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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정재영이 말하는 '특별한 정재영'(인터뷰)

최종수정 2008.06.26 14:25 기사입력 2008.06.2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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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정재영이 세 번째 공공의 적이 됐다.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1-1'(제작 KnJ엔터테인먼트, 감독 강우석, 이하 '강철중')에서 정재영은 기업형 폭력 조직의 두목 이원술로 출연한다. '공공의 적' 1, 2편의 악당은 비현실적이고 영화적인 캐릭터들이지만, '강철중'의 악당은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다.

그는 '특별한 조폭 두목'에 '평범한 사람'을 불어넣었다. "표면적으로 1, 2편의 악당보다 덜 사악해 보이지만 이원술은 사실적이라 더 못되고 나쁜 악당이다"라고 그는 설명한다.

배우 정재영의 장점은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투박하고 촌스럽다"고 거리낌없이 말할 만큼 정재영은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여긴다. 정재영의 평범함은 독특한 캐릭터와 결합해 특별한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깐깐한 인민군 장교 리수화(웰컴 투 동막골), 융통성 0%의 바른생활 경찰 정도만(바르게 살자), 눈빛은 매섭지만 가슴은 따뜻한 건달 동치성(거룩한 계보), 기구한 운명으로 전과자가 된 밑바닥 인생 강인찬(실미도) 등 정재영이 연기한 캐릭터는 모두 인간적인 매력이 가득한 입체적 인물들이었다.

KnJ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정재영은 때론 '박수칠 때 떠나라'의 캐릭터 이름처럼 꾸러기 같기도 하고 '나의 결혼원정기'의 만택이처럼 투박하기도 했지만 가끔은 '바르게 살자'의 정도만처럼 올곧은 면도 내비쳤다. 특별하다고 말하기엔 너무 수더분했고, 평범하다고 말하기엔 너무 비범했다. 평범한 사람 정재영에게서 특별한 배우 정재영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 쓰면서 이원술 역을 구상할 때 처음부터 정재영을 생각했다고 하던데.
-지난해 봄이나 여름쯤 강우석 감독이 먼저 캐스팅했다. 코미디 한 편 하자고 했다. '공공의 적' 3편인 건 나중에 알았다. 그래서 물었다. "뭐야, 그럼 난 공공의 적이야? 코미디 하자면서요?" 그후에 장진 감독이 합류했다. 장진 감독이 내가 캐스팅된 게 확실하냐고 강우석 감독께 묻고 나서 그 캐릭터를 아예 정재영으로 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하더라.

▲공공의 적인 이원술이 별로 밉지 않다는 반응이 있다.
-그런 반응이 많다. 강철중도 공공의 적도 더 악랄해야 하는데 덜 악랄한 것 같다고 말이다. 사실 그런 강박관념에서 만드는 사람들은 벗어났는데 보는 사람들만 갇혀 있는 것 같더라. 1편이 그렇게 파장이 심했었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건 막연한 기억 때문인 것 같다. 나도 예전에 1편을 봤지만 잘 기억이 안 난다. 강우석 감독님은 1편과 2편을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재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공의 적에게도 유머를 집어 넣은 것이다. 1, 2편에서 공공의 적이 개인이었다면 3편은 이원술보다는 깡패 조직이다.

▲세 번째 '공공의 적' 이원술을 어떻게 접근했나?
-이 역할이 딱 봐도 멋있어야 하는데 내가 하는 게 한계가 있더라. 스타일 내는 데도 한계가 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장기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적인 것보단 사실적으로 나쁜 놈을 만들려고 했다. 이원술은 조직의 보스지만 말을 하는 걸 들어보면 촌놈 같은 구석이 있다. 내 말투자체가 세련된 말투가 아니라 연기하기에도 괜찮았다.

▲원래 고향이?
-고향은 서울인데 평상시에도 사람들은 내가 충청도 아니면 전라도 출신인 줄 안다.

▲영화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잘 쓴다. 전라도 출신의 서울 사람 같은 약간 어색한 느낌을 잘 표현한다.
-'오리지널' 전라도 사투리는 못 쓴다. 서울 건달들이 하는 전라도 말투만 흉내 내는 거다. 사투리를 또 원래대로 쓰면 다른 지역 사람들은 못 알아 듣는다. 차라리 사투리를 안 쓰려고 하는 게 더 사실적으로 들린다.

▲관찰을 유심히 했나 보다.
-사투리는 최소한 두 달 이상 배운다. 다방 같은 데 가서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서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다.

▲이번에도 그렇게 연습했나?
-예전에 영화 '귀여워'를 찍을 때 감독님이 현역 건달을 소개해줘서 건달과 두 달간 합숙한 적이 있다. 그때 여러 부류의 건달들을 만났다. 그때 많이 관찰하고 배운 것들을 이번에 써먹은 거다. 그때 봤던 진짜 보스급 건달들의 말투를 참고했다. 그 세계에서도 카리스마가 있으려면 사투리를 심하게 쓰면 안 된다. 건달들은 제일 싫어하는 게 촌스럽게 느껴지는 거다. 그래서 항상 양복을 입고 다니고 티셔츠도 골프웨어만 입는 거다. 그런데 그런 말투나 의상에서 촌스러움이 조금씩 느껴지는 거지.

▲새로운 사투리를 배우고 연기하는 과정이 재미있을 것 같다.
-내겐 고통스럽다.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새로 다 배워서 억지로 끼워 맞춰야 하니까. 난 운이 별로 안 좋은 것 같다. 내겐 별로 재미가 없다. 나중에 사투리를 쓰는 역할을 한다면 도움은 되겠지만 식상하니까 자꾸 써먹기도 힘들다. 건달 사투리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TV드라마 쪽에서도 그동안 제의가 들어왔을 텐데 특별히 출연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물론 작품이 좋으면 할 수도 있다. 대부분 시기가 안 맞았다. 그런 점도 있고 내가 모험심이 강한 편이 아니다. 연극이나 영화는 희곡이나 시나리오가 다 나온 상태에서 시작하는 반면 드라마는 1, 2회 분량만 대본이 나오니 미리 판단할 수가 없다. 작품을 결정할 때 시놉시스와 작가, 연출가를 보고 판단하는데 난 그분들을 잘 모르니까 제대로 판단할 수도 없다. 또 나와 잘 맞는 역할이 많지 않다.

▲영화적인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서인가?
-그런 것 같다. 내용도 그렇고. 내가 출연한 영화들은 대개 루저나 서민들이 주로 나오는 작품들인데 그런 드라마는 잘 안 만들어지지 않나. 전쟁 드라마나 영화적인 얘깃거리면 관심을 가질 만할 텐데 많지 않으니까 출연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1970년 생이니 곧 마흔이 된다. 배우로서 조급한 마음은 안 생기나?
-조급한 마음은 없다. 지금 나이에 계속 영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척 감사한 일이다. 연기자로서 내게 쌓여 있는 것 그대로인 채 나이가 10년만 더 어렸다면 젊은 패기와 함께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은 가끔 든다. 하지만 배우는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깊이감이 있으니까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지금 생각대로 될 것 같진 않다.
영화 '강철중'에서 이원술 역을 맡은 정재영

▲친근한 느낌의 배우라는 것 때문에 호감도가 큰 것 같다.
-내 외모나 극중 캐릭터에 한국적인 투박함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촌스러운 부분도 있고. 관객 입장에서 자신이나 주변에 있는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도 내가 그렇다. 요즘은 뚜벅이라서 버스나 지하철도 타고 다닌다. 모자 쓰고 나가면 진짜 아무도 못 알아본다. 간혹 눈썰미 좋은 사람들이 지나가다 '어, 어' 하는 정도다. 원래 멋있는 배우들은 멀리서 걸어와도 광채가 나오지 않나. 특히 모델 출신 배우들은 유명하지 않아도 빛이 난다. 거기에 비하면 난 정말 평범하다.

▲그래도 잘 생긴 편 아닌가?
-하하하. 무슨 소리. (웃음) 요새 이 정도로 생긴 사람은 얼마나 많은데.

▲7년 전 '킬러들의 수다' 때는 날렵하고 잘생긴 배우라는 평가도 받았지 않나.
-의상이랑 헤어스타일이랑 정말 꾸미기 힘들었다. 현장에서 날마다 머리를 만졌다. 그렇게 하고 어떻게 길거리를 돌아다니나.

▲그 후론 줄곧 밑바닥 인생이나 서민적인 캐릭터들만 연기했다.
-그렇지. 멋진 캐릭터는 맡을 수가 없다. 그건 멋지고 화려한 배우들이 맡는 거고 나 같은 배우는 다른 역할을 담당하는 거다. '강철중'은 그중 가장 멋진 옷을 입고 출연한 영화다. 나한테도 없는 비싼 양복을 입고 머리를 느끼하게 넘기고 출연했다. 최초의 시도라 아주 불안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정말 생소한 캐릭터인데 그나마 내 식으로 풀려고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나온 것 같다.

▲'바르게 살자'의 정도만 캐릭터는 실제 정재영과 코믹한 면이 닮아 보였다.
-평소에 난 능글맞고 느물거린다. 정도만은 내가 갖고 있는 성격 중 가장 순수한 면을 뽑아내 연기한 거다. 배우가 자신에게 전혀 없는 부분을 연기한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내게도 약간 정도만 같은 면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간다면 사회생활을 못 할 것이고 배우로 써주지도 않을 것이다. (웃음) 하지만 사적인 면에서, 특히 정의와 관련된 면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다. 난 정의는 승리하고, 살아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잘 참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가끔 까칠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예의 없고 건방진 사람들을 만날 때 특히 그렇다.

▲함께 출연하는 후배 배우들 중 그런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은 다 내게 동화된다. (웃음)

▲카리스마로?
-그건 아니고 설득이지. 하지만 남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면 관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고방식을 강요한다면 나 자신이 내가 말하는 나쁜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스타 의식이 전혀 없는 배우 같다.
-일단은 스타가 아니니까 스타 의식이 없는 거다. 스타이고 스타가 아니고는 환경이 만들어주는 거다. 두 번째로는 태생적으로 그런 생각을 자꾸 밀어내려고 한다. 그게 좋은 배우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니까. 단지 연기가 좋고 연극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 TV에서 스타를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이미 20대 중후반에 그런 걸 접었다. 간혹 그런 마음이 생기면 자꾸 떨쳐버리려 노력한다.

▲10년 넘게 연기활동을 했는데 좋은 배우의 길이 보이나?
-전혀 안 보인다. 그게 제일 힘든 부분이다. 그게 안 보이니까 마음가짐이라도 좋게 가지려고 노력한다. 누군가는 연기만 잘하면 인간성은 나빠도 상관없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런 사람이 연기를 잘할 수 있는 확률보다 배우로서 좋은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연기를 잘할 확률이 더 높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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