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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호 주가조작 사건 전모

최종수정 2008.08.09 23:42 기사입력 2008.06.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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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짜고치기' 악용 발행시장서 '머니게임'


한 때 그가 손 대는 종목마다 대박을 터뜨려 증시의 '미다스 손'으로 통했던 범한판토스 대주주이자 LG家 3세인 구본호 씨.그가 최근 검찰의 포승줄에 걸려 일순간 천당에서 지옥행 티켓을 부여받자 다시금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24일 증권가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 피의자 신분인 구본호씨는 비상장법인인 주식회사 범한판토와 코스닥 상장 법인인 주식회사 미디어솔루션(2007년3월 레드캡투어로 상호변경)의 2대 주주로, 지난 2006년9월부터 미디어솔루션 등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로 발행시장을 이용한 주가조작으로 165억여원의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일각에서 그가 올린 시세차익이 500여억원에서 수천억원대까지 이른다는 일부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현재 검찰 판단으로는 165억여원이 유력하다.

구씨는 이전의 통상적인 주가 조작사건과 달리 유통시장이 아닌 발행시장을 택했다. 소위 '소수의 짜고치기'가 유통시장에 비해 발행시장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수월하다는 점에서다.

올해 34세인 구씨가 증권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5년 말. 구씨는 당시 24억원을 투자해 정밀금형 및 사출성형업체이자 거래소 상장기업이던 ㈜대동(현 더존비즈온)의 지분 11.59%를 인수했다. 2006년 4월에는 코스닥등록기업으로 보안용 소프트웨어와 LCD장비를 생산하는 소프트포럼 주식 6.08%를 22억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구씨의 투자 행보는 눈길을 끌지 못했다.

구씨의 투자행보가 증권가의 본격적인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06년9월 코스닥기업인 미디어솔루션(현 레드캡투어)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부터다. 9월29일 미디어솔루션은 사업 확장과 운영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150만 주, 105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면서 이 중 100만 주(주당 7000원)를 구씨에게 배정했다. 구씨는 또 이 시기 미디어솔루션이 발행한 BW(신주인수권부사채) 180만 주, 151억원어치(주당 행사가격 8390원)를 모두 사들이는 한편 장외매수를 통해 미디어솔루션 주식 45만주를 주당 1만9500원에 인수했다.

구씨의 미디어솔루션 인수 이후 이 회사 주가는 무려 12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구씨가 처음 지분을 인수할 때만 해도 7000원대이던 주가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최고 4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미디어솔루션은 2006년 상반기 매출액 11억7000만원에 영업손실이 6억5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그야말로 보잘 것 없던 기업이었다. 구씨는 이 과정에서 미디어솔루션의 BW를 인수한 지 20일 만인 10월18일 BW 180만 주의 절반인 90만 주를 홍콩의 투자자인 카인드익스프레스에 주당 4만5000원에 매각해 무려 33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구씨는 뒤이어 2006년11월 미디어솔루션으로 하여금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범한판토스의 계열사인 범한여행사를 인수ㆍ합병하도록 하고 법인명을 레드캡투어로 바꾸었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구씨의 미디어솔루션 인수의 최종목적이 범한여행의 우회상장이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구씨는 범한여행의 우회상장 이후 이동통신 중계기를 생산하는 코스닥등록기업 액티패스를 인수했다. 그는 2007년 1월2일 액티패스가 발행하는 170억원 규모의 BW와 CB(전환사채) 중 80억원어치(주당 행사가격 3850원)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액티패스의 주식 35.8%(223만4000주)를 확보했다. 액티패스 역시 이른바 '구본호 효과'에 힘입어 9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2300원대였던 주가가 불과 한 달 만에 2만원을 웃돌았다.

구씨는 지난해 8월 두 건의 투자를 단행해 또다시 대박을 터뜨렸다. 8월10일 CRM솔루션과 콜센터 구축을 주로 하는 코스닥등록기업 엠피씨의 3자배정방식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유니버설스튜디오의 국내 사업권을 가진 황인준 한국유스코 회장이 엠피씨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64만주를 주당 4690원에 인수한 것이다. 구씨가 유상증자에 참여한 이후 엠피씨 주가는 일주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4200원대이던 주가가 열흘 만에 1만1000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는 8월16일에는 코스닥등록 기업인 부산의 동일철강 지분 9.71% (8736주)를 주당 34만원에 장외매수로 인수한 후 8월24일에는 구씨와 구씨가 대주주로 있는 레드캡투어가 동일철강 지분을 각각 11.7%와 13%를 추가로 인수했다. 인수가격은 주당 37만8000원. 이로써 구씨는 동일철강의 지분 34.44%를 확보해 동일철강의 최대주주가 됐다. 구씨가 인수한 후 동일철강의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8월16일 14만7400원이던 동일철강 주식은 열흘 이상 상한가 행진을 펼쳤다.

올해 들어서도 그의 대박 신화는 증권가에서 입소문으로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JH코오스와 우경철강, 국동 등이 이른바 '구본호 효과'를 타며 주가가 급등했고, 이들 종목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구본호씨는 어떻게 수백억원대의 주가조작이 가능했을까

범한판토스의 대주주로써 해마다 챙겼던 배당금과 재미 무기거래상 조풍언씨의 자금 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범한판토스는 구씨의 아버지인 고 구자헌씨가 지난 1977년 설립한 물류업체다.

범한판토스의 현재 주요 거래처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 GS건설 등으로 1조원이 넘는 매출액의 90% 이상을 한 집안인 LG그룹 물류 아웃소싱을 통해 올리고 있다.

구자헌씨가 설립 후 100% 지분을 소유했으나 지난 1999년 사망하면서 이 지분은 부인 조금숙씨와 외아들 구씨에게 각각 54%와 46%씩 상속됐다.

최대주주인 조금숙씨는 현재 범한판토스 상근고문으로 대외적으로 대표이사 직함은 걸고 있지 않지만 회사와 관련한 일들을 챙기며 실질적인 대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모자에게 지분이 상속된 이후 범한판토스의 배당성향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게 된다. 현금배당금만 기준으로 지난 1999년 범한판토스의 배당성향은 10%에 불과했으나 불과 2년 만인 지난 2001년에는 55%를 기록하며 50%를 넘어선다. 이후 구씨가 본격적으로 자금 마련에 나섰던 지난 2006년과 2007년의 배당성향은 100%를 웃돌며 급격히 확대됐다.

범한판토스의 대주주로 올라선 구씨가 범한판토스로부터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지급받은 현금배당금은 69억2145만원. 지난 1999년부터 챙겨온 배당금 수입은 주식배당을 제외하고 현금배당만 계산해도 332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그러나 거액의 배당금에도 불구하고 2005년 더존비즈온을 비롯해 소프트포럼, 액티패스, 레드캡투어(당시 미디어솔루션) 등의 지분인수에 필요했던 자금 규모는 구씨가 보유하고 있던 현금배당금 등의 수준에는 턱없이 차이가 있다.

예를들어 지난 2006월 레드캡투어의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및 구주 인수 등에 필요한 소요자금은 308억여원이었지만 지난 2005년 범한판토스로부터 구씨가 배당으로 받은 손에 거머쥔 현금은 46억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범한판토스로부터 250억원을 차입하기도 했지만 레드캡투어 지분 인수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따라서 평소 친분 관계에 있던 재미 무기거래상인 조풍언씨와 손을 잡아 추가적인 필요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씨는 고 구자헌씨와 고려대 동문으로 20여 년 전 미국에서 만나 친분을 유지했으며 구씨와는 막역한 사이로만 알려져 있다.

조씨는 지난 2006년 3월 대우정보시스템의 전환사채를 저가에 발행한 뒤 글로리초이스차이나가 인수토록 해 대우정보시스템에 365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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