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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막은 '정치파업' vs 내몰린 '생계파업'

최종수정 2008.06.13 08:31 기사입력 2008.06.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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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夏鬪를 보는 두가지 시각] 올 여름 사상 최악의 '하투' 국내경제 옥죈다

13일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시작될 사상 최악의 '하투(夏鬪)'가 국내 경제를 옥죌 태세다. 화물연대가 조합원의 운임 인상을 내세워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금속노조도 완성차 업체의 총파업을 산별노조 투쟁동력 확보 카드로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 올해 여름 산업계를 강타할 '하투 2제'의 단면을 들여다봤다.

◆ 금속노조, 美 쇠고기까지 연계 정당성 의문
화물연대 총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오전 내륙컨테이너기지인 경기도 의왕시 경인 ICD에서는 제한적으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항구에서 컨테이너가 제때 들어오지 못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윤동주기자 doso7@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최대 조직인 완성차 노조들은 사실상 파업 수순에 돌입한 상태다.

미국 쇠고기 수입에서 촉발된 대규모 촛불집회에 '편승'해 노동계의 결집을 이뤄 사측과의 임단협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이 짙다. 금속노조의 최근 행보를 반추하면 약화되고 있는 산별노조의 투쟁동력을 다시 지피기위해 교섭사안과 무관한 쇠고기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금속노조와 완성차 지부는 올해 업체가 개별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과제를 내세워 산별 중앙교섭을 요구해왔다. 해외투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6개 항목의 중앙교섭 의제를 내놓고 중앙교섭, 대각선 교섭을 요구하다가 여의치 않자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총파업으로 가기위해 명분을 쌓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금속노조의 향후 투쟁 일정도 일사천리다. 12~13일 총파업 찬반투표 실시 이후 16~18일 중앙교섭 불참사업장 규탄 릴레이투쟁, 18일 임단협 투쟁승리를 위한 조합원 결의대회, 24-26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규이 쉴새없이 이어질 예정이다.

일부 완성차 업체의 사업장은 정상궤도를 이미 이탈한 상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0일 잔업 거부로 사실상 불법 파업을 단행했다. 기아차, GM대우, 쌍용차 사업장들도 향후 투쟁 일정에 따라 조업 차질을 배제할 수 없다.

완성차 노조들은 분규에 미온적인 조합원들을 압박하는 무리수까지 두고 있다. 각종 집회에 조합원의 참가를 종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할 기회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노조가 하투 기간동안 노조 홈페이지내 자유게시판을 폐쇄했고, 현대차 노조는 상경투쟁에 불응하는 대의원들의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출범 이후 2년 동안 성과를 보이지 않을 경우 존립 근거를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금속노조를 지배하면서 투쟁의 순수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

◆ 잘못된 대책 화물 연대 禍불러.. 산업계 골병
화물연대의 파업 강행 논거는 상대적으로 확고하다. 지난 9일 90.8%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조합원들로부터 총파업 찬성을 이끌어냈다. 노동법의 혜택을 제대로 입지 못하는 불안정한 현실에 고유가까지 겹쳐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는 파업 강행때 그동안 지급해왔던 유류보조금을 없애겠다는 강수를 띠워 화물연대를 자극했다.

생존형 투쟁 성격을 띠는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여론도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실제로 화물연대 홈페이지에는 '비폭력 투쟁이라면 찬성이다', '정부가 고유가에 대처할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네티즌의 격려성 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와 맞물린 반정부 투쟁 정국이 낳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총파업 선언과 함께 국내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하역 및 선적 작업이 차질을 빚는 등 물류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만큼 '경제를 볼모로 한' 파업에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경제5단체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수출이 갈수록 힘겨워지는 가운데 물류대란이 가세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경계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2003년 물류대란'이 정치적인 측면이 강했다면, 올해는 고유가 등에 따른 생존 차원의 불만이 폭발해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정부와 재계도 마땅한 대책이 없어 자칫 파업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정부는 국내 수출업체(화주)들과 만나 운송료 인상에 대해 한발 양보해 줄 것을 요구한 가운데 화주들도 긍정적인 답변을 했지만, 아직 실무차원의 결과물이 도출이 안될 만큼 모두에게 어려운 상황이다.

물류업계 모 관계자는 "화물연대 총파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산업계도 피해가 불가피한 가운데 물류 적체를 해소할 다른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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