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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엇박자 대한민국

최종수정 2020.02.12 13:12 기사입력 2008.03.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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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농부가 고추농사를 대량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엄청나게 손해를 봤습니다. 그 농부는 이듬해 값이 좋다는 주종을 마늘농사로 바꿨습니다.

이번에는 마늘 값이 폭락해 큰 손해를 봤습니다. 그런 식으로 고추와 마늘농사를 번갈아 하다가 3년 연속 오락가락하는 시세에 농락당했습니다. 자신도 밉고 세상도 미워지게 됐습니다. 결국은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했습니다.
이런 경우 "엇박자의 최후"라는 말을 씁니다. 서로 호흡이나 박자가 맞지 않고 이런 때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엇박자가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며칠 전 설렁탕에 쌀로 된 면(국수사리)을 넣으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내 사무실을 돌던 중 "점심시간에는 전등을 끄라"고 즉석에서 지시했습니다.

가난한 농촌에서 성장한 이 대통령에게는 근검과 절약과 몸에 밴 탓도 있겠지만 장중 국제유가가 배럴당 사상 최고인 106달러를 넘나드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서울시내 밤거리는 이른 새벽까지 불야성입니다. 시내거리는 왠 종일 밀려든 자동차로 교통체증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말의 고속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사철 탓인지 에너지절약 목소리는 들어볼 수 없습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치곤 에너지문제에 너무 둔감한 엇박자의 한 단면입니다.

이 대통령과 기업인들 간 "휴대전화 핫라인"을 개설한다고 합니다. 언제든지 직접 통화가 가능한 "MB폰"은 대통령과 재계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것입니다. 재계는 일제히 대통령과 기업인의 원활하고 신속한 의사소통으로 기업애로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소, 중견기업현장에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더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충청북도 작은 공단에 입주한 한 중견제조업체의 K사장은 최근 볼멘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민노총의 지원세력을 대동한 불법파업현장에 공권력을 요청했지만 "소가 닭 보듯 하는 경찰"을 원망하며 직장폐쇄를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합니다. 이로 인해 문을 닫을 중소기업이 5개가 넘는다는 하소연입니다.

삼성과 신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핵심에 대한 한 변호사와 정의구현사재단의 폭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그런 일이 없으니 증거를 대라고 합니다.

급기야 청와대 대변인은 "폭로할 경우엔 폭로한 사람이 증거를 대라"는 말을 하고 있고 폭로한 쪽에서는 "피 묻은 칼과 이를 본 증인이 있을 경우 증인을 우선하는 법도 모르느냐"며 반박합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해외시장에서의 삼성의 경쟁력은 어떻게 되며 이로 인한 정국혼란은 어떻게 되느냐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 언급했습니다만 이 대통령은 잠이 없는 새벽 대통령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국정의 모든 부문에 변화의 속도를 내라고 채찍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국민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국민이 없는 정치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지금 그들은 경제에 관심이 없습니다. 누가 공천에 탈락하고, 누가 공천을 받느냐, 또 그 사람이 어느 계파에 소속되어 있느냐 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경제가 망가지면 정치도 없을 텐데 "눈앞의 자기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김장수 전 국방부장관이 퇴임직전 군 수뇌부에게 올해 전반기에 북한이 서해 쪽에서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그의 경고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북한의 제한적 도발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이 말 한마디에 시중에 사재기나 증시폭락 등의 현상이 없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국민의식이 과거와는 달리 한 단계 성숙한 측면으로 다행스런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군이나 국민의 안보의식이 과거와는 달리 해이해져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필립 잠바르도 교수가 흥미 있는 실험을 했습니다. 뉴욕의 허름한 뒷골목 비슷한 자동차 두 대를 세워 놓았습니다. 한대는 보닛만 열어놓고 다른 한대는 고의적으로 창문을 조금 깬 채로 놓아두었습니다. 1주일 후 두 자동차에는 엄청나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보닛만 열어둔 차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유리창을 깬 채로 놓아둔 자동차에는 배터리가 없어지고 타이어도 사라졌습니다. 낙서와 오물 투기로 인해 며칠 만에 완전히 고철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깨진 유리창 한 장을 방치했더니 사람들이 버려진 건물인줄 알고 쓰레기를 마구 버리더라는 실험결과도 있습니다. 사소한 실수가 앞날을 뒤흔들 수도 있습니다. 당장 별 일 같지 않은 엇박자 상태가 미래의 경쟁력을 송두리째 갉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깨진 유리창의 법칙"입니다. 5가지의 엇박자는 우리 사회의 "깨진 유리창"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국회의원 출마준비 하는 정치인들 이번 주말에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읽으며 자신의 미래, 국가의 미래를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고추농사, 마늘농사 번갈아 하다가 자살한 농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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