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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사건 축소·은폐의혹

최종수정 2008.03.31 09:53 기사입력 2008.03.31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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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확인하고도 단순폭행 처리
피해 가족에게 '언론에 알리지 말라' 요구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발생한 초등생 납치미수사건은 발생 당시 납치로 볼 수 밖에 없는 증거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경찰에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26일은 경찰청에서 '어린이 납치·폭행 종합치안대책'을 발표한 날이어서 이러한 의혹을 더하고 있다.

31일 일산경찰서와 주민 등에 따르면 일산 대화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강모(10.여) 양은 26일 오후 3시44분께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3층 엘리베이터 밖에서 50대 남성에게 폭행당했다.

신고 직후 대화지구대에서는 경찰관 3명이 나와 강 양의 부모를 만나 피해 내용을 들은 데 이어 엘리베이터 CCTV 녹화 화면을 확인하고 지문 채취을 채취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분명한 납치 미수 정황에도 불구하고 이 남성에게서 술 냄새가 났고 행색이 초라했다는 진술 등을 근거로 대화지구대는 취객이 벌인 단순폭행사건 이라며 일산경찰서에 사건을 넘겼다.

경찰 내부지침에 따르면 납치미수사건의 경우에는 상급부서에 상황 보고와 함께 비상소집을 해 피해 상황을 확보하고 주변 진술을 듣는 등 인질강도사건에 준하는 초동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는 용의자가 추가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이 사건의 경우에도 50대 남성이 비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마구 강 양을 때렸다는 점에서 정신 이상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추가 범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일산경찰서는 지구대에서 단순폭행사건으로 보고하는 바람에 사건 발생 3일 뒤에야 전담반이 배정되는 등 초동수사가 거의 이뤄지지 못해 용의자를 조기에 검거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

경찰 조사에서 강 양의 어머니는 "50대 남자가 아이를 끌고 가려고 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납치 부분 보다 폭행 부분에 중점을 둬 계속 폭행사건으로 판단했고 이에 따라 30일에는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수사조차 하지 않는 등 안일하게 대처했다.

오히려 경찰의 안일한 태도에 답답함을 느낀 강 양의 부모는 피해 내용이 적힌 전단지를 만들어 아파트 주변에 배포하는 등 범인을 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특히 경찰은 강 양의 어머니에게 사건을 언론에는 알리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이 사회적인 파장을 감안해 사건을 축소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기태 일산경찰서장은 "용의자가 행색 등이 미루어 정상으로 보기 힘들고 CCTV 확인 당시 납치 사건으로 보기 어려워 초기 집중수사를 벌이지 못한 점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경찰청은 "진상을 조사한 뒤 문제점이 드러나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뒤늦게 서야 경찰은 주엽2파출소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30여명의 형사를 투입해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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