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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금융공기업 민영화를 위한 전제조건

최종수정 2008.08.28 14:52 기사입력 2008.06.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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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역풍은 새 정부의 정책 운용기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금융계로 보면 가장 큰 현안의 하나인 금융공기업 민영화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메가뱅크 소신론자인 박병원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극적으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됨에 따라 메가뱅크 논쟁은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다.

메가뱅크는 왜 필요한가. 금융전문가들은 메가뱅크가 노무현 정부부터 추진했던 아시아금융허브 전략과 맞물려 금융권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등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산업은행 민영화와 한 축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시행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점과 공룡기업 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반론에 부딪쳤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공기업 민영화는 '공적자금 회수'와 맞물려 있어 국가 재정전략 상으로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게 현실이다. 또한 당위론적인 측면에서 민간식 경영을 먼저 실천한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의 사례를 보면 민영화가 금융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영기 회장이 사령탑을 맞았던 기간 우리금융지주가 양적, 질적 성장을 일궈낸 사례는 그래서 금융 공기업 민영화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금융지주는 황 회장이 사령탑을 맡기 전인 2003년말 자산 150조원, 순이익 570억원에서 임기가 끝나던 2006년말에는 자산 249조원, 순이익 2조원으로 도약했다.

자산 증가를 위해 베팅한 우리투자증권은 증권업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투자은행(IB) 도약의 발판이 됐다. 기업은행 역시 고 강권석 행장이 재임하던 기간동안 과거 중소기업 전문 금융기관에서 리테일 뱅크로 사실상 변신에 성공했다. 이 두 사례는 민간과의 경쟁이 공기업 경쟁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메가뱅크를 추진함에 있어 기회이자 제약은 산업은행이다. 덩치도 큰데다 국책 금융기관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했던 조직이 민간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느냐 하는 점때문이다. 산업은행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 먼저 선행되지 않으면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의 매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메가뱅크론에 대한 활발한 논쟁은 좋은 대안을 찾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선행돼야 할 미세한 과제들이 있다. 우리금융이 민간은행과 경쟁할 때 우군이라기 보다는 적군에 가까웠던 주주 예금보험공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익을 낸 우리금융의 성과급과 스톡옵션 논란이 그렇고, 경영 목표는 시중은행과 같은 높은 수준으로 제시하면서도 공적자금 투입기업이라는 족쇠를 근거로 지나친 비용관리를 요구하는 이른바 '경영정상화 이행 양해각서(MOU)'도 같은 사례다. 우리금융이 8조원의 투자한도를 갖고 있으면서도 은행전쟁의 최신 병기가 될 수 있는 LG카드 인수전에 참여하지 못했던 경영 제약도 한번 쯤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다소 다른 성격의 얘기지만 자본시장통합법 시대에 맞춰 대형 증권사 출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증권과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을 먼저 합치는 방안은 거창하게 포장된 민영화 전에 현실적으로 일부 공기업의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증권사 대형화를 유도할 수 있는 촉매다.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72.97% 가운데 경영권과 무관한 22.97%(소수지분)에 대한 블록세일을 서두르는 것도 중요하다. 몸집은 커져 매력은 높아지지만 인수자 입장에서 인수자금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산업은행이 보유한 구조조정기업의 매각을 서둘러 산업은행의 매각이 용이하도록 하는 방안도 서둘러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자산 500조원의 메가뱅크는 탄생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는 전적으로 전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금융공기업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전술을 구체화한다면 현재와 같은 경제 위기국면에서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와 재정 확보라는 단기 정책수단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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