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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① "'놈놈놈'은 가장 힘들었던 작품"

최종수정 2008.07.18 15:17 기사입력 2008.07.1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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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김지운 감독이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국내 관객들의 입맛과 해외 관객들의 호기심을 동시에 만족시킬 만한 감독이 국내에 그리 많지 않은 탓이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을 한 영화에 모을 수 있는 것도 김지운 감독이기에 가능했다. 최근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지운 감독은 칸에서의 기립박수에 이은 국내에서의 뜨거운 반응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최소한 손해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놈놈놈'은 관객이 얼마나 들 것 같나?
▲그건 정말 모르겠다. 다만, 반세기 만에 만주 활극 웨스턴이란 장르를 부활시켰다는 점,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세 배우를 한 영화에 캐스팅했다는 사실, 한국에서 요원하다고 생각했던 할리우드식 비주얼과 액션을 담은 건강한 오락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손해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근의 할리우드 웨스턴은 독립영화의 영역 내에서 재해석된다. 반면 '놈놈놈'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방식을 택하는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견주어 그 이상의 시청각적 쾌감을 주기 위해 스펙터클한 상황을 많이 집어넣었다. 할리우드 웨스턴이 사색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때 할리우드 서부극에 다시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데 좋은 평가를 준 게 아닐까 생각한다.

-100억대의 제작비에 국내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춘 웨스턴이라는 장르를 택한 것은 그만큼 흥행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인가?
▲아니다. 흥행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장화, 홍련'을 만들 때도 호러는 위험부담이 많은 장르였고, '달콤한 인생'에서 시도했던 누아르도 관객들이 대중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었다. 서부극도 마찬가지였다. 장르를 또 한번 개척하고 실험하며 어떻게 하면 대중성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결과가 '놈놈놈'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초반 기차 액션장면의 카메라 워킹이나 편집은 보통 서부극에서 볼 수 없을 만큼 현란하다.
▲기차 액션 신과 귀시장 전투 신 그리고 우리가 가장 신경 써서 만든 대평원 추격 신은 한국에서 성취 못했던 어떤 것들을 만들어보고자 해서 완성한 장면들이다. 그래서 김혜수씨가 "이 영화 미쳤어요"라고 하지 않았나 싶다. 아날로그 레이싱의 명작들인 '벤허' '블리트' '매드맥스' 같은 영화들보다 무엇이든 하나라도 더 좋아야 한다고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에게 요구했다. 그보다 더 박력 있던가 더 아찔하던가 더 재미있던가 아니면 더 속도감 넘치거나 하는 걸 요구했다.

-중국 사막 장면을 찍었던 둔황 지역의 날씨는 어땠나?
▲요즘 우리나라 여름 날씨에 옷 안으로 손난로를 10개 정도 넣고 다니는 느낌이었다. 현장 답사차 처음 나갔을 때 스니커즈를 신고 갔는데 먼저 왔었던 다른 스태프들은 모두 등산화나 전투화 같은 걸 신고 나왔더라. 어차피 한 시간 정도만 있을 테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5분 만에 후회했다. 운동화에 불이 붙은 줄 알았다. 지열은 거의 60도 정도였다. 그런 날씨가 주는 팽팽한 긴장감이 사람들을 강인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찍었으면 같은 환경이라도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대평원 액션 신은 다 찍는 데 얼마나 걸렸나?
▲6~7주 정도 걸렸다. 매우 찍기 어려웠다. 촬영이 시작되면 일단 베이스캠프가 안 보이는 데까지 가야 한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기 위해서다. 수십 마리 말과 수백 명의 엑스트라가 함께 가야 하는데 말은 촬영 때만 달리고 평소에는 지치지 않게 하기 위해 천천히 걷게 한다. 게다가 발자국이 남으면 안 되니 멀리 돌아와야 한다. 겨우 한 컷을 찍으면 다시 또 멀리 돌아와서 그 다음 컷을 찍는다. 말들이 전력질주하고 달리면 또 쉬어야 하니 마냥 기다려야 했다. 이러니 하루에 몇 컷 찍을 수가 없었다.


-체력적으로나 심정적으로 모든 걸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때가 있었나?
▲심정적으로는 지중현 무술감독이 촬영 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내 영화인생 전반에 걸쳐 가장 힘들었던 때였다. '달콤한 인생' 때는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때도 무척 힘들었지만 나 혼자 감당하면 되는 일이었다. 현장 분위기가 침체되자 송강호는 배우 전체를, 정두홍 무술감독은 스태프들을 다독거려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난 원래 사람 만나는 것도 힘들어 하고, 불편한 자리 오래 못 있고, 환경이 조금만 안 좋아져도 힘들어 하는 편인데 영화 만들 때만큼은 강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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