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아시아시각] 국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최종수정 2008.04.04 12:50 기사입력 2008.04.04 12:50

댓글쓰기

국내 유수 기업의 하나인 GS칼텍스가 올 상반기 인턴사원 채용 때부터 ‘국사시험’(한국사능력검정시험·歷試)을 도입하기로 해 화제다. 입사시험 정규 과목에 국사를 포함시킨 기업은 GS칼텍스가 처음. 여기에는 평소 ‘역사 경영’을 강조해 온 허동수 회장의 굳은 의지가 큰 몫을 했다고 한다.

매년 200명의 사원에게 역사탐방 기회를 주는 등 한국사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 온 허 회장은 “해외 사업을 하다보면 국가적 정체성이 없는 사람은 업무 역량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사를 모르면 GS칼텍스에 입사할 꿈은 아예 꾸지도 말라”고 일침을 놓은 바 있다.

그동안 홀대를 받아 온 한국사에 기업이라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편으론 오죽하면 기업이 나섰겠느냐 하는 생각에 씁쓸함이 앞선다. 어찌 보면 그만큼 요즘 젊은이들의 국사 지식이 부족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홀대받는 한국사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먼저 중학교에서는 2?3학년 과정에만 필수과목에 포함돼 있을 뿐, 1학년 때는 아예 수업이 없다. 고등학교에서는 1학년만 의무적으로 배우게 돼 있고, 2?3학년 과정에서는 선택과목으로 분류돼 있어 ‘대입’이 지상의 목표인 수험생들의 외면을 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고등학교 과정을 통해 제대로 된 국사교육이 이뤄질 리가 없다.

뿐만 아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오피니언 리더를 선발하는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 외무고시 과목에도 국사는 들어 있지 않다. 그렇기에 국사는 관심 있는 사람만 공부하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과목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인 국사가 이렇게 홀대받을 이유는 없다. 한국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역사를 모르고서야 어찌 한국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세계화 시대야말로 오히려 더 국사 지식이 필요한 시대인지도 모른다.

예전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 통역을 담당했던 조선족에게서 받았던 ‘역사적 충격’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다소 어눌하기는 했지만 말이 통한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던 그 통역은 화제가 역사로 바뀌면서부터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한국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중국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것도 아니었다. 알고 보니 그가 초중고를 거치면서 배운 역사라곤 ‘북한사’가 전부였던 것이다.

내적인 홀대보다 더 큰 국사의 위기는 외부에서 찾아오고 있다. 엄연한 한국사의 일부인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중국의 역사에 포함시키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버젓이 남아 있는 수많은 물증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고구려와 발해가 현재의 중국 땅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역사 왜곡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바짝 정신 차리고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당연히 우리의 역사로 알고 있던 고구려사와 발해사가 중국사의 일부로 뒤바뀌는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 할 수도 있다.

거부할 수 없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가 생존과 더불어 번영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 확립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우리의 뿌리인 한국사를 아끼고, 사랑하고, 공부해야 할 때다. 그리고 우리 후손들에게 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더 이상 국사가 ‘선택’이어서는 안 된다.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