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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머우 '만한전석.. 올림픽 서막 열다

최종수정 2008.08.09 09:38 기사입력 2008.08.0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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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현지시간 7시52분에 시작해 9시7분까지 이어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공연은 환희와 감동에서 출발해 특수성과 보편성을 거쳐 전 인류의 희망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개막식을 총감독한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이머우(57)는 빈틈없이 잘 짜인 각본으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1시간 15분짜리 짧은 역사영화 한 편을 완성했다.

중국의 정복 왕조 청나라 건륭제가 자신의 회갑 때 먹었다는 만한전석.

100년간의 꿈이 집약된 이날 개막식에서 장이머우는 그 만한전석을 전 세계 65억명의 식탁 앞에 펼쳐 보였다.

눈부시도록 화려한 의상과 형형색색의 폭죽은 서사시를 더욱 빛나게 한 최고의 양념이었다.

중국의 눈부셨던 과거와 유구한 문명은 장이머우의 손에서 감동적으로 재해석됐다.

원색의 선명함과 색채의 절묘한 대비를 이용한 유려한 영상, 실제와 시뮬라시옹을 결합시킨 과감한 시도, 장강의 흐름처럼 도도하면서도 웅장한 역사는 결국 인간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는 강렬한 메시지까지.

일체적인 움직임은 입체적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색채를 띤 빛의 향연은 시종 인간의 몸과 혼연일체가 돼 아름답게 퍼져 나갔다.

2008명이 중국 고대 타악기로 신나게 연주하고 224명의 합창단이 56개나 되는 중국 전통의상을 선보이면서 1시간15분 동안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은 사전 공연은 장이머우판 대서사시의 서막을 알리는 '맛뵈기'였다.

장이머우는 올림픽의 서막을 여는 카운트다운 공연부터 강렬한 인상을 심기 시작했다.

2008명의 장정이 두드리는 북은 그냥 북이 아니었다. 두드리면 파란 빛을 발하는 신비의 북이었다.

흰색 조명과 청색 북 빛이 절정을 이루며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한자와 숫자가 함께 번쩍이면서 환호성은 점점 커져갔고 마침내 0이 되자 수만발의 불꽃이 베이징 밤하늘을 수놓으면서 17일간 열릴 인류 최대 잔치는 그렇게 시작됐다.

조명이 꺼진 뒤에는 검은색과 붉은 색의 강렬한 조합이 궈자티위창을 다시 한번 뒤엎었다.

'찬란한 문명'으로 시작된 본 공연에서 거장의 진가는 더욱 드러났다. 필모그라피가 말해주듯 장이머우는 역시 사극에 더 강했다.

장이머우는 제지술을 처음으로 발명한 중화 민족의 우수성을 잔잔하게 전하면서 두루마리로 말리는 장면으로 영상을 마쳤다.

그러자 곧이어 말린 두루마리가 궈자티위창 그라운드 한 가운데 펼쳐지기 시작했다. 실제와 이미지를 절묘하게 결합한 장면이었다.

종이가 펴지자 그 위에 사람이 올라가 인간 붓이 돼 한 폭의 그림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른 팔에 부착한 형광물질이 백색의 바닥에 흔적을 남기면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이후 등장한 활자판은 역동적이면서 규칙적인 움직이면서 분위기는 다시 강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중국의 자랑 한자와 달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이 살아 움직이는 물체로 부활하면서 중국 관객들은 흥분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인간으로 다시 돌아왔다.

바닥에서 문자판을 앉고 일어서며 움직였던 이들이나 북으로 카운트다운을 성공적으로 마쳤던 이들은 공연 뒤 얼굴을 드러내고 순박하게 웃으며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관객에게 사람 좋게 손을 흔들었다.

13개월 동안 이 공연 하나만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던 이들이 고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보인 해맑은 웃음과 이들이 만들어낸 역작을 구경하면서 자연스럽게 팬들이 띄우는 미소가 한 자리에서 만나는 장면이야말로 장이머우가 의도한 것인지도 모른다.

'영광스러운 시대'로 명명된 2부에서는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살아가는 현재 세계의 모습을 조명했다.

우주인이 등장하고 와이어를 이용해 지구를 도는 지구인의 모습을 통해 모든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갈등과 차별이 전혀 없는 미래로 나아가자는 진취적인 의도가 엿보였다.

중국내 소수민족은 물론 다른 국가의 다양성까지 인정하면서 머지 않은 장래에 세계 1등 국가로 자리매김하고픈 중국의 의욕도 볼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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