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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제비는 줄어도 "약값깎기는 계속"

최종수정 2008.07.25 19:12 기사입력 2008.07.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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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이 지출하는 의료비 중에서 '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줄고 있다.

24일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OECD헬스데이터 2008'에 따르면 한국의 의료비 중 약제비 비중은 25.8%로 전년보다 1.5%p 줄었다. OECD 평균 17.3%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정부가 2010년까지 목표로 삼고 있는 24%에 근접한 수치다.

政, "약값 통제로 약제비 줄인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06년 5월 우리나라 약제비 비중이 너무 높아 문제라며 소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복지부는 2003년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약제비 비중이 29.2%에 달해 OECD 평균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24%까지 줄이기 위해 약값을 적정선으로 내리고, 사용량도 통제하겠다는 일련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2007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기 시작했다.

최근 신문지상에 많이 오르내리는 '감기에 처방약이 너무 많다', '함께 쓰면 안되는 약을 처방하면 처벌하겠다'는 등 약 사용량에 관한 기사나, '보험급여되는 약 확 줄어든다', '약값인하에 제약업계 울상'과 같이 약값에 관련된 기사는 이런 계획이 현실화되고 있는 본보기다.

약제비는 이미 줄고 있어…소득수준 향상 때문
하지만 정부의 방침과는 상관없이 우리나라의 약제비 비중은 하락세에 접어든지 오래다.

정부가 약제비를 2010년까지 24%로 줄이겠다고 발표하던 2006년 당시 이미 우리나라 약제비 비중은 25.8%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미 24%에 근접한 상태인데, 24%를 목표로 삼고 계획을 발표한 셈이다.

OECD헬스데이터가 2년전 상황을 집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수치가 24일 발표된 것일 뿐이다.

이는 어느정도 예측가능했던 일이란 게 더 흥미롭다. 약제비 비중은 2003년 28.8%에서 2004년 27.4%, 2005년 27.3%, 2006년 25.8%로 매년 줄고 있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이 '의료비'에 지출하는 비용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분모'가 커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비중)가 줄어든 것이다.

우리나라 1인당 의료비 지출은 2003년 1074달러에서 2006년 1480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OECD 평균에 비해 46.5%던 것이 52.4%까지 높아졌다.

같은 개념에서 GDP 대비 의료비 지출 역시 같은 기간 5.6%에서 6.4%로 늘었다. 매년 OECD 30개국 중 꼴찌던 성적이 2006년에는 28위로 조금 나아졌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비 지출 상승세는 1991년∼2004년 2.06%로 OECD 평균 1.55%보다 크게 높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의료비 지출이 많아지는 추세란 의미다.

소득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의료비 지출이 늘고 덩달아 약제비 비중이 내려간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실제 OECD 헬스데이터를 봐도 가난한 나라일수록 약제비 비중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소득이 낮으면 병원치료보다는 약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또 전체 의료비(분모)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政, "약값 통제는 계속된다"
약값 통제의 제1 피해자인 제약회사들과 약을 처방하는 의료계는 이런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분모를 키워야 약제비 비중이 줄어든다'는 논리로 약값통제를 비판했지만 정부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24일 발표된 보도자료에서도 보건복지가족부는 "우리나라 약제비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높다"는 점만을 근거로 제시하며 과다한 의료기관 이용과 함께 약제비 절감정책 등이 필요하단 점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약제비 비중이 25.8%까지 이미 '자연적으로' 줄어든 상황을 모르고 있던 2006년 5월 당시 만든 계획을 수정할 생각은 없는 듯 하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약값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보험약제팀 관계자는 "OECD 헬스데이터 상 약제비 비중이 줄고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 지출 통계로 보면 약제비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답했다.

OECD 자료와 복지부 자료에 나타난 약제비 추이가 '완전 반대'란 이야기다.

그는 또 "시행 1년 남짓 지난 시점에서 기본 방향이나 수위를 조절하긴 이르다. 국민과의 약속도 있고 통상 관계 상 방향을 틀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보험약제팀에 따르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본격 시행된 2007년 1년간 건강보험 통계 상 약제비 비중은 오히려 0.1% 증가했다.

정부의 약값통제 등 조치가 약제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는 것 같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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