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정진영 "이준익 감독과 매너리즘? 절대 없다"(인터뷰)

최종수정 2008.07.24 16:00 기사입력 2008.07.24 16:00

댓글쓰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이준익 감독은 배우 정진영을 가리켜 '짐꾼'이라 불렀다. 그는 한 술 더 떠 스스로를 '마부'라 부른다. 영화 '황산벌'에서 최근 '님은 먼곳에'까지 '라디오스타'를 제외하고 네 편의 영화를 함께 만들어온 파트너로서 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면 정진영은 '광대'다. 그가 출연한 이 감독의 영화만을 가리키는 건 아니다. 슬픈 폭군(왕의 남자), 백수 한량(즐거운 인생), IQ60의 아이를 둔 치킨집 사장(날아라 허동구) 그리고 색소폰을 부는 사기꾼 양아치(님은 먼곳에)까지 정진영은 희로애락을 얼굴에 잔뜩 담은 광대로 살고 있다.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난 정진영은 이미 탈을 바꿔 쓴 광대였다. 드라마 '바람의 나라' 촬영 때문이었다. "주몽의 아들인 유리왕 역할을 맡았어요. 주연배우인 송일국이 맡은 대무신왕의 아버지 역할이에요. 드라마 '모래시계' 때문에 망한 '까레이스키'에 출연한 이후 14년 만에 처음인데 여러모로 많이 새로워요. 연기 화법도 조금 다른 것 같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새로운 자극제죠."

정진영의 긴 헤어스타일은 '님은 먼곳에'에 이어지는 '바람의 나라' 촬영 때문에 자르지 않고 내버려 둔 것이다. 중국 로케이션 촬영을 마치고 귀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님은 먼곳에'에 관한 이야기라면 유쾌한 농담과 함께 껄껄 웃으며 대화를 즐겼다.

"이 영화는 '즐거운 인생' 찍기 전부터 하기로 약속한 영화였어요. 대충 한 줄짜리 설명만 듣고 결정했죠. 시나리오 처음 읽고서는 '이게 뭐야?' 그랬어요. 늘 맘에 안 들어요. (웃음) 사실 시나리오 처음 나오면 잘 안 봐요. 여러 번 수정되고 나서 정식으로 배우에게 주어질 때 봐요. 그 전에 보게 되면 내 배역 위주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테고 그러면 시나리오에 반영이 돼서 결국 방해가 되잖아요."

정진영은 감독에게 전적으로 자신을 맡기는 배우다.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 온 사이지만 이준익 감독의 영역을 굳이 침범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 사이의 장점이라면 매너리즘이 없다는 거예요. 늘 다른 이야기를 하니까 매번 다른 일인 거죠. 마찬가지로 이준익 감독도 내게 늘 새로운 걸 원해요. 너무 심해서 피곤하다니까. (웃음) 관객의 눈보다 더 민감하게 느끼는 거죠. 내가 했던 작품들을 속속들이 잘 아니까 비슷한 게 나올 때마다 지적을 해요. 배우로서 새로운 걸 하는 건 좋은데 자꾸 그런 것만 보는 것 같아 피곤할 때도 있죠. 하하."

정진영이 '님은 먼곳에'에서 맡은 역할은 베트남전에서 위문공연을 하는 '와이낫밴드'의 색소폰 연주자이자 밴드마스터 정만이다. 영화 속에서 직접 연주하기 위해 3개월간 색소폰을 배우기도 했다. 정만은 수애가 연기하는 순이의 여정을 돕다가 방해하다 다시 돕는 역할이다. 굳이 악역이라면 악역이지만 선악의 구분이 필요한 캐릭터는 아니다. 여자를 때리기도 하고 동료의 돈을 빼돌리기도 하는 등 못된 짓을 일삼는 양아치이지만 평면적인 악인과는 거리가 멀다.

정만은 정진영이 그간 했던 캐릭터들과 상반된 인물이지만 "굳이 앞서 했던 역할들과 다르게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그는 말한다. "시나리오에 충실히 하려 했을 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없으며 정만이란 인물은 심리를 드러내는 것보다는 순이의 여정을 돕는 기능적인 역할이 크다"고 설명하는 그의 눈빛에는 작품이라는 숲과 캐릭터라는 나무들을 동시에 꿰뚫어 보는 시선이 드러난다.

이준익 감독과 정진영은 한때 멜로영화를 준비한 적이 있다. '매혹'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였는데 시나리오만 나온 상태에서 '엎어졌다.' "난 이미 그 영화를 한 거 같아. 그거 준비하느라 살도 빼고 운동도 했으니까. 시나리오까지 나왔는데 투자가 안 돼서 좌초됐어요. 내가 봐도 위험해서 하지 말자고 했어요. 말이 멜로지 아주 전복적이고 도발적인 '센' 이야기였어요. 하게 되더라도 더 묵혀야겠더라고. 언젠가 새벽녘에 '한번만 더 생각해봅시다'라고 이준익 감독에게 문자를 보내고 나서 다음날 아침에 회의 하면서 엎었어요. (웃음)"

질끈 동여맨 곱슬머리 때문인지 정진영의 외모에서는 여행자의 모습이 풍겨났다. 그는 엄격한 연기자인 동시에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한 편으로는 자유로운 방랑자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여행을 간다"고 말하는 40대 광대의 로드무비는 열심히 클라이맥스를 향해 걷고 있다.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