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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드라마'…일부극 퇴보 경향 아쉬워

최종수정 2008.04.05 15:45 기사입력 2008.04.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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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에어' 박용하 송윤아 이범수 김하늘[사진=SBS]

요즘 일부 드라마가 발전은 커녕 오히려 퇴보의 길을 걷고 있어 아쉬움을 사고 있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온 한국 드라마사가 거꾸로 가는 듯하다. 수사드라마, 메디컬드라마, 전문직드라마 등 일부 특수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미니시리즈나 일일 혹은 주말드라마가 서로 구분이 안 될 정도다.

객관적인 자료조차 이를 증명한다. KBS 일일드라마 '미우나 고우나'를 제외하고는 시청률 30%대를 넘기는 드라마가 거의 없다. 요즘은 월화 혹은 수목드라마 같은 미니시리즈보다 오히려 주말드라마의 인기가 더 높다. 많은 드라마들이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방송 중인 드라마들 가운데 대다수가 소재와 설정만 독특하고 전개는 지지부진하거나 어떤 드라마는 소재부터 설정, 전개까지 옛날 드라마 그대로인 경우도 있다.

재벌이 등장하는 드라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신데렐라와 온달 이야기, 있는 자와 없는 자가 겪는 갈등과 애증, 어려운 환경과 시련을 이겨내고 성공의 길에 발을 디디는 주인공의 성공스토리, 한 사람으로는 만족하지 못해서인지 사랑이란 이름으로 저지르고 마는 불륜 이야기 등 어떨 때는 밀레니엄 전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인슈타인 이래 100% 창작은 없다'고 했던가. 특히 내러티브가 있는 창작물인 드라마나 영화 부문에서는 더욱 절실히 느껴지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외국 원작을 가져다가 리메이크하는 경우 뿐 아니라 과거의 인기 드라마를 현대화하는 작업이 최근 부쩍 늘었다. 구관이 명관이고, 한 번 성공한 작품은 그래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믿음 때문이리라.

하지만 결과는 역시 반반이고, 소재의 고갈이라는 핑계로 그저 인정해 버리기에는 뭔가 꺼림칙하다. 어떤 드라마는 현재 집필 중인 작가의 10년 전 드라마와 인물 캐릭터, 관계 설정, 이야기 전개가 너무도 유사해 마치 요즘 유행하는 시즌제나 속편을 보는 듯하다. 당시 워낙 인기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인지 지금도 이 드라마는 재미있다.

과거의 드라마들이 하찮거나 질적으로 열등하다는 것이 아니다. 지금 봐도 가슴이 뭉클하며 감동이 전해져 오는 옛날 드라마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제작 및 방송 환경이 바뀌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취향도 다양해졌다. 때문에 드라마도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인을 찾아보자면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시청층의 기호다. 우리나라의 드라마 주요 시청자들은 40대 이상, 그리고 여성이다. 한 마디로 신파를 좋아한다. 출생의 비밀이 드라마 최고의 소재로 사용돼온 것도 그 이유다. 따라서 제작하는 쪽에서는 신선함과 예술성으로 잘난 척하며 모험을 하기보다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이야기를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상 시청률을 떠나서 드라마를 생각하기란 힘들다.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를 만들어야지 제작진의 욕심으로 전파를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독특하면서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인물, 신선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동일시될 만한 리얼리티 등 드라마의 핵심을 채워나가는 일이다.

물론 좋은 드라마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못한 드라마도 있는 법. 방송되는 모든 드라마가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드라마를 만드는 이나 보는 이나 애정과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작품마다 좋은 평가를 받는 날이 와야 한국 드라마의 제작환경도 좋아질 것이고, 그때가 되면 미국이나 영국의 드라마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아닌가. 그래도 신선한 발상과 기발한 도전이 돋보이는 '온에어'가 선전하고 있고, '밤이면 밤마다' '스포트라이트' '일지매' '베토벤 바이러스'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이 조만간 제작, 방송될 예정이어서 기대가 되는 요즘이다.
'일지매' 성공 기원 고사 현장의 모습[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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