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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강철중은 강철중을 모방하지 않는다"(인터뷰)

최종수정 2008.06.19 10:47 기사입력 2008.06.1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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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강철중이 돌아왔다. 속된 말로 '꼴통' '무대포'로 불리던 형사 강철중이 귀환한 것이다.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1-1'(제작 KnJ엔터테인먼트, 감독 강우석)은 '공공의 적'의 직계후손 격 작품이다. '공공의 적2'의 강철중은 검사였으니 정식 속편은 이번 작품인 셈이다.

한국영화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로 꼽히는 형사 강철중의 귀환이기 때문인지 충무로가 '강철중: 공공의 적1-1'(이하 '강철중')에 거는 기대는 크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잇따른 맹공에 맥을 못 추고 있는 한국영화가 모처럼 기를 펼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다들 '강철중'이 한국영화의 구원투수라고 하는데 오히려 1번 타자에 가까워요. '강철중'이 일단 진루를 하고 나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님은 먼 곳에' 같은 영화들이 계속 잘 돼야겠죠. 이게 한국영화에 하나의 전환점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서울 충무로 KnJ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설경구는 영화 속 강철중과 달리 몰라보게 살이 빠져 있었다. 영화보다 다섯 살은 더 젊어진 듯한 그는 새털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강철중은 강철중을 모방하지 않는다

'공공의 적' 이후 5년 지난 시점이 배경이지만 '강철중'의 강철중과 '공공의 적'의 강철중은 다르다. 그사이 강철중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고 생활고를 걱정하는 직장인이 됐으며 학생들을 걱정하는 어른이 됐다.

"'공공의 적2'의 강철중은 제가 하면서도 재미가 없었어요. 1편 때는 대사도 현장 가서 해결하곤 했는데 2편은 어려운 용어가 많아서 국민교육헌장 외우듯이 대사를 외웠어요. 주위에서 형사 강철중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하셔서 저도 다시 생각하게 됐죠."

극중 강철중은 다섯 살을 더 먹었지만, 배우 설경구는 여섯 살이 늘었다. 당연히 예전의 강철중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강우석 감독은 같은 캐릭터를 재탕하고 싶지 않았고, 설경구는 6년 전의 자신을 모방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한 번 했던 역할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막상 촬영 들어가려니 겁이 났어요. 잘해 봐야 본전이니까. 현장 스태프들이 모두 '공공의 적' 1, 2편과 '실미도' 때 같이 했던 분들이라 강철중에 대해선 잘 알 거 아니에요. 스태프들이 '배가 덜 나왔어' '웃는 게 강철중 같지 않은데?' '강철중 톤으로 해줘' 그러는데 뜨끔한 거예요. 강철중 톤? 그게 뭐지? 생각해보니 음율이 있더라고요. 내가 했던 건데 나는 모르겠어요. 나를 모방해야 하니 은근히 스트레스가 됐어요."

◆ 설경구가 욕을 참느라 욕 본 사연

배우들은 대체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기 싫어한다. 개봉 직전이나 직후에 한두 번 보는 게 전부인 경우가 많다. 설경구도 마찬가지다. '공공의 적'은 개봉 당시 본 게 유일하다.

"스스로를 괴롭히기 싫어서 1편을 다시 보지 않았다"고 말하는 설경구처럼 강우석 감독도 굳이 1편의 강철중을 반복하고 싶진 않았다. 캐릭터의 기본 틀만 가져왔을 뿐 1편과는 어차피 별개의 작품이고 다른 캐릭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철중'은 코미디에 방점을 찍는 작품이다. 주연, 조연 심지어 악역인 '공공의 적'마저 웃음을 유발한다. 악역이 인간적으로 변하니 강철중도 1편에 비해 훨씬 부드러워졌다. 모두 강우석 감독의 계산 아래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설경구도 애드리브를 최소한 자제해야 했다.

"감독님이 대사 토씨 하나 틀리는 걸 싫어해서 대사를 모두 외우고 촬영에 임했어요. 원래 제가 흘리듯이 대사를 하는 스타일인데 연극하듯 대사를 정확히 해야 해서 힘들었죠. 시나리오 상에서 강철중이 많이 착해지고 순화돼서 욕이 거의 없었어요. 강철중을 연기하면서 욕을 안 하려니 근질근질 하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께 '욕 좀 하면 안 돼요?' 물었더니 대뜸 '안 돼. 하지마' 그러시던데요. 15세 관람가를 너무 의식하셨나.(웃음)"

◆ 일할 때도 쉴 때도 연기를 위해 산다

'형이 돈이 없다고 해서 패고, 말 안 듣는다 그래서 패고, 어떤 XX는 얼굴이 기분 나빠 그래서 패고, 그렇게 형한테 맞은 애들이 4열종대 앉아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다.'

강철중의 트레이드마크인 '형이 말이다~'로 시작하는 대사를 다시 들을 수 없다는 건 '공공의 적' 팬으로서 안타까운 일이다. "감독님한테 딱 한 번만 하자고 했어요. 정 안 되면 에필로그에서라도 서비스로 한 번만 하자고 했는데 안 된대요. '강철중' 보신 분들 중에는 강철중의 매력이 없어졌다고 아쉬워 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영화 속 인물을 위해서라면 10kg을 늘이고 줄이는 데 전혀 인색하지 않은 설경구라지만 매번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놈 목소리' 때는 조금씩 살이 빠지는 인물이라 천천히 빼면 됐으니까 괜찮았는데 '역도산' 끝나고 나서는 정말 힘들었어요. '공공의 적2'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우울증에 걸린 적도 있었죠."

설경구는 '강철중' 촬영을 마친 후 영화 때문에 늘린 11kg을 빼기 위해 '잠수'까지 감행하며 운동 삼매경에 빠져 있다. 윤제균 감독의 재난영화 '해운대' 촬영에 임하기 위해서다. 운동을 병행하며 살을 빼니 건강도 좋아지고 피부도 좋아졌단다. 체력이 부족하면 현장에서 제대로 연기할 수 없다는 지론이 그의 평상시 생활까지 지배한다. '돌아온 싱글' 설경구의 삶은 촬영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온전히 연기를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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