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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완 기획처 장관 이임사 전문

최종수정 2008.02.04 17:00 기사입력 2008.02.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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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산처를 떠나며>

사랑하는 기획예산처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의 선배로서,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지내온 세월을 뒤로 하고 이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자리에 섰습니다.

세월의 흐름을 까마귀의 비상과 토끼의 질주에 빗대어 오비토주(烏飛兎走)라고 합니다.

아직도 초임 사무관 시절의 기억이 또렷한데 벌써 공직을 떠나는 인사를 할 시간이 다가온 것을 보니 역시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나 봅니다.

저는 사실상 3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원, 그리고 이곳 기획예산처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저의 공직생활을 돌이켜 보면 때로는 큰 보람 속에, 때로는 아쉬움과 안타까움 속에 많은 일을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패기 넘치던 젊은 시절, 공직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을 시작으로 우수한 선배들의 가르침 속에서
재정과 관련된 전문성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전 분야를 아우르는 폭넓은 시야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또한 항상 최고의 인재들과 선후배, 동료로 함께 일하면서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던 것을 떠올리면 무한한 자긍심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기획예산처에서 몸담은 지난 10년은 공직자로서 혼신의 노력과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기획예산처에서 지난 10년간 함께 해 왔던 일들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 기획예산처는 지난 10년간 실로 많은 일들을 해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외환위기 극복 과정입니다.

당시 우리 경제는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나고 환율은 2000원 가까이 치솟았으며, 성장이 마이너스로 뒷걸음치는 등 매우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출범한 기획예산처는 공적자금의 긴급 투입을 통해 금융시스템의 정상화를 유도하는 한편,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경제의 체질과 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에 적극 동참하였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2000년), 4대 보험의 전국민 확대(1998~2000년) 등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고, 중소ㆍ벤처 기업 육성,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재정역량을 집중하였습니다.

'경제의 최종 안전판'으로서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 결과,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불어넣을 수 있었던 일은 매우 보람 있었던 일로 기억됩니다.

그 다음으로 생각나는 일은 기획예산처가 단순한 예산배분 기능을 넘어 국가전략기획본부로서 위상을 확립한 일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소득분배 악화와 성장률 둔화가 지속되고 인구구조가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해 변화하는 등 장기ㆍ구조적인 미래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우리 경제ㆍ사회의 큰 변화 흐름을 장기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최적의 재정전략을 마련하여 재정운용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였습니다.

한 세대를 내다보는 장기 비전인「비전 2030」을 통해 '동반성장 패러다임'을 국가발전전략으로 제시하고,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분야별 재원배분 및 제도개선 방향을 구체화하였습니다.

몸이 자라면 옷을 바꿔 입는 것과 같이, 재정운용의 선진화에 맞추어 재정운용시스템도 근본적으로 변화하였습니다.

국가재정운용계획, Top-down 편성, 성과관리제도, 디지털예산ㆍ회계시스템 구축 등 4대 재정개혁을 추진하였으며, 기금관리 강화(2001년), 균형발전특별회계 신설(2005년), BTL 등 새로운 민간투자제도 도입(2005년), 예산낭비대응시스템 구축(2005년) 등 다양한 선진적인 재정운용시스템을 매우 짧은 기간에 도입하여 정착시켰습니다.

이러한 제도 개선에 발맞추어 45년간 운영하였던 예산회계법을 대신하여 국가재정법을 제정(2006년)하였습니다.

우리 기획예산처가 한 일 가운데 공공기관 관리체계를 강화한 일 또한 빠뜨릴 수 없습니다.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2006년)을 통해 그 동안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로 지적을 받아온 공공기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그 동안의 노력으로 공공기관들에 고객과 성과 위주의 경영이 확산되고 소외계층 지원, 지역발전 등 사회 공헌활동에 공공기관이 앞장서게 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많은 일들을 해냈습니다만, 저 혼자로서는 이러한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기획예산처 가족 한분 한분이 마음과 힘을 모아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우리 기획예산처 가족들에게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우리 기획예산처 직원 여러분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조직과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미국의 OMB 못지않은 Best Work Place를 구현하고자 하였습니다.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연찬회와 동아리를 활성화하고, 가정의 날ㆍ희망 휴가제를 도입하는 등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목표로 삼았던 Best Workplace가 되기까지는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아쉽지만 제가 못 다한 일들은 여러분들의 숙제로 남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지난 10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 우리 앞에는 또다른 변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기획예산처라는 이름으로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만, 이제 우리는 기획재정부라는 이름아래 새로운 업무 환경에서 일하게 될 것입니다.

10년 만의 조직 개편을 맞이하여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변화만큼 두려운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낯선 길을 새롭게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기회를 통하여 발전할 수 있습니다. '위기'와 '기회'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길을 가다가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 하고,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 한다.'고 한 영국의 철학자 칼라일의 말처럼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위기가 되기도, 기회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의 변화가 여러분에게 분명히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 처 직원들은 업무수행능력이나 조직문화 측면에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그러할 것입니다.

우리는 국정 전반에 걸친 기획ㆍ조정 업무를 통해 국가정책에 대한 폭넓은 안목을 길러왔습니다.

나라살림을 운영하고 공공기관을 관리하면서 국가정책의 중장기적 흐름을 꿰뚫는 능력과 균형감각을 길러왔습니다.

또한 우리 처 직원들은 열린 조직문화 속에서 각계 각층 관계자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몸에 익혔고, 활발한 능력개발을 통해 폭넓은 교양과 시각을 갖추어 왔습니다.

이러한 우리처의 경쟁력에 비추어볼 때, 이번 개편은 보다 넓은 업무영역에서 능력과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광대한 기회의 장이 열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조직에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맡은바 소임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더 나아가 우리 기획예산처가 조직혁신 선도 부처로서 가지고 있었던 열린 조직문화를 새로운 조직에서도 주도적으로 전파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이제 공직을 떠나면서 선배로서 여러분께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창조적인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과거에 우리는 남들이 창조한 것을 가져다가 낮은 비용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했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우리와 유사한 경험을 가진 모방의 대상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오히려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창의성만이 해답이라고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하여 창의성을 키워 나가시길 바랍니다. 끊임없는 노력과 창의적인 시각으로 우리 앞에 놓여있는 문제에 접근한다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루어 내는 동시에 자기 자신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간부들도 직원들이 '일과 가족과 삶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최고의 직장에서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로, 국민의 입장을 고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로 수요자 중심의 사고를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공무원이 甲 중의 甲이라는 결과가 나온바 있습니다. 이것이 국민들의 생각입니다.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는 무엇이 옳은가?'를 먼저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공무원 생활을 하다보면 규정에 얽매이기 쉽습니다.
업무 특성상 유연한 사고보다는 위험기피적인 태도를 취하기 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차가운 머리'와 동시에 '뜨거운 가슴'을 가져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여야 합니다.

이 두 가지는 어렵지만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국민에게 편안한 정부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입니다.

셋째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처는 업무특성상 의사결정권한이 직원 여러분 개개인에게 주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여러분에게 누구도 쉽게 누릴 수 없는 특권을 부여함과 동시에 커다란 책임을 수반하는 의무를 지우는 것이기도 합니다.

역시 '내가 최후의 보루'이고 '내가 장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도록 당부 드립니다.

그것만이 책임 있는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30 여년의 공직생활을 통하여 체득한 성공적인 정책을 수행하는 기본이며 핵심입니다.

임기 동안 저는 산적해있는 수많은 업무 속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니 저는 제 삶의 일부인 기획예산처를 성장시키는 기쁨과 제 이상을 실현하는 기회를 갖게 된 데 무한히 감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를 생각하면 더 큰 희망에 설렙니다.

후생가외라는 공자님 말씀이 딱 들어맞는 후배들이 이렇게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후배들이 우리 기획예산처를 더욱 성장시켜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든 이곳에 젊고 유능한 여러분을 두고 가니 안심이 됩니다.

한 식구로 지내온 여러분에게 작별을 고하는 지금 아쉬운 마음이 한이 없습니다.

비록 저는 이곳을 떠나지만 우리 처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몸은 이곳을 떠나더라도 마음만은 그간 고락을 함께한 여러분과 늘 함께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기획예산처 직원여러분, 그동안 부족한 저를 도와주시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앞으로 어느 곳에 있던 서로 좋은 기억과 인연으로 남아있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가정에 평화와 기쁨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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