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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정치 줄서기... 결국 여론잃고 위기자초

최종수정 2008.04.08 11:01 기사입력 2008.04.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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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민족주의등 부작용으로 정체성 상실

[아시아경제 특별기획: 실패한 좌파서 배운다]
 
1992년 12월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국은 유럽연합처럼 관세와 무역장벽이 폐지된 경제 블록을 형성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른바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의 탄생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빌 클린턴이 미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국의 정권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간다. 1994년 1월 NAFTA 협정이 발효되기 전까지 환경단체들은 NAFTA 협정에 환경 관련 규제를 포함시키기 위해 새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의 입장은 두 가지로 나뉜다. NAFTA를 인정하면서 환경 규제를 추가하자는 온건파와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NAFTA 협정 폐기를 위해 시위를 벌이자는 강건파로 분리된 것이다. 이후 온건파는 NAFTA 환경위원회 연합자문위원회는 물론 클린턴 행정부의 무역환경정책자문위원회에까지 진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

시민단체들의 권력화에 대한 꿈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민단체가 권력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가장 확실하게 관철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청년단체 '나쉬(Nashi)'는 노골적으로 정치세력화를 꿈꾸고 있다. 나쉬는 러시아어로 '우리의'라는 의미로 이들은 강한 러시아를 표방한다.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국부(國父)'로 추앙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경제의 부활을 이끌면서 강한 러시아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푸틴 없는 러시아는 상상할 수 없다고 나쉬 청년들은 주장한다.

나쉬는 러시아 군대와 함께 군사 훈련을 받는가 하면 나쉬 회원들을 위한 전문 학교를 통해 친러시아 사상을 강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배후에서 나쉬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2005년 결성된 나쉬는 불과 2년여만에 20만명의 회원을 모을 정도로 급팽창했다.

하지만 러시아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 조차 나쉬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특히 러시아 정부와의 야합을 통해 관변단체화되고 있다는 점에 때문에 러시아판 홍위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나쉬는 지난해 러시아 정교에 반하는 침례교회를 파괴하는 등 극단적인 민족주의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시민단체의 권력화는 때로 조직 자체에 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권력화란 자체가 애초의 설립 취지와는 벗어나는 것으로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의견 차이로 인한 내부 충돌이 발생하고 결국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

1971년 프랑스, 스웨덴, 영국, 미국의 4개 환경 단체에 의해 조직된 유력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이 가장 큰 위기를 맞았던 시기는 바로 197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일부 구성원들이 정치 문제에 개입하면서 분열이 생겼던 것이다. 환경 단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는 쪽과 정치 세력화를 통해 환경 운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쪽의 주장이 충돌하는 와중에 염증을 느낀 구성원들이 잇달아 탈퇴했다.

당시 혼란스러운 '지구의 친구들'을 이끌었던 브리스 라롱드 회장은 1981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지지율은 3.9%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단체란 정부를 감독하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정부의 기능을 보완해주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력화란 곧 시민단체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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