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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황우석에 대한 상념

최종수정 2008.08.28 14:51 기사입력 2008.08.0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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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다시 세간의 화제거리로 떠올랐다.

황 박사가 대표 연구원으로 있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이 지난해 12월에 신청한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1일 불허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체세포 복제 배아연구의 논문조작, 실험용 난자 취득, 난자 불법매매 등으로 학계와 대다수의 국민들로부터 '퇴출'을 당한 황 박사를 연구책임자 자격으로 인정할 수 없음을 미승인 근거로 제시했다.

정부의 승인 결정을 앞두고 언론과 학계, 국민들은 황 박사의 재기 여부에 관심을 보였고, 상관성이 적은 바이오 업체의 주가가 오르는 등 시장도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부의 불허 결정에 학계 및 보건의료계, 종교계는 환영했으나, 황 박사측과 지지자들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 국민들 대다수는 2005년 당시 황 박사를 놓고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아노미 상태의 인식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가슴 밑바닥 한 구석에는 심정적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는 며칠 전 바이오벤처산업 관계자와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오간 황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얘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황 박사의 '원죄'는 처벌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정부가 이번에 윤리적 잣대를 지나치게 들이댄 것 같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 교수에 대한 애증적 심리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사실 과학계에서 윤리적 문제는 어쩌면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풀리지 않는 논쟁거리다.

1978년 인류 최초 '시험관 아기'의 출산, 첫 복제 포유동물 '복제양 돌리' 탄생 등은 당시 종교계를 중심으로 격렬한 생명윤리 논쟁을 일으켰다. 인간 존엄성의 훼손, 생명의 기계적 도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생명연장의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실용적 주장이 매번 대립해 왔다.

황우석 박사의 연구 재개 시도와 당국의 불허에 대한 반응도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자연스러운 것이다.

필자는 황 박사가 과학자로서 지켜야 할 보편타당한 윤리를 저버린 것을 옹호하거나, 정부의 불허 결정에 왈가불가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러한 실험적 윤리의 '멍에'가 황 박사에게 평생 지워져야 하는 가에 대해선 사실 의구심이 든다.

윤리와 과학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교회 중심의 서양 봉건주의시대나 성리학 가치가 절대우위를 점하던 조선시대에 과연 생명 관련 과학이나 기술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을까.

반대로 과학 만능주의가 횡행하던 20세기 초 인류는 독일의 원자탄 개발에 따른 '대학살'을 방지한다는 미명 아래 대량살상의 핵무기를 먼저 만들어 엉뚱하게 일본에다 투하했다. 일조했던 과학자들은 공식적인 윤리적 지탄이나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번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복제연구 재개에 대한 불허 결정은 아직도 국내 학계나 국민 저변에 깔려 있는 '황우석 단죄'라는 정서적 공감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황우석이라는 '인간'에 대한 거부라는 집단적 병리현상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의구심'이란 바로 이런 점에 대한 지적이다.

"정부가 황 교수 연구 건을 불허하고는 관련 연구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말은 결국 황우석이란 인간에 대한 윤리적 굴레 '주홍글씨'를 계속 적용하겠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바이오벤처 업계 관계자가 헤어지면서 밝힌 이 말은 황 박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아쉬움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진우 기자 jinulee@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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