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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 "'강철중' 만들면서 머리에 쥐나는 줄 알았다"

최종수정 2020.02.02 22:29 기사입력 2008.06.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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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위기 한국영화 '구원투수' 기대.. "웃음 주고 할말 다한 '투캅스·강철중' 애착"

강우석 감독 "'강철중' 만들면서 머리에 쥐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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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흥행의 마술사 강우석 감독이 돌아왔다. '공공의 적' 시리즈의 3편인 '강철중:공공의 적1-1'(제작 KnJ엔터테인먼트, 이하 '강철중')이 19일 개봉하는 것. '강철중'은 단순히 한 편의 한국영화가 아니다.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를 구할 구원투수이자 지명 대타자다. 또한 한국영화의 일인자 강우석 감독의 20년 영화인생에 방점을 찍는 영화이기도 하다.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면 승산은 있다"고 말하는 강우석 감독의 자신감에서 한국영화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공의 적' 시리즈를 다시 만들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강철중'을 만들게 된 필연적인 이유는 왜 강철중을 주인공으로 다시 영화를 안 만드냐고 동네사람들이 말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한반도' 찍고 있을 때 그렇게 말하더라. 왜 '공공의 적'처럼 재미있는 영화는 안 만드냐고. 여러 사람이 그랬다. '투캅스'나 '공공의 적' 같은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더라.
-영화 시사 후 호평이 대부분이었지만 1편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아쉽다라는 견해는 조금 더 격한 긴장감을 기대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부분은 의도적으로 약화시킨 것이다. 등급 문제 때문이 아니라 1편을 답습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흥행을 구걸하고 싶진 않았다. '투캅스' 1편 때처럼 재미있게 즐기면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공공의 적이지만 악당도 웃음을 유발하는 인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랜만의 코미디라 만드는 데 어렵지 않았나?
▲'실미도'나 '한반도' 같은 영화는 몸이 힘들지 머리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강철중' 만들면서는 머리에 쥐가 나는 줄 알았다. 웃음의 포인트를 놓치면 정말 썰렁해지니까.

-'강철중'의 공공의 적인 이원술(정재영 분)은 악당이기는 하지만 인간적인 면이 많다. 범죄 드라마로서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그 점은 나도 생각을 많이 했고 철저히 계산을 한 부분이다. 일단 영화는 재미있게 보라는 의미로 그렇게 만들었다. 이원술은 직접 칼을 드는 대신 조직원들을 시켜 모든 악랄한 범죄를 저지른다. 직접적으로 악랄한 인상을 주진 않지만 나이든 관객들은 이원술이 정말 공공의 적이라는 걸 안다.
-얼마나 들 것 같나?
▲500만 이상. 그건 자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은 하늘이 하는 일이다.

-막무가내 형사 강철중이 '공공의 적' 1편보다 부드러워져서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다.
▲시리즈를 만들 때 1편이 좋다 해서 속편에서 그대로 가면 100% 실패한다. 본 영화 또 보는 거다. 캐릭터는 그대로 가지만 강철중(설경구 분)도 달라지고 악당도 입체적으로 변하니까 관객들이 1, 2편과 비교를 안 한다. 새로운 영화를 본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성공한 셈이다.

-'한반도'나 '실미도'에선 유머가 거의 없었는데 일부러 경직된 스타일로 만든 건가?
▲유머를 뺀 게 아니라 할 여유가 없었다. 굉장히 후회하는 부분이다. '한반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실미도'는 왜 그렇게 유머가 없었을까 후회했다. 드라마를 만드는 게 벅차서 그랬던 거다. 그래서 '강철중'을 만들며 '이번엔 제대로 유머를 해보겠다'고 생각했다.

-'실미도'에 유머까지 있었으면 관객이 더 들었을까?
▲더 드는 게 아니라 관객들의 만족도가 더 높았겠지.

영화 '강철중'

영화 '강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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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와 '한반도'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영화다. 반면 '강철중'은 기승전결이 약한 편이다.
▲이건 기승전결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다. 기승전결에 비중을 두면 유머가 죽는다. '투캅스' 1편 보면 긴장감은 전혀 없다. '공공의 적' 1편에 '투캅스' 1편을 그대로 얹겠다고 말한 건 관객이 영화를 편하게 보라는 의미에서였다.

-이전 영화도 그랬지만 이번 영화도 사회적인 메시지가 많이 들어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난 사회적인 메시지가 없는 영화는 찍고 싶지 않다. '강철중'은 TV 시사프로그램 '세븐데이즈'를 보다 힌트를 얻어 만든 영화다. 고등학생을 조직원으로 끌어들여 세를 확장시키는 폭력조직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는 영화를 만들면서 '우리가 사는 사회에 이런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여기에 유머를 더하면 의미 전달이 금방 된다. 기본적으로 내가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고 한국 감독으로서 한국사회를 조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난 판타지 영화는 솔직히 관심도 없고 자신도 없다. 멜로나 SF도 마찬가지다.

-'투캅스' 이후 15년이 지났다. 유머도 유행이 있는데 젊은 관객들의 취향 변화가 신경 쓰이진 않았나?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수십 년이 지나도 재미있다. 코미디는 깊이의 문제지 유행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서 '투캅스' 1편 만들던 심정으로 만들었다. 코미디 부분은 흡족하다.

-'투캅스'에 비해 '강철중'의 유머에는 인간적인 면이 녹아 있다.
▲내가 감독을 20년 동안 했다. 당연히 사회를 보고 사람을 보는 눈이 깊어지지 않았겠나. 이번 영화 시사 후 들었던 가장 큰 찬사는 코미디가 녹슨 게 아니라 더 세졌다는 말이었다. 영화를 본 어르신 한 분이 내게 '감독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공공의 적2'는 1편보다 관객은 많이 들었어도 평가는 좋지 않았다. 어떤 부분에서 그런 평가를 받은 것 같나?
▲관객이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쥐고 있는 검사라는 직업에 대해 불편한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반면 형사 강철중을 보면 자신보다 못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서민 같아서 편하게 생각한다.

-장진 감독의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며 어떤 점에 가장 신경 썼나?
▲장진 감독에게 정리는 내가 할 테니 무조건 많이 쓰라고 했다. '장진 식 코미디를 모두 내 스타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내가 봐서 재미 없는 건 모두 날리고 압축했다. 장진 감독이 영화를 보고 나더니 "내 글이 이렇게 안 다치면서 전혀 다른 작품으로 변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하더라.

-강철중이 쇠고기 갈비를 먹으며 광우병 관련 발언을 하는 장면에 관객들이 폭소한다. 미리 예견하고 만든 장면인가?
▲아니다. 전혀 예측 못 했다. 내 바람은 단지 하나였다. 농민들이 죽어가고 있으니 수입산 쇠고기 먹지 말고 국산 쇠고기 먹자는 것 말이다. 넉 달 전에 찍은 건데 마치 이 사태를 예견하고 찍은 것처럼 돼버렸다.

-'황진이' '아들'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싸움' 등 최근 시네마서비스 영화들이 줄줄이 실패했다. 실력 있는 강우석 사단의 감독들마저 실패했는데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실 그 영화들이 그렇게 못 만든 작품들은 아니었다. '아들' 같은 영화는 정말 아깝다. 시장이 죽인 것이다. 관객들이 멀어져 가고 있는 상황에 같이 휘말린 것이다. 우리는 남의 돈으로 찍는 게 아니라 다 우리 돈으로 찍는다. 그동안 벌어놓은 거, 차입한 거 모두 날아갔다. 부채만 남았다. 그래서 '강철중'이 잘 돼야 한다. 800만명 정도 들면 어느 정도 부채를 갚을 수 있을 것 같다. 400~500만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할리우드 영화들이 공세가 끝나는 시기로 개봉일을 잡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이렇게 나선 건 나라도 할리우드 영화들에 맞서서 이겨야 후배 감독들이 치고 나올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 시네마서비스는 '모던보이'와 '신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전망은 어떤가?
▲김상진 감독이 '주유소 습격사건2'를 준비하고 있다. 후속작도 몇 편 더 있다. 앞으론 시네마서비스가 일어날 것이다. '주유소 습격사건2'는 내년이 10주년이라 그때 맞춰 개봉할 생각이다. 김상진 감독이 그 전에 다른 작품을 하나 더 만들 것 같다.

-흥행에서 실패한 후배 감독들에게 뭐라고 조언해줬나?
▲격려의 욕을 했다. 관객을 무서워하라고 말했다. 감독 하고 싶은 대로 만들지 말고 관객과 타협하라고 했다. 상업영화는 관객이 어떤 영화를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찍으라고 말했다.

-올해로 감독 데뷔 20년이다. 제작과 감독을 함께한 지는 15년이다. 그동안 자신이 만든 최고작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투캅스'와 '강철중' 두 편이다. 그 전까진 두 편에 '공공의 적' 1편이 들어갔는데 이젠 '강철중'이 더 좋다. 난 역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을 때 기분이 좋다.

-20년간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초기작 외에는 실패작이 거의 없다. 비결이 무엇인가?
▲운이 좋았다. 그 시기에 관객들이 보고 싶었던 영화를 만들어서 성공한 것 같다. 실수만 하지 않으면 그다지 실패한 영화를 만들 일은 없다.

'강철중'

'강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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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동안 충무로 파워 넘버 원이었다. 제작자로서 감독으로서 강우석이 해낸 일 중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은 무엇인가?
▲'투캅스' 1편을 만들어서 한국영화도 할리우드에 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영화를 우습게 알던 극장주들에게 한국영화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처럼 한국영화가 위기에 처했을 때 다들 내게 기대를 거는 것 같다.

-현재 시네마서비스는 어느 정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나?
▲시네마서비스는 여전히 내가 1대 주주다. CJ엔터테인먼트는 2대 주주다. 완전히 손을 뗐다가 다시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회사가 거의 멈춰 있다. 내가 관연하는 부분은 관리의 측면이 아니라 작품 제작과 투자 측면이다.

-현재 한국영화 투자가 거의 멈춰 있다. 해결책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감독이 해법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시나리오만 좋으면 바로 들어간다.

-젊은 감독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있다면?
▲영화에 미치라는 것이다. 24시간 영화만 생각하고 영화만 고민하라는 말하고 싶다. 흥행작 한 편을 만든 감독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한 편만 잘 되면 대가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감독들이 있다. 난 비즈니스를 하고도 20년간 16편을 찍었다. 영화만 찍었으면 더 많이 찍었을 것이다. 다들 뭐가 그렇게 할 일이 많은지 3, 4년 만에 한 편 찍는다. 다른 데 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영화만 찍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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