닐 정도로 무리한 일정 속에서 완성한 영화다.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시간은 단 3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그 동안 촬영 장소를 물색하고 촬영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일을 마쳐야 했다. "촬영 기간은 겨우 65일이었고 편집에는 딱 1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밝힌 창 감독은 "가장 중요한 건 포기해야 할 지점을 잘 찾는 것이었다. 부족한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전국 100만 관객 돌파를 노리고 있는 '고사'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창 감독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 단점 셋 - 허술한 문제, 빈약한 캐릭터, 호러보다는 스릴러

'고사'는 제작자인 김광수 엠넷미디어 대표로부터 연출 제의를 받은 창 감독이 3개월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한 작품이다. 완성이라기보다는 수정 단계에서 급하게 연출에 들어간 작품이라는 말이 더 옳다.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가 영화의 핵심이라 말할 수 있는 '문제'를 잘 만들지 못했다는 겁니다. 솔직히 문제가 허술하긴 해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영화 컨셉트에 맞는 문제를 만들어야 했는데 인력도 시간도 부족했죠."

극중 고등학생 주인공들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긴장감이 고조돼야 하는데 드라마적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는 것이 창 감독의 반성 어린 지적이다. 창 감독은 여러 캐릭터들의 특징이나 상호 관계를 잘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저 역시 어떤 캐릭터들은 없어도 될 만큼 부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핵심 인물에 너무 집중한 탓에 주변 인물들을 잘 살리지 못한 점이 저도 아쉬워요." '

'고사'의 세 번째 단점은 장점이 될 수도 있는 양면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바로 호러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사'는 호러영화이면서도 스릴러 장르의 특성이 더 부각되는 영화다. 공포영화치곤 덜 무섭다는 이야기다. "스멀스멀 등장하는 일본 공포영화 스타일의 귀신은 애초부터 배제하고 싶었어요. 편집 과정에서는 제 의도와 달리 공포영화의 뻔한 장치들을 좀 더 부각시켰는데 결과적으론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점도 있는 것 같아요."

# 장점 셋 - 참신한 시도, 새로운 화법, 독특한 정서

창 감독은 '고사'를 통해 한국 공포영화에 새로운 경향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공포영화가 일본 공포영화에 지고 있는 빚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관절 꺾는 귀신이나 느릿느릿한 진행에서 탈피한 영화를 의도했습니다." 공포의 근원을 귀신에서 찾지 않았다는 것은 대단치 않은 시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최근 한국 공포영화의 반복적인 강박관념에서 벗어났다는 점은 새로운 공포영화를 원하는 젊은 관객들에게 환영을 받는 계기가 됐다.

'고사'의 초고속 제작 방식은 창 감독이 100여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습득한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극영화과 출신에 상업영화 조감독으로 일한 바 있는 창 감독은 영화와 뮤직비디오의 차이를 잘 알고 있지만 무리하게 두 장르를 결합하려고도 한 장르를 버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영화의 문법에서 보면 '고사'에는 튀는 장면이 많아요. 하지만 뮤직비디오의 화법에 익숙한 젊은 관객들은 툭툭 튀는 전개도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몇 가지 단점이 있음에도 '고사'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속도 빠른 전개가 젊은 관객들의 취향에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사'에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창 감독이 우겨서 넣은 장면이 하나 있다. 영화가 다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에필로그 식으로 삽입된 장면이다. "에필로그 장면은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든 부분입니다. 두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 두 배우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죠. 사람 냄새 나는 정서를 넣고 싶었어요. 영화와는 이질적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여 안심했죠. (웃음)." 창 감독의 다음 영화가 기대되는 건 이 같은 독특한 장점들이 품고 있는 창의적인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nomy.co.kr
사진 박건욱 기자 kun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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