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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시장은 실력있는 '선수'를 기다린다

최종수정 2008.03.12 16:27 기사입력 2008.03.1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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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명의 증권관련 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때가 때인 만큼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는 금융감독 기관장 인선 건이었다. 시장에서 보는 감독기관의 위상을 감안하면 당연한 관심사일 게다.

CEO들이 바라는 적임자의 조건이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었다.

첫번째 부류는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을'의 위치를 충분히 경험한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규제완화가 금융산업 발전의 핵심인 만큼 '규제를 당해봐서 그 필요성을 절감하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입장이었다. 규제완화가 피상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결국 스스로가 현실을 피부로 느껴야 어떤 액션을 취할 수 있을 거란 논리였다.

반면 두번째 부류는 제대로 된 '갑'을 선호했다.

시장에 대해 충분한 지식과 이해를 갖고 있어서 시장에서 인정받는 사람을 앉혀야 고차방정식처럼 복잡다단한 금융현안들을 강단 있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견해였다.

처음엔 단순하게 전자는 민간인을, 후자는 관료를 선호한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달리 보자면 금융시장에 대한 확고한 현실인식과 비전을 가진 '선수'를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광우 신임 금융위원장은 어떨까.

민-관을 넘나들었다는 점에서 두 가지 조건을 상당부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어느 한쪽도 완벽하게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이 점은 전 위원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지금 여의도에선 또 다른 빅 포스트(Big Post)인 금융감독원장과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자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반민반관의 금융감독원은 실무집행기관이란 점에서 민간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며 증권선물거래소 역시 통합거래소 출범 이후 역할과 위상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때문에 하마평도 무성하다. 전현직 고위관료와 내부인사, 금융기관장, 교수그룹까지 가세해 경쟁이 치열하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도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업무 연관성을 내세우지만 대통령의 친소관계나 관료때의 지위, 그리고 유명세 등이 '보이지 않는 경쟁력'으로 보다 중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연줄이나 배경, 간판 같은 조건들이 인선의 잣대가 돼서는 곤란하다.

시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실력 있는 선수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금산분리 자본시장통합법 등 굵직한 이슈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인사의 발탁은 금융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온전하게 자리보전만 하기에는 이들 수장이 해야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얼마 전 만난 관료출신 인사는 과거에 꽤나 유명세를 떨친 장관이 아무런 비전과 실력을 갖추지 못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겉 포장만 보고 사람을 고른 탓이었다. 기자생활의 경험에서도 그런 케이스를 적지 않게 보아온 것도 사실이다.

정보가 빠르고 분석능력이 우선시되는 금융시장에서 실력이란 걸 검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시장은 실력만 검증된다면 측근이든, 관료든, 민간인이든 따지지 않을 것이다. 연임이나 내부승진도 좋고 낙하산 마저도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철저히 외면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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