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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는 망가질 때 뜬다-최진실 송윤아 성유리.

최종수정 2008.03.30 13:00 기사입력 2008.03.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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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김정은, 김선아, 박진희, 이다해, 고현정. 명실상부한 국내 주연급 여배우들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남다른 미모를 자랑하고, 연기력도 인정받은 것은 물론, 몸값도 어마어마하게 높다. 물론 드라마 캐스팅에도 1순위에 꼽힌다.

이외에도 이들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드라마에서 미모의 여배우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철저히 망가짐으로써 성공한 이들이다. 캐스팅 2순위에 머물고 있다가, 혹은 전성기에서 벗어나 하락세에 접어들 무렵 ‘망가짐’의 기회를 통해 재기한 이들이다.

특히 최진실은 '장미및 인생'에 이어 MBC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다시 한 번 망가졌다. 부러진 뿔테 안경에 늘어진 옷을 입고, 어설픈 아줌마 퍼머에 말투도 어눌하다.

하지만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으로서는 손색이 없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가정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진실한 삶을 살아가는 아줌마 연기를 탁월하게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최진실에게서는 과거 환한 미소를 머금고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라고 하던 귀여운 모습도, 최수종을 향해 '영호야'를 외치던 풋풋한 이미지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새로운 '뭔가'를 발견할 수 있다. 불혹의 나이를 넘어선 여인, 20년 경력의 베테랑 연기자로서의 성숙함이다. 최진실은 신선함과 화려함, 그리고 성숙함까지, 한 배우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역사를 지닌 배우다.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최진실[사진=MBC]

그 뒤를 송윤아가 잇고 있다. 이지적이고 고급스런 외모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는 데뷔 이래 빠른 속도로 성장,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주연급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출연 영화들이 줄이어 실패를 거듭하면서 한때 인기 하락세를 맞아 캐스팅 1순위에서 밀려난 적도 있었다.

이를 극복한 것이 바로 '망가짐'이었다. 영화 '광복절 특사'를 통해 그동안 유지해왔던 곱고 우아한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 태어난 것. 지금은 SBS 드라마 '온에어'에서 그 끝을 보고 있다. 배우로서의 가치를 회복하고 인기도를 원위치로 돌려놓았다.

송윤아의 장점은 아무리 망가져도 기존의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다. 푼수에 가까운 행동을 하고, 한 톤 높은 억양에 과도한 제스처를 보여주고 있는 송윤아의 또 다른 모습을 보노라면 거부감이 일기보다 오히려 정겹다. 좀더 가까워지고 편안해진 느낌이다.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누구보다도 괴롭고 힘든 나날을 보낸 이는 성유리다. 국내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핑클의 멤버에서 연기로 영역을 바꾸는 데 있어 성유리는 가수 때의 인기가 큰 도움이 됐다.

'쾌도 홍길동'에서 오열 연기를 펼치는 성유리

지명도 있는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기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질 무렵, 2003년 SBS '천년지애'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연기 물을 먹게 된 성유리는 연예계 가장 큰 수혜자였다.

하지만 그 단맛 속에 숨겨진 쓴맛은 너무나 컸다. 연기 데뷔 이후 '황태자의 첫사랑' '어느 멋진 날' '눈의 여왕'까지 모두다 주인공 역할만 맡았지만 아무도 그를 배우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성유리란 이름 앞에는 언제나 '핑클 출신'이라는 족쇄 같은 수식어가 남아 있었다.
이런 성유리를 다시 보게 만든 계기가 얼마 전 의외의 인기를 끌며 종영한 KBS2 '쾌도 홍길동'다. 물론 이 드라마의 인기가 모두 성유리의 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유리의 망가진 캐릭터 연기는 대중들의 눈에 확실히 각인됐다.

끊임없이 거론돼 왔던 연기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대목. 어눌하고 멍청하지만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허이녹 역을 과감하게 소화한 덕이다. 성유리는 요강을 안고 강물에 빠지고,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것은 예사다. 그런가하면 부끄럼도 없이 용변을 보는 장면도 능청스럽고 용감하게 해치웠다.

또 자신도 알지 못했던 사내에 대한 감정이 혹여 겉으로 드러날까 쑥스러워 하는 모습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뒤 복수에 찬 표정으로 응시하는 눈빛과 홍길동의 죽음을 목도하며 흘리는 눈물 등 복잡한 심리까지 물 오는 연기를 펼쳤다.

드라마사에서 악역 연기가 여배우 성공의 열쇠인 때가 있었다. 이젠 자신으로 버리고 극중 인물에 몰입하는 망가진 캐릭터 연기가 인기의 척도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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