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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이닉스의 위험한 자신감

최종수정 2008.03.10 12:40 기사입력 2008.03.1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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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핵심 기술을 유출하는 게 말이 되나?”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하이닉스반도체가 대만의 반도체 업체인 프로모스에 54나노 공정 기술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면서, '기술유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7일 서울 강남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장에서 비롯됐다.

이날 김종갑 하아닉스 사장은 "지금 프로모스와 논의 중인 것은 양산 기술이지, 선행ㆍ설계 기술이 아니다. 유출이 아니라, 수출이다"고 말했다.

논란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는 듯 했다.

하지만 황 사장이 즉각 "기술 유출"이라며 반대 의사를 피력하면서, 꺼져가던 논란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반도체 업계에서 기술 유출 논란이 불거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기술 유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김 사장은 "양산 기술 하나로 다음 단계의 기술을 개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껏 그런 일이 없었다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무르다.

가뜩이나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동반 폭락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유례 없는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만, 일본의 후발 업체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타도 한국'을 외치고 있는 것도 '눈엣가시'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 이전은 제 발등을 찍을 수 있다.

평소 말수 적기로 유명한 황 사장이 작심하고 그런 말을 하게된 배경도 이 같은 업계의 위기를 염두에 둔 게 아닐까.

물론, 하이닉스의 기술 이전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정부 몫이다. 정부가 핵심 기술이라고 판단하면 금지 명령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김 사장이 기술 이전 여부를 발표하기 전에 정부 측과 최소한의 협의는 거쳤어야 했다. 이런 과정조차 없이 '기술 수출'이라고 단언하는 자신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최소한 세계 2위의 거대 반도체 기업 수장이 가져야 할 그것과는 꽤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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