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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폼 잡다 곡물값에 휘청 [달러 - 유가 대충돌]

최종수정 2008.03.07 16:02 기사입력 2008.03.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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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맞는 중동국가
대체에너지 재료價 인상 - 물가폭등 '악순환'
원유 vs 먹거리 전쟁...세계경제 발목잡기

유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95센트(0.9%) 오른 배럴당 105.4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는 장 중 한때 105.97달러까지 치솟아 최고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이처럼 연일 계속되는 고유가로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할 중동 산유국들이 치솟는 식료품값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유수출에서 나오는 재원으로 국민을 먹여 살리고 있지만 식료품의 90% 정도를 수입해 쓰는 산유국들은 약달러를 이유로 원유 생산량 감축을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곡류 등에 투기세력이 몰리면서 식료품값이 급등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식료품값은 지난 1년새 무려 36%나 올랐다. 지난 1월 사우디 아라비아는 집세와 식료품 가격상승으로 25년래 최고치 7.0%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카타르의 물가상승률도 13.7%에 이르렀고 오만도 이달 8.3%를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공식 물가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약 10%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두바이에 3년 정도 살았다는 한국인 최모씨는 "보통 1주일에 한번 장을 보는데 오늘 처음으로 1000디람(25만원)을 넘었다"면서 "최근 식료품 가격은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대표적인 기초 식료품 중 계란이 19%, 우유가 11%, 쌀이 51%, 양고기가 115%, 닭이 66%, 감자가 23%, 설탕이 31%, 식용유가 80%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치는 공식통계 자료일 뿐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아직까지 석유류와 농산물 등 가격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를 물가지표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원유 대 먹거리 전쟁=중동 산유국들이 겪는 식료품값 급등은 바로 원유와 먹거리간의 전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에너지 수입국을 중심으로 바이오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개발을 부추기면서 바이오에너지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의 가격도 크게 올려 놓았다. 중동에서 경제붐을 일으킨 고유가 현상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에 되어 돌아 온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중동산유국들이 식료품 값 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막을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중동산유국은 식료품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시장의 급격한 가격변동에 그대로 노출된다.

걸프리서치센터(GRC)의 경제학자 엑카르트 워어츠는 "걸프협력회의(GCC)국가들이 달러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달러페그제(연동제)를 유지하고 있어 더욱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와 연동된 중동 화폐 가치도 하락해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또 중동산유국들의 경제가 팽창하면서 인구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점도 식료품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다. 유엔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GCC 회원국의 인구는 2005년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34.1%가 늘어나 3500만명에 이르렀다.

◆ 식료품 값 급등.. 임금인상 요구 높아져=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자 중동산유국이 다급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인상으로 더 이상의 성장을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인데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물가가 너무 오르자 UAE 경제부는 인도 파키스탄산 바스마티 쌀에 대해 가격상한선을 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물가를 잡기보다는 오히려 파키스탄 수출업자들로 하여금 수출물량을 줄이게 만들어 결국에는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식료품 값 급등은 단순히 그 만큼만 물가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다. 식료품 값 급등은 외국인 노동자 등 엥겔지수(생계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가 높은 계층의 생계비를 높혀 곧바로 임금인상 요구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결국 식표품 값 급등 현상은 이미 철근과 시멘트 값이 30-40% 올라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던 건설업계에 비용상승이라는 악영향을 끼치고 다시 이것은 집값 상승으로 연결돼 물가상승의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이번 식료품 값 급등은 중동의 부자나라들이 얼마나 식량자원에 대해 취약한 지를 잘 보여준다. 아무리 넘쳐나는 오일머니로 불모의 사막이 천지개벽을 하고 있다지만 사막은 여전히 농작물을 재배할 수 없는 사막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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