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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부족 "이러다 아파트 공사현장 다 멈출라!"

최종수정 2008.03.07 11:00 기사입력 2008.03.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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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보다 수급이 문제..웃돈에도 울며겨자먹기

철근 부족으로 건설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4월 착공해 공사중인 서울 고덕1단지 재건축 현장에서는 최근 철근이 부족해 일부 구간의 공사를 멈추기도 했다. 이 현장에서는 지상 20층 높이의 아파트 1142가구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지난달 골조 공사의 필수자재인 철근이 모자라 몇 일간 일손을 놓아야만 했다.

중단일수가 짧긴 했지만 요즘 같아선 죽을 맛이다. 이 회사는 연간 20만t 이상의 철근을 사용하는 '빅 바이어'다. 구매력을 가진 대형 건설업체도 피해갈 수 없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루 이틀씩 중소형 건설업체의 공사가 중단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며 "최악의 경우 같은 회사의 다른 현장에서 철근을 빌려다 쓰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다른 회사라하더라도 옆 현장 빌려오곤 한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의 경우 공사 중단 사례가 드물지만 용도에 따라 달리 쓰이는 특정 규격의 재고가 급격히 떨어질 경우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 가격보다 수급이 더 문제 = 천정부지로 치솟는 철근 가격도 문제지만 공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것은 더욱 큰 문제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조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구매담당자들은 입이 바싹 마를 지경이다.

철근 부족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막상 속내를 보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공사 중단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너나 할 것 없이 가격뿐 아니라 수급자체가 어려워 공사를 조절한 것은 사실이나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에서도 "소규모 업체는 몰라도 우리처럼 큰 업체는 철근을 미리 확보해 놓고 있다"며 "선발주 형태로 계약이 완료됐기 때문에 철강업체에서 철근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는 노하우만 61년"이라며 "철근이 부족할 경우 공정을 늦춰 하루 소화물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공기를 조절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간 1000만t 이상을 생산해 공급하는 철강업체(제강사) 전체 재고가 이달 초 10만t 이하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요즘 같은 상황에서 노하우가 통할리 만무하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윗선에서 최대한 재고를 확보하라는 지시가 내려 오지만 대형업체도 웃돈을 주고 사는 판"이라며 최근 분위기를 일러줬다.

대형 건설업체를 비롯해 중소형 업체에 이르기까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철근 부족으로 애를 먹어왔다. 일부 중소형 건설업체에서는 가격은 불문하고 물량만 안정적으로 공급해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제강사 대리점에서는 웃돈 요구까지도 서슴치 않고 있는 정도다.

◇ 분양가 상한제 피해 착공 늘어 = 최악의 수급난을 불러일으킨 가장 큰 원인으로 건설업계와 철강업계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분양가 상한제에 앞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착공 물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특히 지난해 하반기 착공 현장이 많은 건설업체의 철근 부족이 극심한 상황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말까지 GS건설은 모두 20개 곳에 2만100가구의 공사를 착공했다. 도급순위 기준 7대 건설사 중에서 가장 많은 물량이다. 대우건설도 12개 곳에서 7406가구를 짓고 있다. 마찬가지 상황인 금호건설과 경남기업도 철근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이후에는 동천 레미안 단 한곳에서 2393가구만 공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도 4곳 2560가구를 짓는 공사만 착수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수급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착공 물량이 많지 않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밀어내기 분양이 늘면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분양아파트는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4.5배나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수도권에서 일반분양 아파트는 총 4만837가구에 달했다. 전년 같은기간에는 8783가구에 불과했다.

◇ 철근가격 인상 건설-철강업계 줄다리기 = 철근가격 인상을 놓고 건설업계와 철강업계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46만6000원(10mm 현금 기준)하던 철근이 올해 3월에는 74만1000원으로 올랐다.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27만5000원(37.1%)이나 폭등한 것이다. 특히 올 들어서는 매월 가격이 올라 3개월 동안 11만원이나 상승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제강사에 가격인상 자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먹혀들지 않고 있다.

아파트 3.3㎡당 공사에 사용되는 철근은 290∼320kg이다. 건설업계에서는 1조원 매출 기준 1년 사이 100억원 이상의 원가부담이 늘었다고 주장한다.

한편 국내 최대 철근 생산업체인 현대제철은 "철스크랩 가격 급등으로 가격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오히려 자체적인 원가절감 노력으로 원가인상분을 흡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철근 대리점 및 철스크랩 업체의 매점매석, 사재기 단속과 제조업체 재고 최소화, 수출물량의 내수 전환 등을 통해 건설업체 물량을 늘리고 있다"며 건설업계 요구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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