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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One World, One Dream

최종수정 2020.02.12 13:08 기사입력 2008.08.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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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One World, One Dream
신뢰는 약속을 지킬 때 얻어지는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기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약속을 하고, 쉽게 약속을 깨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속보다는 핑계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말할 때 신뢰의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존경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톨스토이는 시와 소설로 불후의 명작을 남긴 대문호로 통합니다.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독학으로 공부해서 ‘전쟁과 평화’를 비롯한 명작을 남겼습니다. 그에게는 불우한 환경이 오히려 인생을 단련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아홉명의 자녀를 키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자녀교육에서는 남다른 열정을 보였습니다. 가정교사를 초빙해 9시부터 저녁9시까지 영어 독일어 피아노를 가르치고 어머니로부터는 프랑스어와 러시아어 역사 지리를 배우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강행군하는 자녀교육이었지만 그는 자상한 아버지였습니다. 매를 한 번도 든 적이 없고 아이들과 지낼 때는 매우 자상하고 실감나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는 여행을 할 때 가방에 읽을거리를 넣고 다닐 때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루는 어느 지방을 지나다가 말에서 내려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길을 가던 한 어린 딸이 걸음을 멈춥니다. 그 딸은 말 안장에 걸린 가방을 갖고 싶어 합니다. 엄마는 안 된다고 딸에게 말합니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은 줄 수 없구나. 3일후에 이곳에 오면 내가 이 가방을 주마”
그리고 톨스토이는 그 자리를 떴습니다. 가방에 여행용품이 잔뜩 들어있어 당장 그것을 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3일이 지난 후 톨스토이는 약속한 자리에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그 소녀는 보이지 않고 엄마만 혼자 울고 있었습니다. 어제저녁 갑자기 딸이 병 때문에 사망했다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을 들은 톨스토이는 소녀의 무덤에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무덤가에 나뭇가지를 꺾어 꽂아 놓고는 가방을 걸어두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훗날 이곳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그 훈훈한 이야기를 기리기 위해 ‘톨스토이 가방비’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화려하게 성공한 사람보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소시민들은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항상 가슴속에 아쉬움을 묻고 삽니다. 때로는 설움도 느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또 많은 사람들은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한 평생을 살아갑니다. 俳優(배우)의 세계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연극 ‘라이프 인 더 시어터’(Life In The Theater)에선 이런 배우들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연극에서 老(노)배우가 젊은 배우에게 술 한 잔 하자고 접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나 젊은후배 배우는 스케줄이 빡빡하다며 선배의 제의를 단칼에 거절합니다. 설움을 이기지 못한 그 老 배우는 늦은 밤까지 술을 들이켭니다. 술에 취한 그는 계단에서 비틀거리며 슬픔에 빠집니다. 그리고 설움을 참지 못해 손목을 긋고 슬피 웁니다.

탤런트 이순재씨는 이처럼 이 연극에서 극장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노배우 역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연극공연이 있는 날 새벽에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를 가슴에 묻은 채 극장으로 달려왔습니다.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는 “관객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그날 낮 공연과 저녁공연에 모두 출연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연기가 더욱 빛났고 관객을 중시하는 老배우의 모습이 존경스러웠을 것입니다.

톨스토이와 이순재씨의 경우를 보며 요즘 정치인들을 들여다봤습니다.
배우가 무대를 떠나서 살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치인의 무대는 국회입니다. 그러기에 국회의원들 역시 국회를 떠나서는 존재의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18대 국회가 오늘로 70일째 공전되고 있습니다. 파행의 연속입니다. 원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전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로 적반하장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국민들과의 약속을 뒷전으로 한 채 말입니다. 민생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경기침체, 서민들의 고통은 아예 잊은 듯한 모습입니다.

오늘저녁 베이징 올림픽이 개막됩니다. 이번 올림픽의 주제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One World, One Dream)입니다. 올림픽 개막식을 지켜보며 하나의 한국, 하나의 꿈을 이루는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그 길은 국민과의 약속을 천금처럼 여기는데서 뚫린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권대우의 경제레터가 오늘로 264회째 입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경제레터를 기본으로 쓴 ‘꿀벌은 꽃에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단행본에 대한 깊은 애정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경제레터 관련 라디오 대담이 지난주에 이어 금주 일요일에 방송될 예정입니다. 시간이 맞지 않는 분은 인터넷 청취도 가능합니다. 방송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KBS라디오 문화한마당
http://www.kbs.co.kr/radio/scr/culture/staff/index.html
(라디오 주파수: 한반도/중국/연해주/사할린/일본 AM 972KHz. 1134KHz.1170KHz.)

◆ 인터넷 라디오 다시듣기
http://www.kbs.co.kr/plan_table/channel/scr/index.html

◆ 방송일정
(2회분)2008년 8월 10일 일요일 오전)03:30~04:00, 오후)05:10~05:40
(1회분)2008년 8월 3일 일요일 오전)03:30~04:00, 오후)0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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