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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간 가수들, 왜 계속 실패할까?

최종수정 2008.06.01 07:56 기사입력 2008.06.0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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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날나리 종부전'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비스티 보이즈' '기다리다 미쳐' '용의주도 미스신' '뜨거운 것이 좋아' '두 얼굴의 여친'….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출연한 최근 한국영화 개봉작 목록이다. 할리우드 영화지만 비가 출연하는 '스피드 레이서'도 있다. 이 영화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흥행에서 대체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이다.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연예인들이 영화로 진출해 실패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는 배우 출신 가수들이 '쪽박'을 차는 확률과 거의 유사하다. 가수들이 TV드라마에 진출해 성공하는 일은 많이 있지만 유독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왜일까?

▶ 대중의 선입견이 무서워=사람의 판단기준에 선입견이 작용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마찬가지다. 연기자로 변신한 가수를 대중은 흔히 색안경을 끼고 보게 마련이다. 신인배우에게 관대한 평가도 가수 출신 배우에겐 훨씬 가혹하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비전문가를 믿지 못하는 고정관념이 있다. 한 영화 제작자는 "신인배우는 영화나 드라마에 '전문가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지만, 가수 출신 배우는 절대적으로 연기에 있어서 '비전문가'로 인식된다"며 무분별한 가수 출신 배우 캐스팅을 경계했다. TV에서만 활동하던 배우가 영화로 진출해도 선입견을 깨기 어려운 터에 가수가 영화에 출연하는 건 대중의 선입견과 정면충돌하는 것과 다름없다.
영화 '두 얼굴의 여친'

특히 연기 경험이 거의 전무한 가수가 드라마를 거치지 않고 영화에 진출한다는 것은 훨씬 위험한 일이다. 드라마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배우들도 영화에서는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드라마 '풀하우스'의 정지훈(비)은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쓴맛을 봤고,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호평 받은 정려원은 '두 얼굴의 여친'으로 고배를 마셨다.

이러한 영화들의 상업적 실패를 전적으로 가수들에게 돌릴 수는 없는 일이지만, 관객들의 선입견이 부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는 없다. 드라마가 재미있다면 시청자의 선입견은 금방 깨지지만, 영화는 대단한 상품성을 지니지 않는 한 관객의 선입견을 깨고 지갑을 열게 만들지는 못한다. 이는 단순히 인지도만을 생각해 무분별하게 가수들을 캐스팅하는 영화 제작사들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 연기에 대한 이해 부족=연극 배우들이나 뮤지컬 배우들이 영화에 출연해 종종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장된 연기 때문이다. 장르의 차이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연기가 본업이 아닌 가수들 또한 드라마나 영화라는 장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요 배역을 맡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의 경우 출연자가 영화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극중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연기력이 부족해도 작품에 크게 흠이 되지 않는다. 반면 화면이 크고 상영 시간이 짧은 영화에선 다르다. 작은 실수도 훨씬 크고 길어 보일 수 있다.
영화 '용의주도 미스신'

한 중견 연기자는 "연기력에는 기술적인 면 외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된다"며 방법론적인 연기 테크닉에 감정의 강약조절,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와의 소통 등 단순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손호영이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살인미소와 영화 '용의주도 미스신'에서 보여주는 살인미소는 분명 다른 효과를 낳는다. 마찬가지로 무대 위의 이민우가 보여주는 카리스마는 영화 '원탁의 천사'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여기에 영화의 완성도까지 떨어진다면 가수 출신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거리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 철저한 준비 부족=가수 출신 배우들이 영화에서 성공하려면 보통 배우들보다 2배 이상은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연기력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연기력을 인정 받은 가수라고 해도 실패하지 않으려면 여러 모로 꼼꼼히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영화라는 다른 장르에 대해 철저한 이해가 병행해야 한다. 한 영화 제작자는 "배우가 영화를 선택할 때는 단순히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영화사, 제작자, 감독, 동료 배우 등 신경 써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가요계 매니지먼트사는 대체로 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이런 다양한 문제들을 꼼꼼히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가수들의 스크린 진출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뚝방전설'에 이어 MC몽이 주연을 맡은 '묘됴야화', 그룹 씨야의 남규리가 출연하는 '고死', '못 말리는 결혼'으로 비교적 성공적인 스크린 입성을 치른 'SES' 유진의 '그 남자의 책 198쪽', 스크린에 재도전하는 정려원의 '김씨 표류기' 등이 올해와 내년 중에 개봉될 예정이다. 이 작품들의 흥행 결과와 원인을 분석하는 것도 영화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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