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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바윗덩어리를 사자로 만드는 법

최종수정 2020.02.12 13:10 기사입력 2008.06.0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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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바윗덩어리를 사자로 만드는 법
내일부터 황금연휴가 시작됩니다. 그런데도 왠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만큼 정국이 어수선한데다 불확실성을 더해가는 경제위기조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재 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했군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충격은 그만큼 컸을 것입니다. 100일 만에 겪는 아픔이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상처가 더 커지기 전에 다시 시작하는 것이 그만큼 수월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왕 다시 시작하려면 백지를 놓고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입니다. 지우고 덧붙이고 하다보면 누더기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큰 물고기 먹어치우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등장인물인 피카소가 바윗덩어리를 사자로 조각하는 얘기입니다. 간단한 얘기지만 헝클어진 정국의 매듭을 풀어 가는데 해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 피카소의 스튜디오에 방문객이 찾아온다. 스튜디오 가운데에는 손도 대지 않은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놓여 있다. 방문객은 피카소에게 그 바위로 무엇을 할 생각인지 물어본다. 위대한 예술가가 대답한다.
“저걸로 사자를 조각할 거예요.”

방문객은 깜짝 놀란다. 그로서는 어떻게 저런 돌덩이에서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지 상상조차 힘들다. 피카소에 대한 경외심을 표하며 방문객은 아무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바윗덩어리에서 무엇으로 어떻게 어디서부터 사자를 만들 생각인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피카소가 대답한다.

“아, 아주 간단하오. 정(丁)을 집어 들고 사자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조각들을 잘라내기만 하면 되오.”>

저자인 애덤 모건은 바윗덩어리를 사자로 조각하는 테크닉을 이처럼 간단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으니 단순함에서 해법을 찾으라는 충고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광고전문가인 존 스틸은 애덤 모건의 친구라고 합니다. 그는 ‘퍼펙트 피치’(perpect pitch)에서 피카소가 사자를 조각하는 얘기를 인용하며 소통의 테크닉에 대한 지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윗덩어리를 깎듯 하나씩 줄여나가는 과정(잘못된 부분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지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존 스틸이 어떻게 하면 프레젠테이션을 완벽하게 하느냐하는 지혜를 제공하기 위해 ‘퍼펙트 피치’를 썼습니다. 그러나 그는 소통(커뮤니케이션)의 영역에서도 이 사례는 적용된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취임 100일 맞은 이명박 정부가 다시 시작하기 위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느냐는 것입니다. 그것이 얽히고설킨 매듭을 풀어줄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은 3일 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우리가 잘 몰랐던 점이 적지 않다.” “쇠고기 문제로 인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통상적이고 행정적인 대책에 그치지 말고 비상시기라는 인식아래 과감하고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출발은 바윗덩어리에서 사자를 조각하는 마음에서 다시 시작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국민의 눈높이도 맞출 수 있고 신뢰의 회복도, 국민과의 소통도 가능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위해서는 그동안 잘못됐던 부분을 하나하나 도려내면 됩니다. 바윗덩어리를 丁(정)으로 잘라 내 사자를 조각해 나가듯이 말입니다. 잘 못 잘라내면 의도했던 대로 사자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호랑이가 될 수도 있고 고양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잘라내지 못하면 그대로 바윗덩어리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잘못된 부분이 한·미간 쇠고기협상이건, 인사문제이건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취임한지 100일이 갓 지난 상태이니 새로운 바윗덩어리를 사자로 조각하려는 마음을 먹으면 그동안의 시행착오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며칠 전 “It's the economy, stupid” “It's the trust, stupid” “It's the timing, stupid”에 관한 레터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신뢰와 타이밍이기 때문에 제안한 것이었습니다.

다 아는 얘기지만 “It's the economy, stupid”(문제는 경제야, 이 멍청아)는 클린턴이 현직대통령이었던 부시를 압도한 선거슬로건이었습니다.

이 슬로건을 고안해낸 사람은 제임스 카빌입니다. 그는 정치 컨설턴트였습니다. 그는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대선승리 이후 일약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정치컨설턴트로 명성을 날리게 된 것입니다. 그는 그 이후 영화제작, 스포츠 캐스터 등으로 활약하다가 지금은 힐러리 클린턴을 돕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이 슬로건을 내세운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제에 성공적으로 초점을 맞추면 클린턴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며 반대로 이러한 중심주제에서 비켜간다면 패배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심지어는 클린턴의 혼외정사에 대한 질문을 받을 경우에도 경제문제에 초점을 돌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처럼 단순한 메시지로 현직 대통령이었던 부시를 쓰러뜨렸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바닥에 떨어진 현 정권의 지지율을 높이는 방법도 단순한 데서 찾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입니다. 신뢰에서 출발하면 모든 매듭이 순조롭게 풀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존재이유는 국민을 편하게 하는 것이고 國格(국격)을 높이는데 있습니다. 일본의 전국시대 때 통일의 기초를 닦은 오다 노부다가는 마음속에 언제나 “영웅은 민중의 노예다” “천하는 천하의 소유물”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는 연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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