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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우리가 본 받을만한가?(두바이통신)

최종수정 2008.02.04 10:29 기사입력 2008.02.0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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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강조하는 '포스트모던 전략'으로 환상만 심어줘

인구 145만 명의 '작은' 왕정국가 두바이!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두바이가 한국이 모델로 삼을 만한 국가 중 2위(1위는 일본)를 차지했다. 두바이는 한국인들에게 뭔가 환상적인 곳이고 상상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낙원 같은 곳으로 비친다.

높은 경제성장을 과거의 기억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환상적으로 묘사된' 두바이가 '창조적 리더십'과 '대외개방'이라는 시대정신을 갖춘 성공적인 발전모델로 다가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상 두바이에 살다보면 한국에서 가졌던 생각과는 참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두바이는 이상적인 곳일까?

◆"가진 것 별로 없는 두바이"=두바이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결코 두바이를 선진국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문화적인 전통이나 유구한 역사, 잘 갖춰진 사회제도 그 어느 것도 두바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두바이에는 서구식 개념의 민주주의도 없고 인권도 없다. 부시 미국대통령이 온다고 전날 저녁 갑자기 임시공휴일을 선포해도 아무런 반대의견이 없다. 이를 두고 두바이에 사는 한 한국인은 "'닥치고 가만있어!'라는 게 두바이 지도자들의 방침"이라고 비꼬았다.

게다가 두바이는 20%의 자국민과 80%의 외국인으로 구성된 철저한 20대 80사회다. 두바이 사람들은 두바이가 국적에 따라 또는 소득에 따라 사람이 차별되는 곳이라는데 대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두바이를 비판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두바이는 스스로 '민주주의 국가'이나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 등의 가치를 표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바이도 스스로를 '두바이 주식회사(Dubai Inc.)' 정도로만 이해해 달라고 주문한다.

◆"두개의 바퀴 관광과 부동산, 그리고 외국자본"=그렇다면 유구한 전통과 역사, 민주주의와 인권 그 어는 것도 없는 두바이가 세계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환상적인 미래를 보여주며 끊임없이 사람들과 돈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두바이를 이끄는 두 개의 바퀴는 관광과 부동산이라고들 말한다. 두바이는 연간 GDP(2006년 430억 달러)의 수십 배가 넘는 막대한 자금을 관광과 부동산 프로젝트에 쏟아 붓고 있다.

석유가 그다지 나지 않는 두바이에서 그 많은 돈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해외로부터 엄청난 자금이 흘러들기 때문이다. 사우디와 아부다비 등 이웃 산유국들은 물론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정세가 불안한 여러 국가들로부터 두바이로 그야말로 다양한 이유로 자금이 흘러든다.

◆"빅 두바이 스토리로 '황금모래' 만든 두바이"=그러나 이런 자금들은 두바이에서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두바이가 생각해 낸 것이 황량한 사막의 모래를 '황금모래'로 만드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청사진을 내걸고 관광과 부동산을 개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바이에 대한 환상적인 신화를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몰려와 관광도 되고 부동산도 되기 때문이다.

두바이가 동원하는 가장 핵심적인 논리는 지금은 작은 두바이가 조만간 '큰 두바이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빅 두바이 스토리)다. 2007년 70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인 두바이가 2015년까지 1억90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항시설을 갖춘다는 데는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 없다.

두바이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는 이유도 내집마련이라기 보다는 높은 임대료를 피하거나 임대수익과 함께 시세차익을 노리는 데 있다. 두바이에 계속 살겠다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외국인의 대부분이 돈만 벌면 두바이를 떠나겠다는 뜨내기들이기 때문이다.

두바이 부동산 값이 곧 터질 거품이라는 경고가 나오면 재빨리 '두바이에서 그런 일은 결코 없다'는 주장이 반드시 뒤따라 나온다. 대개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부동산에 대한 공급부족 현상이 앞으로 몇 년간은 지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두바이의 '포스트모던 전략'=그래서 두바이는 바로 '포스트모던 전략'을 선택했다. 공식적으로 말하는 '산업다각화 전략'도 아니고 '산업클러스터 전략'도 아니다.

두바이는 르네상스도 신대륙의 발견도 상공업의 발달도 산업혁명도 시민혁명도 과학의 발달도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제는 석유도 없지 않은가? 두바이는 역사적 맥락을 따라 서구의 발전모델을 답보해서는 결코 서구 선진국이나 아시아의 경제강국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실제로 두바이에서는 '실체'보다 '이미지'가 중요하다. 세계 최고의 빌딩들과 다양한 인공섬 프로젝트, 그리고 세계의 불가사의는 다 모아 놓은 두바이랜드 등등 모두가 하나의 '상징'이고 '이미지'다. 두바이는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세계의 볼 만한 것들을 모두 꿈꾸고 있다. 그것들의 이미테이션으로.

당연히 두바이에서는 꿈같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끊임없이 만들어 지고 재생산되어야 한다. 두바이에서는 이것이 산업이면 산업이고 전략이면 전략이다. 오죽하면 두바이 국영개발업체 나킬이 앞으로 매달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하겠다고 말하겠는가?

확실히 두바이는 자신의 담론을 지배하고 있다. 400쪽이 넘는 일간 걸프뉴스의 절반인 200쪽이 부동산 광고라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면 이해가 된다. 그러다 보니 이제 두바이는 실체는 없고 이미지만 남아 있다. 두바이가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팔다보니 그 이미지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현실이 된다. 적어도 그 연결고리를 끊는 사건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두바이가 요즘 긴장하는 까닭"=그런데 요즘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도움이 안된다. 자꾸 금리를 낮추면 어쩌라는 건가? 두바이보고는 죽으라는 소리다. 달러페그제를 유지하고 있는 두바이에서 금리를 따라 낮추면 물가는 끊임없이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건설자재 값이 폭등해 두바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4000억 달러 정도의 총 프로젝트 중 약 40%인 1600억 달러 정도가 공사를 일시적으로 멈췄다는 보도가 나왔다. 외국인들도 이제 더 이상 물가가 오르면 두바이를 떠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게다가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중동의 자금이 더 높은 수익을 찾아 서방세계로 빠져나가면서 두바이로 흘러드는 자금도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두바이는 오늘=어쨌든 두바이의 꿈은 두바이 사람들은 물론 세상 사람들이 믿어주기만 한다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오늘도 '두바이쇼핑페스티발(DSF)이다' '두바이데저트클래식이다' 하면서 각국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두바이는 철철 넘쳐났다.

'포스트모던'한 두바이에 사는 한국 아줌마들은 당연히 오늘도 명품쇼핑에 열을 올렸을 것이다. 두바이에선 뭐든 그럴 듯한 것을 걸치고 다녀야 사람대접 받기 때문이다.

덕분에 두바이에 사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철저히 분절돼 있다. 나킬이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공동체(community)'를 만들겠다는 것은 참으로 기특하고 눈치 빠른 생각이다. 그러나 이 또한 상징과 이미지로 승부하는 두바이의 '아슬아슬한 포스트모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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