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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배당잔치와 IB

최종수정 2008.05.30 12:40 기사입력 2008.05.3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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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 인사란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게 증권사 IB(투자은행)인력의 스카우트이다. 자통법 시대를 앞두고 핵심인재를 구하기 위한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업계간 이동은 물론이고 홍콩 싱가포르 뉴욕 등에서 글로벌 인재를 수혈해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눈길을 주지 않던 글로벌 인재들이 몰려오는 것은 우리 증시의 성장가능성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뿌듯함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최근 만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전체의 15%가 IB관련 인력이라고 밝힐 정도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 불안한 구석도 없지 않다.

정작 첫 번째 조건인 '실탄 확보', 즉 자기자본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아직 갈 길이 한참 멀기 때문이다.

국내 5대 증권사의 자기자본규모는 2조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 25조원 규모라는 골드만삭스의 10분의 1에 불과하며 일본의 4조4000억원에 비해서도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자본투자(PI)를 통해 고위험 고수익구조를 극복해야 하는 게 IB의 현실인 점을 감안하면 돈뭉치의 크기가 달린다는 건 거의 치명적이다.

외국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한 IB전문가는 "1000억원짜리냐 5000억원짜리냐 하는 것에 따라서 노는 물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푼돈을 들고 다녀서는 큰 판에 끼기 힘들다는 포커판의 생리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그동안 소소한 규모의 IB업무를 계속해왔다. 그러나 '돈이 되는' 의미있는 딜(deal)에 끼기 위해서는 경험외에 자금력이라는 확실한 담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자금력이 필요한 건 IB분야 뿐이 아니다. ELS(주가연계증권), ELW(주가연계워런트증권) 등 최근 각광받는 파생상품 분야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만난 장외파생상품 전문가는 국내 증권사들이 설계에서 판매까지 책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한다. 투자의 위험성 때문에 직접 이런 상품을 다루기를 꺼려 국내 증권사들은 거의 '전달자'역할에 그치고 실제 설계는 외국사들에게 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사들이라고 해서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자금력으로 위험을 감내하며 투자에 나서고 그런 경험들이 축적돼 안정적인 운용으로 연결되고 있다.

결국은 머니게임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증권사간 M&A 등을 통해서라도 대형화가 IB성공의 관건이라고 외쳐대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정기주총을 른룬 상당수의 증권사들이 배당잔치를 벌인 점은 다소 아쉬움이 있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만큼 열매의 일부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IB)전쟁을 치르기 위한 실탄확보를 위해 머리를 싸매야할 특수성을 감안하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배당금의 30% 가량이 누구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내다봐야 할 대주주의 주머니로 돌아갔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더하다.

사실 증권산업의 앞날에 레드카펫만 깔린 건 아니다. 금융당국의 증권사 신설허용과 대기업의 증권사 인수붐으로 고만고만한 증권사들만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며 오히려 먹을 게 없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눈앞의 이익에 매달려서는 대의를 이룰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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