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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이건희 前회장, 13년만에 법정에 서다

최종수정 2008.06.13 11:30 기사입력 2008.06.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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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1시 20분경. 짙은 쥐색 양복을 입고 입을 다문 체 이건희 전 회장은 차 문 밖을 나섰다. 여기저기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며 오전부터 대기하던 이들이 웅성거렸지만 이 전 회장이 응시한 건 건물 밖 포토라인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이들이었다.

이날 진보신당 당원 5인은 '건희야 감옥가자'는 피켓을 들고 이 전 회장이 차 문 밖을 나서자 '이건희를 구속하라'를 외치며 핏대를 높였다. 이 전 회장은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이들을 오랫동안 응시하며 무거운 걸음을 내디뎠다.

13년만에 서울중앙지법 417호실에 출두한 이 전 회장은 법정 안에서 힘겨운 모습이었다. 재판관 입장 후 모든 참관인들이 일어날 때도 양측에 앉은 변호인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일어났다 앉았다.

"모두 제 불찰이며, 책임도 제가 다 지겠습니다. 지난 20년간 외국 기업과 경쟁하며 이겨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지금 와서 보니 주변을 돌아보는 데 소홀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전 회장은 피고인 모두 발언에서 "앞으로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 혹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더라도 실무자의 말을 모두 믿고 사실로 받아들이겠다"며 "이 법정에 선 사람들의 잘못이 있다면 제 책임하에 있는 일이니 선처를 바란다"고 했다.

이 전 회장은 첫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변호인이 준비한 문건을 읽는가 하면, 담당 판사와 특별검사가 발언할 때는 이를 경청하는 모습이었고, 간혹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눈은 또렷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오후 7시 30분경 장장 6시간에 걸친 첫 공판이 끝난 뒤 법원 밖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나도 피곤한데 여러분도 많이 피곤하셨겠다"며 오히려 기자들을 격려했다.

지난 1995년 전두환ㆍ노태우 비자금 사건 이후 13년만에 법정에 나선 이 전 회장의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이 전 회장은 오는 18일에 예정된 제2차 공판에 출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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