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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이상한 사람들, 그 자체가 드라마틱한 '아버지와 마리와 나'

최종수정 2008.06.11 08:24 기사입력 2008.06.1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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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문용성 기자]“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다. 하지만 그들은 사는 모습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같이 아름답게 살아간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대마초에 쪄든 왕년의 록가수 아버지와 그 아버지 때문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학창시절을 암울하게 보내는 아들, 그리고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를 어린 미혼모를 다룬 영화 ‘아버지와 마리와 나’의 이무영 감독이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다.

아들보다도 철없는 아버지 배태수(김상중 분), 아버지보다 더 어른스런 아들 배건성(김흥수 분), 엉뚱한 18세 애엄마 마리(유인영 분). 게다가 주위의 시선을 피해 산 속으로 들어가 사는 아버지의 동성애자 친구들, 타워팰리스에서 사는 부잣집 아들이면서도 가난한 친구와 음악을 좋아해 함께 수모를 겪는 아들의 부잣집 친구 등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는 참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마약사범으로 15년 간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는 동안 아버지와 아들의 역할은 바뀐 지 오래고,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아버지는 친구들에게 대마의 모종을 얻어 집 마당에 심고 정성껏 키운다. 대책 없이 유유자적하는 아버지 앞에서 맞담배질을 하고, 맥주를 입에 달고 사는 고등학생 아들은 아이러니하게 록가수를 꿈꾼다. 우연히 이 집에 굴러들어온 미혼모는 분유 산다고 여학생 돈을 뺏고, 아기를 호적에 올리기 위해 남자를 찾는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면 영화가 이상하지는 않다. 아들에게 “난 네가 세상을 그냥 대충대충 건성건성 살았으면 좋겠다. 난 이렇게 사는 게 좋다”며 무책임한 것처럼 보이는 아버지의 대사, 아버지 눈앞에 마약근절 포스터를 붙여놓으며 “이제 혼자 사는 것 지쳤단 말이야. 나도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고 울부짖는 아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삶의 이유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대마초에 중독된 이유는 스포일러성이라 언급할 수 없고, 마리의 정체는 애초부터 감독의 의도 하에 드러나지 않는다. 과연 그들이 추구하는 삶이 행복인지, 종국에 그들이 꿈꾸는 행복을 얻을 수 있을지도 관객의 평가에 달려있다.

다만 이 영화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그동안 금기시했던 대마초를 중심 소재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이 아닌 소수자들을 대거 끌어들였는데도 영화를 보는 동안 은근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TV드라마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그린다면, 영화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순탄하지 않은 삶을 그린다.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마음을 울리는 드라마들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이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에는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 자체가 드라마틱하다.

때문에 보편적인 관객으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다소 암울하지만 국내 영화에서 보기 드문 소재와 스토리 전개로 특별한 관심을 받는다면 다행이지만, 감독의 작가주의적인 고집으로 인해 자신만을 위한 영화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혹시 후자의 경우라면 한 대수의 ‘오면 오고’나 ‘행복의 나라’, 산울림의 ‘어디로 갈까’ 등 젊은이들에게는 생경하지만 포크음악의 향수를 갖고 있는 중장년층의 가슴을 두드릴 옛 노래들과 함께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오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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