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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현명한 소비자는 값만 따지지 않는다

최종수정 2008.03.31 12:40 기사입력 2008.03.3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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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원장

바야흐로 인터넷 세상이다. 과거 대면접촉과 아날로그식으로 이뤄지던 사회 활동이 컴퓨터상에서 간단한 클릭 몇 번으로 해결되는 시대다.

그 대표적인 분야의 하나가 아마도 쇼핑일 듯하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인터넷 쇼핑은 편리함뿐만 아니라 약간의 시간과 노력만 들이면 최저가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한다.

웹사이트를 돌아보면 최저가 정보, 소비자 게시판 등 가격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며 이는 인터넷이 소비자에게 가져다준 최대의 축복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앞서 구입한 구매자의 평을 읽다 보면 ‘싼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만고불변의 진리임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딱 그 가격에 걸맞은 상품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소위 ‘짝퉁’이라 불리는 가짜도 있고, 심지어는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생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반품도 하고 판매자와 싸워도 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싼 물건이다 보니 귀찮고 힘들어서 대충 몇 번 쓰고 버리거나 새로 사기도 한다.

이쯤 되면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 때문에 구입한 물건이 마음고생, 몸고생을 시키는 애물단지가 돼버리고 총비용은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소비자가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실제 품질을 확인하지 못한 채 가격만을 잣대로 삼아 구매를 하면 실제로 받아본 물건이 본인의 기대와 어긋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최저가의 최대 장점은 품질을 미리 확인할 수 있을 때 발휘되는 것이며, 사후에 그 품질이 확인되는 성격의 물품에서는 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인터넷 최저가 구매의 특성은 어찌 보면 건설공사와 닮은 점이 있다.

현재 건설공사에 있어서도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예산절감 방안의 하나로 최저가낙찰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최저가낙찰제가 공급자의 자유로운 가격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당연한 논리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최저가낙찰제를 건설공사에 적용하는 데에는 보다 큰 시각에서 몇 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다. 현명한 소비자는 구매하는 물건의 금액과 성격에 따라 가격을 최우선으로 놓거나 품질을 중시하거나 또는 가격과 품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마련이다.

최저가낙찰제가 전면적으로 확대된다면 건설산업에서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모든 소비자가 최저가 물건만 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피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오게 마련이다. 시장이 그렇게 짜이면 그런 시장에 부합하는 물건만 공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건설공사의 수요자인 정부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체적인 틀에서 총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하고, 세부적으로는 시장경제에서 소외되는 약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산업ㆍ전략적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측면을 고려하면 최저가낙찰제가 유일무이의 최선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워낙 건설업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보니 일반 국민들이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도 이해는 한다. 정부도 예산절감이라는 정책목표를 강력히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는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많은 부작용을 무시하고 최저가낙찰제를 획일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현명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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