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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유리창 발전소’와 자원민족주의

최종수정 2020.02.12 13:09 기사입력 2008.06.2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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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유리창이 태양광발전을 하여 전기를 생산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유리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을 보며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상이 최근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최초로 ‘솔-젤 소재’의 신기술을 활용한 ‘건물일체형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해 전기 생산은 물론 유리창의 색과 명암도 함께 조절하는 새로운 개념의 광전기변색 기술도 선보였습니다.



투명 태양전지 유리창이란 유리 또는 필름에 솔-젤 소재를 얇게 인쇄함으로써 솔-젤 소재가 햇빛을 흡수하여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연료감응 태양전지 형태의 첨단 제품으로 건물 디자인과 어울리는 다양한 색도 선택할 수 있답니다. 별도의 시설과 공간을 사용하지 않고 건물 유리창 자체가 태양광 발전을 하면서 색과 명암을 자동 조절한다 하니 상용화되면 고유가시대의 신성장 동력이자 미래 건축 기술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제 유가가 1배럴에 140달러를 넘어서는 등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신재생 에너지와 대체에너지 개발이 관심사로 떠오른 요즈음 건물에서 생산되는 전기로 그 건물의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획기적인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 각국은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실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에너지는 지구촌에서 일부 지역의 국가들이 대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적인 분쟁을 보면 석유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미국의 이라크 전쟁도 그 중심에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세계 5대 자원분쟁지로 북극해와 동중국해,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강 유역, 중동의 아부무사섬, 아프리카의 기니만을 꼽았습니다. 북극해는 지구상의 미개발 석유와 가스 25%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으로 러시아와 캐나다,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지난해 수심 4000m 넘는 로모노스프 해령에 국기를 꽂아 주변국을 긴장하게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중국해는 1895년부터 일본이 관할하고 있으나 1970년 막대한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중국이 2004년 일방적으로 가스전 개발에 들어가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이 가열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강 유역은 세계 최대 원유 매장지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국유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다국적 거대 기업과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부무사섬은 원유 수송로로서의 전략적 가치 때문에 이란과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기니만은 하루 47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지만 해상 국경이 분명히 구획되지 않아 기니만 연안 국가들의 분쟁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분쟁 속에 자원 보유국들의 자원민족주의는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개발이 쉬운 지역의 에너지는 거의 소진되고 남은 곳의 석유개발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져 개발비용과 리스크가 큰 지역이 대부분입니다. 고유가 속 영향력이 커진 산유국들은 자원 통제를 강화하고 자국에게 많은 이익을 돌려주는 국가들에게만 개발권을 주고 있습니다. 에너지 자원 확보전이 총성 없는 전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소위 ‘자원 외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도 자원외교에 적극적입니다. 중국은 2010년까지 수입 원유의 30% 이상을 해외 자주개발원유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일찍부터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2004년과 2006년 취임이후 두 차례씩이나 아프리카를 방문해 국영 석유사의 유전 탐사계약을 지원했으며 앙골라에 20억 달러 차관을 약속하고 콩고에 종합병원을 지어주는 등 파격적인 물량공세로 검은 신시장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수입원유의 20%를 중부 아프리카에서 조달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들의 노력을 가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2006년 ‘신 국가에너지전략’에서 2030년까지 국내 원유수입량의 40%를 자주개발원유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자원외교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의 자주개발률이 10% 수준임을 감안하면 매우 공격적인 목표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입니다. 정부는 올해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목표를 5.7%로 잡고 2012년에는 18.1%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원유와 가스 자원개발에 61개 기업이 32개국 123개 사업에 진출해 있으며 일반 광물자원 개발에는 126개 기업이 37개국에서 163개 사업에 뛰어들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원외교는 중동에 편중돼 왔으며 얼마 전부터 중앙아시아와 남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정부 들어 한승수 국무총리가 지난 5월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을 순방, 4년여 끌어오던 잠빌 해상유전 광구 탐사를 위한 본 계약을 카자흐스탄과 체결하였습니다. 잠빌 유전은 예상 원유 매장량이 10~16억 배럴에 이르는 큰 유전으로 카스피해 연안 최대 석유보고의 한 축을 개발하게 되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얼마 전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의 초대형 유전 개발에 나선 것도 수확입니다. 총 8개 광구의 매장 추정량 72억 배럴 가운데 이번에 확보한 원유량은 우리나라 전체의 2년치 소비량인 20억 배럴로 3~4년 뒤에는 시험 생산에 들어 갈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 유전이나 가스전은 136개이며 이 중 생산광구는 30여개 수준입니다.



오늘도 마른장마로 날씨가 뜨겁고 덥다고 합니다. ‘유리창 발전소’같은 첨단 신기술을 이용해 전기도 생산하고 아직 우리에게 미개척지인 아프리카, 남미 등 보다 폭넓은 지구촌 자원외교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고유가시대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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