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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달러를 팔고 원화에 투자하라"

최종수정 2020.02.12 13:10 기사입력 2008.05.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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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달러를 팔고 원화에 투자하라"
이중텐과 짐 로저스. 한쪽은 중국 내에서 역사 대중화의 길을 개척하면서 고전의 르네상스를 연 사람이고 한쪽은 금융계의 인디애나 존스로 존경받는 인물입니다. 그들은 국가가 망하는 길과 흥하는 길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제국을 말하다’는 책을 쓴 이중텐은 국운을 좀먹는 바이러스로 관료집단을 들고 있습니다. “제국의 거대한 빌딩은 외부의 자그마한 충격에도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제국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관료집단이 바로 제국의 무덤을 파는 이들이었던 것이다. 성공도 관료덕분이지만 실패 또한 관료덕분이다. 이는 제국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는 이처럼 암세포처럼 증식하는 관료집단의 추악한 모습이 국가의 미래를 절벽으로 떨어뜨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불 인 차이나’( A BULL IN CHINA)로 관심을 모은 짐 로저스는 중국 경제성장을 토대로 13억 중국인구가 지닌 놀라운 에너지와 잠재력, 기업가정신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무한성장 가능성을 진단한 것입니다. 그는 미국의 달러시대가 종말을 고하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대신 무한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국에 투자할 때라고 말합니다. 과감하게 달러를 처분하고 자녀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중국 상품에 투자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관심이 가는 대목은 그가 본 국운의 흥망에 관한 얘기입니다. 그가 비교한 중국의 한나라와 고대 로마, 명나라와 영국의 흥망스토리는 한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의 첫 번째 황제가 될 줄리어스 시저와의 관계를 이용해 이집트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려 했다. 그 무렵 중국은 한나라의 이름아래 오랜 통일왕조를 유지했다. 그때가 기원전 206년~기원후 220년이다. 당시 클레오파트라는 중국산 비단옷을 즐겨 입었다. 그만큼 고대 중국은 서방과 폭넓은 교역활동을 벌였다.

전성기 때 한나라와 로마제국은 거의 비슷한 영토를 지배했다. 그러나 로마가 멀리 떨어진 지역의 여러 민족을 지배한 반면 중국의 다수 민족 국가로 남은 한나라는 400년 동안 같은 문자를 쓰고 공자라는 현인의 실용적 가르침을 따르는 단일 사회를 이룩했다.
당시 유럽은 암흑시대를 겪어야 했다. 과학과 학문이 편협한 종교관에 의해 배척당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중국은 당, 송, 원의 황금기를 거쳐 발전과 혁신을 지속했다. 이 시기 서방세계가 초등학교 수준에 머무르는 동안 중국은 대학을 졸업한 셈이다.

역사학자들은 당나라를 문명사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시대로 꼽고 있다. 전성기 때의 중국은 여지없이 세상에서 가장 풍족하고 근대적인 곳이었다. 모든 길은 수도이자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였던 장안으로 통했고 당나라의 서예와 철학, 정치사상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앙아시아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명나라가 들어서면서 중국은 달라졌다. 유럽에서는 그때가 탐험시대였다. 이 시기 중국의 화물선은 콜럼버스의 배보다 4배나 컸으며 또 다른 발명품인 나침반을 사용할 정도였다. 당시 중국인들은 유럽보다 1세기나 먼저 아프리카 해안을 탐험할 정도였다.

그러나 영국인들이 찾아오자 중국인들은 보물과 영토를 내주기만 하고 만연하는 아편에 찌들어갔다. 서방세계가 산업혁명을 뒷받침한 엔진을 발명하는 동안 명나라 이후의 청나라는 1911년에 무너질때까지 그저 중국의 명맥만을 유지했다. 군벌의 다툼, 일본의 침략, 1949년 공산당의 승리로 끝난 내전으로 ‘중국은 없었던 기간’이었다.>

국가의 명멸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됩니다. 못난 지도자를 둘 경우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고 관료집단이 무덤을 파는 바이러스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군벌의 다툼, 외세의 침략, 그 시대의 국민들이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행동을 했는가도 국운이 흥하느냐, 쇠퇴하느냐의 길을 가르기도 합니다.

이중텐과 짐 로저스의 진단을 보며 미래의 중국, 미래의 한국이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될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중국은 지금 대지진 재앙으로 온 나라가 쑥밭이 되어있지만 여전히 세계의 공장, 세계의 지갑이 될 수 있는 저력을 평가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CEO대통령이 탄생했다는 축제분위기도 잠시일 뿐, 한·미 쇠고기 협상→광우병 파동→촛불시위로 국론이 분열될 위기에 놓여 있으며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정권은 바뀌지 않았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만큼 지도자의 영이 서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국에선 “아우성 문화만이 통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국민들의 강한 요구는 당연한 것이지만 어쩐지 세상이 너무 시끌벅적하고 반미(反美)로 번지는 듯한 시위도 걱정스럽습니다. ‘아우성 문화’가 선진국 진입을 가능케 할 수단이 될까요? 국민의 우려와 불만을 희석시킬 대통령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기에다 유일한 대선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던 경제공약마저 거둬들여야 할 상황입니다. 유가와 국제 원자재값의 폭등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듯 경제에 충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금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주석간의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양국 정상은 서로 ‘가까운 이웃’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친근하게 지낼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칭다오에서 새벽에 닭이 울면 한국 인천에서 들을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면서 한국과 중국이 얼마나 가까운지를 말했고 후진타오 역시 공감한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앞으로 경제교류가 탄력을 받으며 북한 핵 폐기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원칙이 말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두 정상 간 주고받는 대화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국에게 중국, 중국에게 한국은 어떤 존재일까를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를 추격하는 ‘중국의 위협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오랫동안 절친한 이웃이면서 적이었고 선망하면서도 미워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과연 중국이 우리의 성장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떠올렸습니다.

짐 로저스가 말한 ‘중국은 없었던 기간’이 왜 왔는지, 중국이 어떻게 세계의 공장이 됐는지, 세계의 지갑으로 변신하는 중국에 대응하는 지혜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를 생각하는 주말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짐 로저스가 다음에는 불 인 코리아(A BULL IN KOREA)를 주제로 ‘달러를 팔고 한국에 투자하라’고 권고하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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