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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 아이폰' 발목 잡은 위피, 그 불편한 진실

최종수정 2008.06.29 15:14 기사입력 2008.06.2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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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피라는 표준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3개 이동통신사에 공급하는 게임 개발 기간과 제작 비용을 줄일 수 있다."(모바일 게임 업체 관계자)
 
"위피 때문에 우리나라 휴대폰 시장이 폐쇄적으로 변해 소비자들이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있다."(위피 폐지론자)
 
국내 무선 인터넷산업 진흥을 위해 2005년 4월 도입된 '위피'(WIPI)가 존폐 논쟁에 휩싸였다. 존치론자들은 위피로 인해 게임 등 모바일 콘텐츠를 이통사별로 따로 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인 반면, 폐지론자들은 위피가 국내 시장을 세계무대에서 고립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위피가 애플 3G 아이폰의 국내 출시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알려지면서 존폐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위피는 휴대폰 콘텐츠를 단말기 기종이나 이통사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이용토록 하는 표준 플랫폼으로, 국내에 출시되는 휴대폰에는 위피가 의무적으로 탑재된다.

모바일 게임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위피 이전에는 SK텔레콤은 SK-VM(virtual machine), KTF는 퀄컴 브루(Brew), LG텔레콤은 MIDP라는 플랫폼을 각자 따로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고도 각 통신사에 공급하려면 3가지 버전을 따로 제작해야 했으나 위피 이후 제작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전신인 정보통신부가 휴대폰의 위피탑재를 의무화한 또 다른 이유는 '국부유출'을 막기 위한 측면도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퀄컴이 브루를 국내에 공급하면서 대당 5달러 가까운 로열티를 요구했다"면서 "이런 출혈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 표준 플랫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정통부가 위피를 세계 표준으로 육성하려는 당찬 계획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위피 도입 이후 당초 취지와는 달리 여러 부작용이 제기되면서 위피 폐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개발자 박모씨는 "위피가 통신사별로 완벽하게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3사 이통사별로 작업을 새로 해야 한다"며 위피 무용론을 들고 나왔다.

위피가 국내 개발사들을 '우물 안 개구기'로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만 사용하는 위피에 맞춰 게임을 제작하다보니 해외진출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차라리 위피를 없애 자바나 리눅스 등 다양한 플랫폼 환경에서 글로벌 경쟁을 펼치는 것이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이통사의 한 관계자도 "모바일 플랫폼이 다변화되는 상황에서 위피를 고집해야 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위피로 인한 소비자들의 선택권 박탈도 문제다. SK텔레콤이 하반기에 들여올 블랙베리는 '위피의무탑재' 규정을 피하기 위해 '영업용'으로 수입될 예정이다. 7월11일 미국, 일본 등에 출시될 애플 3G 아이폰의 국내 진출도 위피로 발이 묶인 상태다.

일부 소비자들은 다음 아고라에 '위피의무 탑재 철폐'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 현재 2700여명이 참가하는 등 위피 폐지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위피 정책이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로 나뉘면서 정책혼선까지 빚어지고 있다. 위피의 연구개발(R&D) 등 소프트웨어 업무는 지경부로 넘어갔지만 망접속 관련 사안은 방통위에 남아 있어서 일관된 정책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경부와 협의해 위피가 지금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부처간 의견조율이 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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