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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예술의 경지 오른 '무시무시한 걸작'

최종수정 2008.07.24 06:38 기사입력 2008.07.2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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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배트맨' 시리즈 사상 최고의 걸작이 등장했다. 흔히 남용되는 '걸작'이라는 용어 이상의 의미다.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가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으로 더 유명한 영화 '다크 나이트'를 가리키는 이야기다.

단언컨대 '다크 나이트'는 슈퍼히어로 액션 영화 중에서도 사상 최고의 걸작이며 코믹북을 기초로 한 슈퍼히어로 액션 영화의 한계를 훌쩍 뛰어 넘으며 예술적 경지에까지 이른 무시무시한 작품이다. '다크 나이트'에 비하면 '아이언맨'은 약과에 불과하다.

'다크 나이트'가 완벽한 킬링타임용 오락영화인 건 아니지만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과 작가주의 영화의 완벽한 결합을 이룬 작품이라고 말해도 결코 과언은 아니다.

'다크 나이트'는 '메멘토'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배트맨 비긴즈'의 후속격인 작품이다. 그러나 '배트맨 비긴즈'는 제목 그대로 서막에 불과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슈퍼히어로 액션영화의 공식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하고 변주한 후 철학과 윤리학, 심리학, 사회학 등을 스폰지처럼 흡수시킨다.

기승전결의 스토리 전개는 단지 오락영화의 쾌감을 위한 것이고, 정교하고 치밀한 이야기 구조 속의 메시지는 현학적이지 않은 은유와 상징, 복선과 암시 속에서 퍼즐처럼 수학적으로 짜맞춰져 새로운 층위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기본적으로 코믹북 슈퍼히어로 영화의 뿌리인 선악의 대결에서 출발하지만 감독은 서슴없이 그 뒤에 거대담론을 층층이 숨겨놓았다. 줄거리만으로 이 영화를 설명하기 힘든 이유다.

'다크 나이트'는 메피스토 같은 악마 '조커'(히스 레저 분)의 광기 어린 은행 강탈로 출발한다. 고담시의 정의를 수호하려는 배트맨(크리스천 베일)과 짐 고든 형사(게리 올드먼), 검사 하비 덴트(애론 에크하트 분)는 힘을 모아 고담시의 갱단들과 전쟁을 선포한다. 악당들 앞에 홀연히 나타난 조커는 배트맨을 죽일 것을 제안하고 배트맨과의 위험한 게임을 시작한다.

형식상 '다크 나이트'는 게임과 윤리에 관한 이야기를 누아르 스타일로 변주시키며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연상시키는 대담한 심리 게임을 이어간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선과 악의 대립구도인 배트맨과 조커이지만 사실상 둘은 같은 기원에서 출발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구체적인 장면보다는 조커의 대사로 설명되는 그의 과거와 '배트맨 비긴즈'에 묘사됐던 배트맨의 과거는 천사(미카엘)와 사탄(루시퍼)의 구도와 유사하다.

배트맨과 조커의 대결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배트맨 혹은 브루스 웨인의 옛 연인 레이첼(매기 질렌할 분)을 포함한 고담시의 시민들이다. 브루스 웨인과 하비 덴트는 레이첼을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영화에 멜로드라마적 요소를 불어넣는다. 동시에 배트맨과 조커는 하비 덴트를 사이에 두고 선악의 윤리 게임을 벌인다. 이른바 복층구조의 트라이앵글인 셈이다.

감독은 조커의 입과 머리를 빌려 극중 주인공들 혹은 관객들과 두뇌 게임을 벌인다. 조커의 말처럼 이 게임은 유치한 반전보다는 '계획의 허점'을 공략한다. 치밀한 계획의 허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배트맨과 조커는 펀치를 주고받는 대결을 펼친다. 특이하게도 그 게임의 주도권은 조커에게 있다.

악마 같은 조커에 무게를 둔 탓에 '다크 나이트'는 오락영화로서는 매우 무겁고 심오하며 음울하다. 박진감 넘치는 카체이스 장면과 현란한 스펙터클이 시선을 사로잡지만 윤리의 딜레마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영화 속 게임은 관객의 심장마저 움켜쥐며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굳이 선과 악을 나누려 하지도 않고 영웅을 미화하지도 않는 이 영화가 관객에게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것은 현대 거대도시에서 살고 있는 소시민들의 두려움과 공포, 불안을 정밀하게 자극하는 딜레마들이다.

악의 화신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는 데뷔 이래 최고의 연기를 마지막으로 보여준다. 그의 연기는 오싹함 그 자체이며 아카데미상을 이미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정교한 스펙터클의 액션 연출과 151분의 상영시간 동안 잠시도 느슨한 틈을 주지 않는 밀도 높은 편집은 할리우드의 장인정신을 그대로 담아낸다. '다크 나이트'는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신기원이다.

8월 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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