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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시간의 화살’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최종수정 2020.02.12 13:09 기사입력 2008.06.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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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시간의 화살’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2008년 한해를 시작하면서 ‘시간의 화살’에 대한 얘기를 경제레터로 보내드린 적이 있습니다. 시간의 화살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합니다. 시간의 화살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없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간을 적당히 흘려보내고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국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의 화살을 놓친 정책이나 지도자의 결단은 그만한 희생과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비용은 결국 국민들이 떠안아야 하고 그 사회의 발전 속도 역시 더뎌지게 됩니다. 시간은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이면서도 잘 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도 이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첫 단추를 잘 끼우지 않으면 마지막 단추를 끼울 자리가 없어지게 됩니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면 그만큼 시간을 낭비하게 되고 다시 단추를 끼우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 사이에 시간의 화살은 활시위를 떠나게 되고 기회는 멀어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하루하루를 시간의 화살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우리는 시간의 화살을 놓치는 바람에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그 대가역시 처절했습니다.
당시 우리사회는 과소비 열병 속에 미래를 보지 못했습니다. 해외 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빚이 늘어났습니다. 외화가 부족해지자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외화를 빌리게 되고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실업자가 급격히 늘어나게 됐고 말짱하던 직장인들이 거리로 내몰리면서 어딜 가나 노숙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게 되고 소득이 없거나 줄어들어 생활을 유지하는데 급급해한 처절한 상황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처럼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 국민들은 장롱속의 돌반지까지 꺼내는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이게 됐고 기업들도 뼈를 깎는 조조정노력을 통해 생존을 위해 몸부림 쳤습니다.

지금 그런 어두운 기억을 되살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위기의 조짐들은 우리에게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시간의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면 우리는 다시 침체의 수렁에서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렇게 힘든 상황을 알리는 지표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때보다 악화된 생산자 물가가 그렇고 미분양아파트가 IMF이후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자식이 딸린 백수가 20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하투(夏鬪)에 발목이 잡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하루에 최대 1조원 상당의 운송이 차질을 빚을 운명에 놓여 있습니다. 물류대란 때문에 경제가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에다 기름값의 급격한 상승은 불황의 그늘을 더욱 짙게 하고 있습니다.

화살의 방향은 화살에 매달린 우리가 아니라 시위를 당기고 있는 궁수와 그에게 명을 내리는 사령관만이 알 수 있습니다. 시위를 당기고 있는 궁수와 그에게 명을 내리는 사령관은 우리가 아닌 세계시장의 경쟁자들이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입니다.

때문에 그들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도와줄 이유도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잘못되는 것을 바랄 수도 있습니다.

올바른 출발은 올바른 결과에 도달하고 그릇된 출발은 그릇된 결과에 이르게 됩니다. 이명박 정부 출발 후 잘못된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잡음이 일어났습니다. 광화문에, 시청 앞 광장에 촛불이 꺼지지 않는 것도 첫 단추가 잘 못 꿰어졌기 때문입니다.

정책의 선택에서, 내각을 인선하는 부분에서 잘못된 단추를 다시 끼우려다보니 청와대 비서진과 총리를 비롯한 내각이 모두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출하게 되는 과정으로 연결됐습니다.

새끼독수리는 날 수 있을 때가 되면 어미 독수리의 등에 업혀 공중 높이 올라갑니다. 그러나 어미독수리는 공중높이 올라간 다음에 새끼 독수리를 가차없이 떨어뜨립니다. 어미의 품에서 벗어난 새끼독수리는 살기위해 발버둥을 칩니다. 이를 지켜본 어미독수리는 생사의 기로에서 퍼득이는 새끼독수리를 날개로 받아서 둥지에 올려놓고 기릅니다. 그러나 살기위해 몸부림치지 않고 총알처럼 땅으로 떨어지는 새끼는 죽게 내버려 둔다고 합니다.

정글의 법칙속에서 살아남는 법은 인간세계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역사가 이를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강한 민족은 약한 민족을 지배합니다. 지구상에 수많은 나라와 민족들이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명멸해 갔습니다. 기업의 세계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약한 기업은 강한 기업에 먹히게 돼 있습니다. 약육강식의 쟁탈전을 치르면서 말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이제 100일이 넘었습니다. 기대를 안고 등장했지만 혹독한 시련을 당하고 있습니다. 어미 독수리의 품에서 떨어뜨려진 새끼독수리와 같은 위기상황을 맞게 된 것입니다. 이 시련을 극복할 타이밍,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면 역사는 지금을 암흑의 시대로 기록할 것입니다.

문제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어미 독수리 등(국민)에 업혀 공중높이 올라갔다가 떨어진 것을 값진 경험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새로운 미래를 열수 있습니다. 새로운 출발도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더 늦기 전에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첫 단추와 ‘시간의 화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주말이되시기 바랍니다. 꺼지지 않는 도심의 촛불과 화물연대의 파업, 치솟는 유가에 시간의 화살을 묻어버리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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