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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 "20대의 끝, 연애로 장식하고파"(인터뷰)

최종수정 2008.07.26 18:04 기사입력 2008.07.26 18:04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눈물의 여왕' 윤정희가 호러 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드라마 '하늘이시여'와 '행복한 여자'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던 윤정희는 이번엔 눈물 대신 피를 택했다.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두 편의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첫 영화에선 굳이 주연 자리에 욕심내지 않았다.

"두 번째 드라마 '행복한 여자'를 선택했던 것도 '하늘이시이여'의 자경이와 달리 밝은 성격의 캐릭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비슷해지더라고요. 이 드라마 끝내고 8개월 정도 쉬었어요. 겨울 내내 스키장에 다니며 스노우보드만 탔더니 2월쯤 되니까 이러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고른 작품이 영화 '고死: 피의 중간고사"(제작 워터앤트리ㆍ코어콘텐츠미디어, 감독 창)였어요. 조연이라 부담도 적었고 무엇보다 기존에 했던 캐릭터와 전혀 다른 인물이라 좋았어요."

'고사'는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엘리트반 학생들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정체불명의 음성을 따라 '죽음의 중간고사'를 치른다는 내용의 공포영화다.

극중 윤정희는 이범수(창욱 역)와 사사건건 부딪히며 마찰을 빚는 거칠고 깐깐한 성격의 신입 영어교사 소영 역으로 출연해 청순가련의 기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연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윤정희는 첫 공포영화 출연을 위해 여려 편의 영화를 돌려보며 깜짝 놀라고 공포에 떠는 다양한 연기를 참고했단다.

"공포 연기도 다양한 표현 방법이 있더라고요. 거울을 보며 한번씩 연습도 했죠. 비명을 지르는 연기는 이불 뒤집어 쓰고 베개에 대고 연습하기도 했어요. 촬영현장 숙소에서는 너무 열심히 했는지 옆방에서 '잠 좀 자자'고 항의도 들어오던데요."

윤정희가 '고사'에 출연하며 가장 신경 쓴 것은 이미지의 덫에서 탈출하는 것이었다.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두 편 모두 30%의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얻은 덕분에 윤정희는 신데렐라라는 호칭을 얻기도 했지만 반대로 처량하고 우울한 이미지로 인해 마음 고생을 해야 했다.

"'하늘이시여'를 끝내고 CF를 찍었어요. 밝은 이미지가 필요한 광고라서 제게도 밝은 표정을 요구하셨어요. 나름대로 밝은 표정을 지었는데도 '더 밝게, 더 밝게'라고 주문하시는 거예요. 그제서야 사람들이 나를 우울한 이미지로 보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인터뷰를 위해 만난 윤정희는 예상보다 훨씬 밝았다. 박경림이나 신봉선이 밝은 성격의 표준이라면 윤정희는 우울한 편에 속하겠지만 극중 자경(하늘이시여)이나 지연(행복한 여자)보다는 훨씬 밝고 환해 보였다. "제가 연기했던 드라마 주인공처럼 우울하진 않아요. 하지만 밝은 편이라고 해도 다들 안 믿으시더라고요. (웃음) 그렇게 여성스럽지도 않아요. 혈액형이 B형인데 소심한 편이에요. 뭔가 문제가 생기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스타일이에요. 예민한 성격이죠."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윤정희는 '하늘이시여'를 찍기 전 4개월의 준비 기간 동안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 우울증까지 걸린 적이 있다. 연기자 준비를 하다 모든 걸 접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려고 하던 찰나에 오디션에 합격한 작품이 바로 '하늘이시여'였다. 합격 소식은 너무나 행복했지만 그건 순간에 불과했다. 결정되지 않은 역할을 따내기 위해 이수경, 왕빛나 등과 함께 서바이벌 게임을 하듯 4개월간 끝없는 시험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20대 중반엔 모든 게 불확실했어요. 연기자는 제 길이 아닌 것 같았어요.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였고요.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했어요. 연기를 배울 땐 늘 구박만 받았는데 일본어를 공부할 땐 칭찬을 자주 받았어요. 그래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려고 했어요. 어머니껜 2년 동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를 이루고 돌아오겠다고 말했죠. 모든 준비를 끝내고 수업료를 입금하기 직전에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했죠."

죽기살기로 작품에 매달린 덕에 윤정희는 '하늘이시여'를 시청률 1위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 됐고 연기력 논란 속에서도 두 번째 드라마 '행복한 여자'에 다시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또 한 번 30%대의 시청률을 이끌어냈다. 두 편의 드라마를 통해 중년 관객들에게 윤정희는 최고의 신부감으로 떠올랐지만 막상 남자들에게는 인기가 없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1980년생인 윤정희는 올해로 20대의 마지막을 맞이했다. 20대의 끝에서 가장 아쉬운 게 어떤 것이냐고 물었더니 "연애를 못 해본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학생 때 연애했던 게 마지막"이라며 "태어나서 한 번밖에 연애를 못 해봤다"고 믿기 힘든 고백을 털어놓았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건 아닌데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것 같긴 해요. 그래서 주위사람들이 아직 '덜 고팠다'며 비웃죠. 8개월간 쉬면서 연애나 할 걸 그랬어요. 30대 때 연애는 20대와 다르다던데 20대가 끝나기 전에 연애를 꼭 해보고 싶어요.(웃음)"

고경석 기자 kave@asiaeconomy.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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