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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실용정부 맞나

최종수정 2008.08.28 14:56 기사입력 2008.08.0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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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16세기 어지러운 전국시대를 마무리짓고 천하통일 시대로 나아갈 수 있었던 데는 오다 노부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토쿠카와 이에야스라는 걸출한 세 명의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셋은 달랐다. 노부나가가 탁월한 결단력과 리더십을 보여줬다면 노부나가의 가신이었던 히데요시는 집요한 실천력과 행동력으로 천하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에야스는 인내와 포용이라는 무기를 내세워 최후의 승자가 됐다.

3인3색이라 할 만큼 달랐던 이들은 어떤 전략을 취했든지 간에 '일을 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닮았다.

'실용'을 모토로 내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도 6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대통령 임기로만 따지만 10분의 1이 다 돼 간다.

실용(實用)의 사전적 의미는 '(치레가 아니고) 실제로 씀'이라고 돼 있다. 풀어서 말하자면 '일이 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취임 이후를 되돌아보면 제대로 이뤄놓은 게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신 곳곳에 갈등과 미결과제만 산적하다.

먼저 대북관계는 전무하다는 표현이 딱 맞다. 금강산사건 처리과정이 극명하게 보여주듯 정부는 변변한 대북창구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아는 사람이 없어서...'라는 탄식이 빈말은 아닌 듯하다.

일본과의 관계도 어정쩡하다. 독도 분쟁이 터지면서 주일 대사를 귀국시키는 등 초강수로 나갔지만 일본의 무대응 전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대미외교에 치중하는 모양새때문에 중국과도 불편해졌다.

현 정부는 유일하게 미국과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복원했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냉정하게 말해 지금의 부시 행정부는 '제대말년'이다. 이번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FTA 조기타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한 것도 이미 추진력을 잃어버린 부시행정부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그나마도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 새로 판을 짜야할 형편이다.

나라 안 문제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손대지 못했다. 고유가라는 돌발변수가 주된 원인이기는 했지만 고물가-소비부진-저성장-고용악화로 이어지는 악재에 변변한 '실행프로그램' 하나 내놓지 못했다. 대책 없는 대책회의의 연속이었다.

청문회 없는 장관임명으로 국회가 장기간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어렵사리 마련한 민생대책도 서랍 속에서 장기간 방치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대운하 공기업민영화 등 설익은 구호로 그 수명을 다한 것들은 수두룩하다.

이쯤되자 항간에서는 "이 정부가 유일하게 계획대로 진행한 것이라고는 중요한 자리에 자기사람을 심은 것 밖에 없다"는 비아냥조의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실용의 지향점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 때 50%의 지지율은 정치적 이념과 무관하게 '일이 돼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부'를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10%대 지지율은 '죽도 밥도 아닌' 모습으로 헤매는 것에 대한 질책이라고 생각한다.

노부나가의 결단력이든, 히데요시의 실행력이든, 아니면 이에야스 같은 인내와 관용이든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적인 접근이 아쉽다.

'이제 시작인데'라며 자위해서는 곤란하다. 시간의 속도는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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