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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세종과 조조의 리더십

최종수정 2020.02.12 13:09 기사입력 2008.07.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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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거센 밤에 차를 몰고 버스 정류장을 지나가는데 세 사람이 비를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노인이고, 한 사람은 당신의 생명을 구해준 적이 있는 의사이며, 다른 한 사람은 꿈에 그리던 이상형의 이성입니다. 차에 단 한명만 태운다면 누구를 태우겠습니까?”

중국 한대의 걸출한 인물인 조조가 인재를 선발하면서 지원자들에게 질문을 하고 자신이 선택한 답의 이유를 이야기 하도록 합니다. 노인을 선택한 지원자는 그대로 두면 노인이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귀중한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했고, 의사를 선택한 지원자는 생명의 은인에게 보답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이상형의 이성을 태우겠다는 사람은 이 기회를 놓치면 이상형을 다시 만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 남성지원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제 차 열쇠를 의사에게 주어 서둘러 노인을 병원에 모셔가게 하고 저는 꿈에 그리던 이상형의 여성과 함께 버스가 오기를 가다리겠습니다” 조조는 지금 자기보다 더 똑똑한 청년을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살다보면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이는 경우가 많고 그럴 경우 정해진 틀 속에서 사고가 경직되기 십상인데 이 청년은 ‘자신이 차에서 내린다’는 새로운 발상으로 고정 관념의 틀을 깼습니다. 조조는 이 똑똑한 청년의 이력서를 다시 훑어봅니다. 그가 후에 조조가 가장 아낀 일급참모 '곽가‘라는 젊은이입니다.

<1등 할 수밖에 없는 조조의 관리 전략>에서는 조조가 자신을 능가하는 인물을 대범하게 기용하고 부하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용인술에 능한, 인재를 아낄 줄 아는 인물이었다며 조조의 리더십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느 조직에서나 자신의 역량이 조금 부족하다면 참모진이 똑똑하고 민첩해야 큰일을 하는데 지장이 없는데 그렇지 못하면 혼란의 연속이고 매사가 우왕좌왕하기에 바쁩니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혼란도 잘못한 인사의 대가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100여일 지나 대통령 비서실의 2기 비서진이 출범한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일입니다.
또 인사를 둘러싸고 이번 정부처럼 신조어가 많았던 적도 없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고소영 내각’ ‘강부자 내각’ ‘S라인 낙하산’ ‘만사형통(萬事兄通)’ ‘만사정통(萬事鄭通)’ 등 웃지 못할 신조어들이 많았습니다. 또 2기 청와대 진용이 출범하고도 개운하지 않은 뒷말들이 있습니다. 여당은 ‘국민의 눈높이와 정서에 맞춘 인사’라고 평하며 이젠 제자리에서 새 출발 하자고 강조합니다. 반면 야당은 ‘측근들의 돌려막기 인사로 신선함이 전혀 없는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비난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어느 정권에 비해 인사문제로 말이 많았습니다. ‘코드 인사’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 등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폐해를 강력히 비판했고 흠결이 있다고 총리 후보 2명을 낙마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을 비난해 온 한나라당이 한 술 더 뜨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적 쇄신으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를 무색케 하는 곳이 또 있습니다. 새 정부가 공기업 기관장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은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신임 기관장 선임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아직도 절반이 넘는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총 294개 공공기관 중 기관장이 선임된 곳은 128개에 불과합니다. 임기를 무시하고 한꺼번에 사표를 요구하다 보니 나타난 비효율입니다. 수장이 없는 조직이 석 달이 넘도록 경영공백을 빚고 있는 것입니다.

또 청와대가 4·9총선 낙천·낙선자에 대해 ‘6개월 공직 배제’ 원칙을 내세웠으나 공기업 수장 자리를 넘보는 총선 탈락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은 신용보증기금의 안택수 전 의원, 건강보험공단의 정형근 전 의원, 체육관련 협회 쪽에서 자리를 물색하고 있다는 임인배 전 의원, 교과부 산하 단체장을 희망한다는 이재웅 전 의원, 심지어는 전 사무총장이었던 이방호 전 의원까지 나서 ‘낙하산’을 고대하며 뛰고 있답니다.

사실 공기업의 낙하산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5, 6공 때까지는 군 출신이, 김영삼 정부 때엔 등산화로 통하는 민주산악회 회원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운동권이 공기업의 수장을 자신들의 전유물인양 획책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방만 경영을 낳았고 비효율과 고비용, 모럴해저드로 이어져 원성의 대상이 됐습니다.

기업 경영에 있어 인재 한명이 기업의 운명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는 잭 웰치를 꼽습니다. 잭 웰치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거대한 공룡 기업인 GE를 과감한 변화와 혁신으로 회생시켰습니다. 그는 “내 시간의 75%는 핵심 인재를 찾고 배치하고 보상하는데 썼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은퇴한 빌 게이츠도 “핵심인재 20명이 없었다면 오늘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없었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던 생명공학기업인 오스테오로직스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시킬 유능한 경영인을 찾기 위해 회사 본사를 샌프란시스코로 옮겼습니다. 인재를 고르고 중용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없습니다.

“그에게는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있었고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용인술이 있었다. 신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을 살 줄 아는 폭넓은 아량이 있었다. 다른 왕 아래서는 전혀 재능을 인정받지 못했던 인물도 그를 만나 날개를 달았다” <세종대왕과 그 인재들>이란 책은 세종이 성군으로 추앙받는 원인의 하나로 인재를 구하고 그들을 제대로 쓰는 리더십에 두고 있습니다.

‘인사가 만사’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인사를 둘러싼 잡음과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곧 개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세종대왕의 혜안이, 조조의 리더십이 우리에게 전해지는 하루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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