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권대우의 경제레터] 첫 홀서 더블파 한 대통령

최종수정 2020.02.12 13:09 기사입력 2008.07.03 08:40

댓글쓰기

프로골퍼 최경주에게 2008년 1월15일은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무너질 듯 위태로운 상황이 초반부터 연출됐지만 인내심과 집중력으로 PGA투어 7번째 우승을 일궈냈기 때문입니다.

3라운드까지 완벽한 샷을 휘두르며 4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서 손쉬운 우승이 예상됐던 그에게 이날의 최종라운드는 위기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그는 닉네임대로 폭풍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탱크의 진면목’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가장 큰 위기는 13번홀에서 왔습니다. 그는 이 홀에서 프로골퍼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3퍼트로 보기를 범했습니다. 웬만한 선수 같았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때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3퍼트를 하고나서 나는 깨어났다. 3퍼트는 더 무너지면 안 된다고 나를 깨우는 각성제였고 이후 나는 일어났다. 잘될 때 들뜨지 않고 의기소침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내가 (신으로부터) 그런 은혜를 받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집중력을 잃지 말자고 나에게 주문했고 그런 뒤 우승해서 기분이 더 좋다.”

스포츠에서 정신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고 있는 대목입니다. 그 후 그는 보기를 하지 않았고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 완승을 이루어냈습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며칠 전 기자들과 고별오찬을 하면서 의미심장한 골프얘기를 했습니다. 쇠고기 사태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에 무조건 자기가 외치면 다 될 것으로 착각한 것 같다”며 “이 대통령이 처음에 크게 터뜨린 건데 첫 홀에서 더블파를 한 셈”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더블파를 했으면 다음 홀부터 빨리 수습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잘못돼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민들과 했던 약속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는 “국익에 도움이 되고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어디라도 달려가 이를 해 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또 “더 큰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나아간다면 우리가 못해낼 일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지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첫 홀에서 범한 더블파를 만회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의 축복 속에 탄생했지만 더블파의 상처를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론이 사분오열 갈라지고 있습니다. 종교계 내부에서도 달라진 생각과 행동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꺼질 것으로 기대했던 촛불은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촛불문화축제가 열린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생산에 타격을 주겠다”며 파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제여건 역시 싸늘합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고지를 바라보고 있으며 배럴당 200달러, 400달러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말했듯이 3차 오일쇼크라 할 만한 상황이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급기야 경제성장률은 4%대로 낮춰 잡아 이명박정부의 경제운용철학인 ‘MB노믹스의 불시착’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미숙한 국정운영으로 신뢰는 추락한 상태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두고 시기를 놓치는 현상이 이어진 탓입니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이 일괄사의를 표명한 지 오래됐지만 개각은 이루어지지 않고 국정은 복원되지 않고 있습니다. 거꾸로 가기 시작한 ‘한국의 시계’가 돌려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계속 거꾸로 가면 절벽에 다다르게 되어있지만 낭떠러지를 걱정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기 십상인 ‘이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은 우리사회의 문제를 신뢰의 위기로 표현합니다.

내부에서 확산되는 신뢰의 위기는 외국이 한국을 믿지 못하는 상처로 남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결국 국가의 위기로 번져 자칫 경제파탄에 이를지도 모를 상황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참모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첫 홀의 더블파를 수습하는 지혜를 다시 떠올리는 것입니다. 이를 수습하는 지혜는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잘 될 때 들뜨지 말고 안 될 때 의기소침하지 말라” “자신감이 없어지면 타이거 우즈라도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괴로운) 3퍼트가 각성제처럼 나를 깨웠다”는 최경주선수의 말이 되새겨지는 아침입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에 날개를 치고 날아다닌다고 했습니다. 황혼이 나타나기 전에 서두르라는 말입니다. 잘못하면 바로 황혼이 닥쳐버려 머무를 시간이 없습니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타이밍감각이 뛰어난 지도자로 평가돼 왔습니다. 그는 건설회사를 경영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결정이 빠르고 현장주의로 가야 하는 것이 건설회사의 생명입니다. 정치는 항상 변하는 민심과 정세 속에서 매일매일 지도자가 결단을 해야 하는 종합예술이나 다름없습니다.

더블파를 한 첫 홀의 충격을 벗어던지고 다시 팔을 걷고 나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어 합니다.

TODAY 주요뉴스 신정환 "아파트 3~4채+빌딩…좀 살았다" 신정환 "아파트 3~4채+빌딩…좀 살았다" 마스크영역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