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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드라마의 길을 잃다

최종수정 2008.06.19 07:21 기사입력 2008.06.19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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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문용성 기자]요즘 MBC 수목드라마 ‘스포트라이트’를 보면 안타까운 느낌마저 든다.

기자를 다룬 드라마여서 그렇다고 하면 할 말 없지만 드라마 속 기자들은 방송 내내 취재하고, 보도하고, 아이템 회의하고, 또 취재하고, 보도하고를 반복한다. 누구 기사가 좋은지, 어떤 기사를 내보낼지 평가하고 결정한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없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다룬다거나 고유가 시대 가짜 휘발유 유통 등 시사 문제를 다루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같은 것들은 우리가 뉴스를 통해 늘 접하는 것들이다. 드라마는 기사거리를 찾고 그것을 취재해 보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외에 드라마틱한 뭔가가 없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가 드라마다울 수 있으려면 탄탄한 내러티브가 갖춰져야 한다. 소재만 가지고 구성된 스토리는 그저 각종 재료와 양념을 버무려 아무 그릇에나 담아놓은 음식과 같다. 맛은 있을지 몰라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는 음식처럼 ‘스포트라이트’는 화면만 꽉 채워놓고 보는 재미를 찾아볼 수 없다.

기자들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소재들을 주렁주렁 엮어만 놓았을 뿐 이 드라마는 드라마틱한 내러티브가 극 전반에 걸쳐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드라마답지 못한 것이다.

이 드라마는 보도국 내 부서간 알력, 동료들 간의 경쟁 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기자들이 그렇게 지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외에 어떤 메시지도 없어 보인다. 시청자들은 '아 저들이 저렇게 사는구나' 하는 것 외에 별 감응이 없다. 소재는 있고 주제는 없는 소설 같다.

기껏 인물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고자 거론한 것이 불편한 경쟁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나 보도에 있어 스탠스(정신적 혹은 감정적 태도나 입장)가 있어야 하는지 아닌지 정도. 하지만 이런 주인공의 고민은 드라마의 재미와 완성도에 별반 도움이 안 되고 있다.

도대체 방송사 보도국 기자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외에 뭐가 있는지 의구심이 생길 지경. 이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만이라면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로도 충분하다.

잘 갖춰진 레시피에 의해 만들어진 음식이 적당한 그릇에 보기 좋게 담겨지면 미각적인 면 외에도 시각적인 면이 보강돼 먹지 않고도 군침이 돌듯, 드라마는 좋은 소재를 치밀하고 드라마틱한 구성에 버무려져야 보는 내내 빠져들 수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이제 11부 방송이 나간 상태. 종영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드라마가 진정 보여주려고 한 것은 과연 언제쯤 보여줄까, 아니면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자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고개가 먼저 갸우뚱할 뿐 번뜩 뭔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촬영 현장에 쪽대본이 나오기 시작한지 오래. 게다가 드라마가 진행 중에 다른 작가로 바뀐 것 역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종영까지 어떤 흐름을 보일지 궁금증마저 사그라졌다. 지금이라도 ‘스포트라이트’가 유종의 미를 위해 ‘드라마’로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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