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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컴백, 무엇이 달랐나

최종수정 2008.08.02 23:37 기사입력 2008.08.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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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왕의 귀환'은 역시 떠들썩했다. 규모도 반응도 파장도 컸다.

서태지가 지난달 29일 오전 8집 싱글앨범을 발매하고, 오후 온라인 음원을 공개한 뒤 31일 MBC 미니콘서트, 1일 게릴라 콘서트를 진행했다. 역시 서태지는 달랐다는 평. 가요계는 오랜만에 뜨겁게 달아올랐고, 연일 화제거리를 쏟아내고 있다.

# 오프라인, 죽지 않았다

서태지는 29일 하루동안 대형 레코드점의 풍경을 1990년대 말로 돌려놓았다. 신보 발매 소식에 아침부터 100 여명의 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 것. 또 하루종일 사람들이 북적이며 새 앨범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레코드점 관계자들은 "90년대 말 100만장씩 팔려나가던 시절의 광경 같았다"고 설명했다.

새 앨범은 발매 당일 초도 10만장이 다 팔려나갔고, 곧 5만장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15만장도 곧 다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이 경우 올해 최고로 많이 팔린 앨범에 등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프라인이 이렇게 활발하게 움직인 것은 서태지가 CD를 먼저 발매했기 때문. 온라인 음원은 음반 발매일 오후에서야 공개됐다. 이는 그동안 음원 중심으로 소비돼온 가요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형태. 보통 온라인 음원을 먼저 공개하고 CD를 후에 발매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음원을 들어보고 CD를 사는 소비 행태에 맞춘 것. 그러나 서태지는 팬들에게 신보를 먼저 뜯어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온라인 음원 불법유출을 막기 위해 오프라인 CD를 먼저 발매했다. 또 굳이 음악을 미리 들어보지 않고도 CD를 구매하는 탄탄한 팬층을 믿는 구석도 있었다.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던 오프라인 시장에도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

# 난해하고 애매하게

'난 너무 예뻐' '요즘엔 내가 대세' 등 직접화법 가사가 당연시되고 있는 가운데 서태지는 두번 세번 읽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가사로 컴백했다. '모아이'는 한때 번영했다가 몰락한 이스터 섬에 가서 속된 마음을 고백한다는 내용의 가사. '휴먼 드림'은 로봇 시점에서 인간 감정을 느껴보고자 하는 욕망을 묘사했다. '틱탁'은 세상을 파괴하는 세력들의 거대 음모론을 다뤘다. 5분만에 작사했다는 자랑(?)이 아무렇지도 않게 통하는 국내 음악계에서 이같은 가사는 서태지와 다른 뮤지션을 가장 차별화시킨 점으로 풀이된다.

또 난해한 가사를 통해 오랜만에 메시지를 풀어보는 수수께끼의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평. 서태지는 가사에 걸맞는 대규모 프로모션으로 팬들과 게임을 시작하기도 했다. 지난 6월2일 코엑스 상공에서 UFO를 떨어뜨렸고, 7월1일 충남 보령의 미스터리 서클을 제작, 언론에 공개 했다. 또 게릴라 콘서트는 개기일식 예정일시인 1일 오후 7시18분에 계획했었다.(안전상의 이유로 1시간 가량 연기됐다) 여기에 8집 앨범 가사들을 조합하면 서태지의 메시지가 명백히 드러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수수께끼는 팬들을 즉각 열광시켰다. 온라인에는 서태지 미스터리를 풀어보는 블로그 포스트가 연이어 올라왔고, 팬들이 금방 서태지의 미스터리를 풀어내 서태지를 당혹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그의 열혈팬에게만 해당되는 게임이 아니었나 하는 의견도 있다. 음모론이나 난해한 메시지에 큰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는 일반 대중이 서태지의 '게임'에 동참했을지는 의문. 이들의 '서태지 관심도'는 오는 6일 MBC에서 방영될 '서태지 컴백스페셜'의 시청률로 명백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 팬들도 외우기 어려운 음악

서태지가 컴백하자 국내 음악평론가들도 바빠졌다. 서태지의 신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이들의 중론은 서태지의 멜로디가 대중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

하지만 음악 자체는 결코 쉽지 않다. 대중이 익숙한 방식으로 박자를 맞춰주지 않고, 비트를 여러차례 쪼개기 때문.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다보면 어느 순간 음악과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BC '미니콘서트'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목격됐다. '모아이'에 맞춰 일제히 팔을 흔들고 발을 구르던 관객들이 어느새 각자 엇박자로 뛰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가면서 관객들은 "내가 박치였나봐. 노래가 특이한가?"라고 새삼 놀라워했다.

멜로디는 듣기에 편하지만 외우기가 쉽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 때문. 서태지 컴퍼니의 한 관계자는 "노래를 들으면 분명 익숙하다고 느끼는데도 음악이 꺼지고 혼자 부르려고 하면 잘 안된다"면서 "그래서 쉽게 질리지 않는 것 같다"고 평했다.

# 매정, 혹은 철저한 뮤지션

1일 서울 코엑스 유리피라미드 공원에서 열린 서태지 게릴라 콘서트는 심혈을 기울여 준비됐다. 전경, 사설경호원, 코엑스 측 인력 모두 합쳐 300명이 투입됐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한 것. 공연 진행자는 중간중간 '우리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는 공연이니 부디 안전에 신경써달라'고 재차 부탁했다.

이 공연은 주최사 MBC와 공연장 안전을 책임지는 강남경찰서, 코엑스 측의 지원이 상당해야 가능해 보였다. 인기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의 시간대에 서태지의 특별 공연을 녹화중계하기로 한 MBC는 시청률과 콘서트 비용 등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고, 강남경찰서와 코엑스도 안전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다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남경찰서장도 직접 현장에 나와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었다.

이같은 여건 속에서 서태지는 게릴라 콘서트를 진행, '틱탁'을 두차례부르고 '시대유감'을 열창했다. 그리고 15분만에 무대에서 퇴장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게릴라 콘서트였다면 이 정도의 무대도 충분했을 터. 문제는 이 공연이 '게릴라'식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미 장소와 시간이 공개돼 팬들이 길게는 29시간씩 기다리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그러한 팬들을 앞에 두고 15분만에 퇴장한 것은 너무 매정한 처사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흘러나왔다.

현장에 있던 5000여 팬(경찰 추산)들이 항의한다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었던 상황. 그러나 팬들은 무대 조명이 꺼지자 '화끈하게' 발길을 돌렸다. 15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했다. 다른 가수의 컴백 쇼케이스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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