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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기회의 땅'인도네시아..동남아 섬유 메카로 급부상

최종수정 2008.04.13 15:24 기사입력 2008.04.1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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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 공장마다 풀가동..'산업맥박'한눈에

우기(雨期) 막바지에 접어든 인도네시아는 찜통 더위가 계속되다가도 오후에는 어김없이 한 차례씩 장대비가 내렸다.

자카르타의 수출공단을 가기위해 고속도로에 올랐을 때에도 수시로 비가 쏟아졌다.

차선을 넘나드는 '무법자' 오토바이까지 엉키면서 심한 교통 체증을 앓았다.

도로망 확충이 급선무지만 잠깐의 스콜에도 도로가 잠기는 허술한 배수로 시설도 문제였다.

◆'기회의 땅'인도네시아

지난 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동쪽 65킬로미터 떨어진 카라왕(KARAWANG)공단. 자카르타 도심에서 1시간 정도 버스로 이동하자 카라왕의 캐시카우로 자리잡고 있는 신원의 인도네시아 법인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곳으로 발령난지 4개월 됐다는 신원 인도네시아 고형필 법인장이 입구까지 나와 방문단을 환하게 맞았다.

지난 1991년 설립된 인도네시아 법인은 신원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스웨터 대부분의 해외물량을 책임지고 있다.

1만 4000평 규모에 3개동으로 구성된 생산라인에서 1600여명의 직원들이 월평균 65만장의 스웨터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하루 3교대로 주6일 빼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5~9월 성수기에 접어들면 직원들을 2500명까지 늘어난다.

편직동에 들어서자 한증막에 들어온 듯 강한 열기를 내뿜는다. 굉음의 중장비 소리가 섬유산업의 맥박을 느끼게 한다. 생산라인을 접하자 젊은 여공들의 눈에서 빛이 발했다.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도르를 걸친채 미싱작업을 하는 여성 근로자들도 상당수 눈에 띤다.

80%정도가 무슬림이라는 인도네시아에서 이런 광경은 흔한편이다. 또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재봉틀 앞에 줄지어 앉아 옷을 재봉하는 모습이 70년대 봉제공장의 모습을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

스웨터 한벌을 생산하는데 보통 10여개의 공정이 필요한데 편직은 생산의 첫 단추를 꿰는 곳이다.

한켠에서는 15대의 컴퓨터 편직기가 쉴새없이 가동되고 있다.

이 장비는 30여명이 3교대로 꽈배기 형태의 스웨터 문양을 만든다. 신원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대당 6만달러를 주고 구입했다.

1벌에 꼬박 하루 걸리는 수작업을 컴퓨터 편직기로 하면 40벌 정도 해낼수 있다.

이곳에서 만든 완제품은 미국 메이시백화점의 7개 자체브랜드(PB)를 비롯해 타깃, 월마트, 유럽의 C&A, 테스코 등에 전량 수출한다.

신원 인도네시아 법인은 설립초기만 해도 '척박한 땅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다. 실험적이라는 주변의 냉소도 잇따랐다.

하지만 보란듯이 현지화에 성공, 2006년에는 공장을 두배로 증설했다. 연간 생산량도 400만장이 늘었다.

올해 매출목표는 4500억원. 연간 750만장의 스웨터를 생산할 계획이며, 9월말까지 650만장의 생산계획이 이미 잡혀있다.

최근 중국의 기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신원은 물량이 적은 고가의 스웨터는 중국에서, 중저가 스웨터는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 법인에서 생산하고 있다.

중국 생산라인의 감산이 불가피해지면서 인도네시아 법인의 물량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다시 버스에 올라타 찾아간 곳은 자카르타 북쪽 30분거리에 위치한 KBN공단. 이곳은 1970년대 구로공단을 업그레이드한 모습이다. 이 지역은 보세수출공단으로 봉재 완구 섬유 기업들이 주로 들어서 있다.

53만평에 펼쳐진 KBN공단에 컨테이너를 짊어진 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KBN공단은 한국의 26개 봉제업체들이 입주해 있는데 리딩업체로 평가가 좋다.

현지 중국업체 사장은 "임금은 한국 기업과 차이가 나지 않는데 복리후생이나 시설 면에서 격차가 커 노동자들이 한국 업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빅3 봉제업체인 한솔의 선 김 (SUN KIM)대표는 "한국에서는 이제 봉제 공장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인도네시아의 봉제 산업은 한국 기업이 다 장악했다"면서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에 비해 임금이 비싼 편이지만 노동자의 자질은 훨씬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한솔은 올해 6억달러의 수출가운데 1억 5000만달러를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진출 7년만에 1억달러 수출이라는 성공신화를 써가고 있는 두산의 배도운 대표도 KBN공단의 리딩업체다.

지난 2000년까지 (주)대우의 인도네시아 봉제법인의 대표를 지낸 그는 무역상사의 노하우를 통해 이듬해 두산을 창업, 여성의류를 미국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현재 1200여명의 직원이 100개라인에서 월 180만장의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한인 봉제협회 김세형 사무총장은 "한국 봉제업체들이 인도네시아 봉제수출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할 만큼 위상이 높다"며"현지 봉제업체 총 720개 중 32%(227개사)가 한국업체로 라인당 1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좋고 풍부한 노동력..하이테크 보다는 단순 제조업 유리

중국의 제조업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대안시장으로 베트남이나 캄보디아가 집중 조명을 받는 것과는 달리 인도네시아는 다소 베일에 가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봉제 등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을 노크해 볼 만 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 시장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이곳의 기업들은 저임금에 질좋은 인력이 풍부한 인력자원을 가장 먼저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인력수급이 원활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한시적으로 생산 인력을 넣고 빼기란 어렵지 않다. 그만큼 노동을 원하는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인력공급을 아웃소싱하는 다른 해외법인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모집광고를 통해 자체적으로 인력난을 해결할 정도다.

인도네시아의 월평균 최저임금은 1인당 100달러 수준. 오버타임과 식비등을 포함하면 월급은 150불 안팎이다. 중국의 최저임금이 1인당 180달러라는 점에서 임금 경쟁력이 있다.

또 베트남보다 인건비가 조금 비싸지만 숙련공을 확보하기 쉽고 노동자들이 온순해 기업여건이 괜찮은 장점이 있다. 손재주도 탁월하다.

고형필 법인장은 "인도네시아인들의 국민성이 한국인 정서와 비슷해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고 있다"면서"숙련공들의 손재주가 뛰어나 인니시장을 선호하는 바이어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 김 대표도 " 직원들과 함께 '소다라 소다린'(현지어.형제,자매들이여)을 강조하니, 노사간의 신뢰는 물론 생산성도 올라가고 있다"며"국민성이 건전해 인도네시아 섬유시장이 향후 5년간은 끄덕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근로자들과의 문화적인 갈등도 생각보다 적다.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유명한 박성철 신원 회장은 인도네시아 법인에 교회를 세우면서 십자가 때문에 일부의 반발을 우려했지만 무슬림 직원들을 위한 이슬람 예배당도 함께 만들면서 직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했다.

노조대표가 아닌 지역의 촌장 같은 주민대표와 지속적인 스킨십을 통해 노사 화합을 이끌어 간다는 것도 기업에게는 유리한 점이다.

특히 섬유제품 수출시 쿼터가 없다는 것은 큰 잇점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때 쿼터를 적용받는 것과는 달리 인도네시아는 쿼터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중국이나 베트남에 공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위험분산 차원에서 이곳에 공장을 짓거나 옮아오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실업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도 노동집약적 섬유 산업육성에 적극적이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정권 수립 이후, 외국인 투자를 저해하는 각종 규제 철폐와 부정부패 근절을 추진하는 한편 인프라 서밋 개최 등 투자유치 활동을 적극 벌이고 있다.

경제발전에 외국인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투자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된 것은 많지 않지만 투자자들은 이 같은 정책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도네시아 투자는 제조, 건설, 전자 등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총 투자규모는 1억3000만달러로 전년대비 30% 증가했다. 투자의 축을 이루는 제조업 가운데 40%를 섬유업종이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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