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인수위, 통신요금 인하 업계에 떠넘겼다"

최종수정 2008.02.04 06:03 기사입력 2008.02.04 00:11

댓글쓰기

가격인하 유도 실패, 시민단체 비난

통신요금 인하의 공은 결국 통신업계에 떠넘겨졌다.

통신요금 20% 인하를 공략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가 업계의 반대에 부딪쳐 발을 뺀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인수위는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통신요금인하방안 발표를 새정부 출범 이후로 연기한다고 3일 밝혔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현실적으로 일부 업체들이 호응하지 않는데 가입료와 기본료를 손 댈 방법이 없다”는 이유를 밝혔다. 업계 반대로 통신서비스요금 인하와 관련, 가입비와 기본료 등 요금체계를 현행대로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인수위는 당장이라도 통신요금을 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인위적인 요금인하 강제가 친기업 정책을 추구하겠다는 신정부의 기조에 반한다는 비난이 일자 인수위는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업계의 이익과 소비자의 권익 증진 사이에서 묘안을 찾기 위해 고민을 해봤으나 이번 인수위는 결국 해답을 찾지 못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 대변인은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진입 규제완화 등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피부에 효과가 와 닿을 수 있는 요금인하안을 마련해 새 정부에 넘기려고 한다”면서 “효과는 향후 1~2년 안에 충분히 (지금보다 인하폭이) 20% 넘는 선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가입비와 기본료 등의 요금체계를 직접 건드리는 대신 6월 3세대(3G) 단말기에 대한 잠금장치(USIM Lock) 해제(6월), 9월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이동전화 재판매(MVNO) 제도 도입(이상 9월) 등 사업자간 경쟁촉진을 위한 간접적이고 점진적인 가격 인하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3월말 보조금 규제 일몰에 따른 통신시장 과열 및 혼탁을 막기위해 4월부터 가입자가 일정기간 통신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의무약정제도’를 재도입한다.

하지만 이들 내용은 이미 지난해 정보통신부가 통신규제완화 로드맵을 통해 밝힌 것으로 시기만 앞당겨졌을 뿐이다. 빠르면 오는 하반기 이후 통신요금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일 뿐 당장 요금인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인수위는 요금 인하 방안을 연기하는 대신 업계에서 인하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KT는 4일 요금 인하 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SK텔레콤은 당초 밝힌 대로 현행 50%인 망내 통화 할인폭을 가입기간에 따라 70%까지 확대하고, 지난해 1월 30% 인하한 무선 인터넷 요금도 10% 안팎에서 추가로 내리는 요금 인하를 이날 오전 발표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또 통화료의 5~10%를 할인해주던 장기가입자 할인을 확대하는 방안과 가족간 통화시 통화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TU미디어와 함께 내놓았던 결합상품의 할인폭도 20%로 확대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2년 이상 자사 가입자의 경우 망내 통화 할인을 70%까지 받을 수 있어 월 200분 사용자를 기준으로 한달에 2500원을 추가로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도 시내전화를 초고속인터넷, KTF 이동전화, 메가TV,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등과 묶은 결합상품을 4일 발표할 예정이다.

KT는 시내전화를 포함해 2가지, 3가지, 4가지 서비스를 묶은 DPS(더블플레이서비스), TPS(트리플플레이서비스), QPS(쿼드러플플레이서비스) 등 다양한 결합상품을 출시하기로 하고 최근 정통부와 협의를 마쳤다.

KT는 시내전화의 경우 연간 매출이 5조원 가량으로 이를 포함한 결합상품을 출시할 경우 할인에 따른 수천억원의 매출 하락을 우려해 결합상품 구성에서 제외했었다.

또 정부가 시내전화 시장 점유율 90%인 KT가 이를 자사의 결합상품에 포함시킬 경우 과도한 시장지배력 방지를 위해 경쟁사에도 동등 접근권을 의무화할 것이라는 점도 선뜻 결합상품 출시에 나서지 못한 이유였다.

KT는 인수위가 오는 9월부터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이동전화 재판매(MVNO)를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시내전화 결합상품 출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LG텔레콤은 다음달 리비전 A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무선인터넷 요금을 대폭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가입비 폐지와 기본료 인하 등 직접적인 요금체계 변경을 요구해온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은 인수위 방침이나 업계의 자발적 인하안 모두 애초 약속했던 ‘20% 인하’ 약속에는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인수위의 요금 정책도 결국 국민의 이익보다 업계의 의견을 더 인정한 셈이라 요금인하 효과는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 “허황된 공약으로 국민들에게 실망감만 줬다”고 말했다.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