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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훈센총리 에피소드를 뒤늦게 듣고

최종수정 2020.02.12 13:12 기사입력 2008.03.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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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캄보디아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주 캄보디아 한국대사와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훈센총리의 김치사랑'에 대한 얘기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훈센 총리는 김치 애호가로 통합니다. 총리관저에서 늦게까지 일하다 출출해지면 한국 김치에 밥을 비벼먹는다고 합니다.



관저에 김치가 떨어지면 비서진이 슈퍼마켓에서 사오도록 할 만큼 한국김치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선 이런 훈센의 입맛을 겨냥해 수시로 김치를 공급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는 김치 중에서도 백김치를 즐긴다고 합니다. 그의 부인은 매운 김치를 유난히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는 김치를 좋아하는 만큼 한국의 경제개발모델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의 경제개발 모델을 좇아 캄보디아를 번성케 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때 훈센총리의 경제정책 고문을 맡았던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 대통령은 2000년부터 그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돼있습니다. 1996년 한국을 국빈 방문했던 훈센총리는 한국의 경제발전 전략을 배우기 위해 재계로부터 자문을 구하던 중 대기업 경영인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 뒤 3차례 한국을 방문할 때 마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경제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훈센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축하 사절로 참석한 것은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감사와 축하의 뜻을 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치러 진 지난 2월말의 대통령취임식에서는 무척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취임식 날 날씨는 유난히 추웠습니다. 취임식 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추위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머플러를 선물로 배포한 덕분에 약간은 도움이 됐지만 말입니다.



그는 오후3시경 증권거래소를 방문하게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건설과 자원개발 분야,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고열로 증권거래소 방문을 돌연 취소했습니다. 추위를 이겨내지 못했던가 봅니다. 더운 나라에서 온 그이기 때문에 그날의 취임식이 짧았더라도 추위 때문에 고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훈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김치로 매운 맛을 보고 대통령 취임식에서 추운 맛을 본 훈센총리의 한국 사랑이 계속되기를 기원합니다. 10년 만에 정권을 잡은 탓에 국민들에게 그만큼 할 말이 많았던 이 대통령을 훈센총리가 이해했으리라 믿습니다.



취임식 때 있었던 훈센총리의 에피소드를 오늘 아침에 떠올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가 감기증세를 보인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더운 나라에서 온 그가 한겨울에 진행되는 대통령 취임식에서 추위 때문에 감기증세를 보인 것은 따지고 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한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취임식이 너무 긴 시간동안 진행되었고 취임사도 너무 길지 않았나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날의 추운날씨를 행사담당자들이 미리 예견하고 참석자들을 배려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연단의 높이를 낮춘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 앞에서 더 낮은 자세로 보인다는 생각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취임식에 참석한 하객들이 대통령을 보기위해 여기저기서 일어서는 바람에 장내가 혼란스러웠던 일은 그냥 '옥에 티' 정도로 넘겨도 될 일이었을까요?



취임 후 이 대통령의 행보는 모두가 파격입니다. 새로 임명된 장관들의 현장 찾기 행정도 그렇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는 대통령의 모습이나 휴일도 반납한 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대통령과 장관들의 모습에서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됩니다.



변화에 대한 그동안의 갈망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는 의욕에 찬 모습이 국민들의 눈에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파격행보가 전시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마음속에 더 가까이 가는 행정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욕이 지나치게 앞서면 그것이 민폐로 연결될 수도 있고 새로운 부작용을 수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은 새 정부가 들어선지 보름째 되는 날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앞으로 일요일은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여유를 가져야 에너지가 재충전된다. 쉴 때는 확실하게 쉬시라"라는 대통령실장의 건의에 따른 결정이라 합니다. 일선 공무원들은 "휴-"하고 다행스런 일이라 여기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이 대통령은 훈센총리뿐 아니라 참석했던 사람의 대부분이 지루해 할 정도로 앞으로 5년 동안 할일을 취임사에 모두 쏟아냈습니다. 참석자들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습니다. 새로 탄생된 정부가 우선순위를 가려 國利民福(국리민복)에 중요한 일부터 하나하나 알맹이 있게 추진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책추진에 따른 국민들의 입장도 배려하면서 말입니다. 좋은 취지이면에 숨겨진 伏兵(복병)도 한번쯤 생각해보는 공직자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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