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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미국車 vs '날아가는' 일본車

최종수정 2008.06.05 14:17 기사입력 2008.06.0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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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의 '힘', 美 빅3 제쳐.. 고유가 시대 엇갈린 희비

'빅3'의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미국 시장이 드디어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에 백기투항하고 말았다.

미국의 '빅3'가 시장 점유율에서 일본의 '빅3'로 통하는 도요타ㆍ혼다ㆍ닛산에 사상 처음 밀리고 만 것이다.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형차 판매 정책을 고집해왔던 것이 가장 큰 화근이었다. 향후 반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래형 하이브리드카 개발 경쟁에서도 일본 빅3에 밀리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 美 자동차 시장 대이변=미국 자동차 시장에 대이변이 일어났다. 지난달 자동차 판매에서 사상 처음 아시아 자동차 메이커들이 미국의 '빅3'를 제친 것이다.

대형 픽업트럭과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생산을 고수해온 포드 자동차, 제너럴 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는 소형차를 내세운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아시아의 10개 자동차 브랜드가 점유율 48.1%를 차지한 한편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는 44.4%를 기록했다.

판매 1위인 혼다는 인기 모델 '시빅'을 하이브리드로 개조해 5만3299대나 팔았다.

26년간 미국시장에서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온 포드의 픽업트럭 'F시리즈' 대신 1위에 등극한 것이다. F시리즈는 4만2974대가 판매됐다.

◆휘발유가 갤런당 4달러 넘어=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약 4000원)를 넘어서면서 그러잖아도 잔뜩 움츠린 소비자들이 지레 겁을 먹고 '기름 먹는' 대형차에서 소형차로 잇달아 갈아타고 있다.

그 동안 미국인들은 차 안이 넓고 아늑한 대형 픽업트럭이나 SUV를 선호해왔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신고가를 경신 중인 유가가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자 아예 차를 '교체' 해버리는 추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여파로 주택시장은 물론이고 금융기관들의 신용위기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임금은 제자리 수준이고, 나날이 치솟는 물가와 증가하는 실업자로 소비심리가 최저로 위축되고 있어 미국의 소비시장이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 日 빅3, 소형 하이브리드카 적극 개발=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기름 소비를 줄이기 위해 이른바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도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한 발 앞섰다.

일본 업체들 대다수는 오는 2010년 출시를 목표로 충전식 리튬이온배터리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는 마쓰시타와 손잡고 하이브리드카 전용 배터리 공장 2곳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혼다는 소형차 '피트'와 '시빅'을 하이브리드카로 개조해 2010년부터 연간 50만대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닛산은 니혼전기(NEC)와 공동으로 리튬이온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하이브리드카 구입 고객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리튬이온배터리 대여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 美 빅3 고전의 악순환 = 미국의 빅3는 소형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뒤늦게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경영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급기야 포드는 지난 2년간 153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고급 브랜드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도 최대 트럭제조업체인 타타에 24억달러(약 2조4570억원)에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포드의 앨런 멀러리 최고경영자(CEO)는 비용 절감을 위해 오는 8월1일까지 2000명 가량의 직원을 감원할 예정이다.

도요타와 세계 판매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GM은 지난달 판매가 30%나 급감하면서 대대적인 경영 구조조정에 나섰다.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소속 직원 1만9000명을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지난 2월 UAW 조합원 7만명에게 조기 퇴직과 계약 만기 전에 연봉을 지급하고 퇴직시키는 바이아웃을 제안했으며 2006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3만4400명을 감원한 바 있다.

보다 충격적인 것은 유가 급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아래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는 픽업트럭 공장을 비롯해 위스콘신과 오하이오, 멕시코 공장 등 4개 공장을 전격 폐쇄키로 한 것이다.

아울러 SUV '허머(Hummer)' 등 대형 차량 부분의 전면적인 구조조정과 일부 혹은 전부를 매각하는 방안 등 모든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캐나다 자동차노조(CAW)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AW는 GM이 2주 전 향후 3년 간 효력이 있는 노사합의에 서명하고도 사전 협의나 예고 없이 2500명이 근무하는 오샤와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은 '배신행위'라며 공장 출입 봉쇄 등 물리적인 수단까지 동원해서라도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해 있는 GM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인 셈이다.

◆ 美 빅3, 솟아날 구멍은 있는가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이 일본 세력에 밀려 고전한 것은 미국 자동차 역사상 오랜 치욕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발 빠르게 시장을 파악하고 소형,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나선 아시아 자동차 메이커와는 대조적으로 지구온난화 현상에 따른 환경규제 강화 및 고유가 대책 마련에 너무 안일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대대적인 경영 개선과 함께 뒤늦게 동참한 친환경 차량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면 '5월의 치욕'을 어느 정도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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