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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제갈량의 눈물, 링컨의 눈물

최종수정 2020.02.12 13:13 기사입력 2008.01.1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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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힘은 매우 큽니다. 병을 고쳐주기도 하고 권위에 도전하는 오만함을 잠재우는 힘도 지니고 있습니다. 평소 울보로 불리던 처칠은 감정이 북받쳐 오를 때면 눈물을 흘려 감성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제갈량은 사사로운 정보다는 군율을 중시하며 평소 아끼던 마속을 처형한 후 마룻바닥에 엎드려 슬프게 울었다고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는 눈물광고를 통해 표심을 얻은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안질로 고생하는 왕이 있었습니다.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했지만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사람이 찾아와 왕의 눈병을 고치겠다고 나섰습니다. 왕은 그를 따라 궁궐 밖으로 나가 백성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왕이 생각했던 것보다 백성들의 삶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그때 슬픈 통곡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곳을 찾아가 보니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 단칸방에 누더기를 걸친 시체 옆에 어린 자식 셋이 통곡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참한 모습을 보며 왕도 눈물이 나와 통곡을 했습니다. 얼마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왕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눈의 통증이 없어지고 눈병이 나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링컨은 처음으로 상원의원들 앞에서 취임연설을 했습니다. 그때 거만해 보이는 한 상원의원이 일어나 조롱하듯이 말했습니다.

“당신이 대통령이 되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아버지가 구두 수선공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가끔 당신의 아버지가 우리 집에 신발을 만들기 위해 찾아왔고 지금 내가신고 있는 구두도 바로 당신의 아버지가 만든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런 형편없는 신분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아마 미국 역사에 없을 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킥킥거리며 웃는 소리들이 들렸습니다. 링컨은 눈을 감고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잠시 의사당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링컨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잠시 후 링컨은 상원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의원님. 한동안 잊고 지냈던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게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제 아버지는 완벽한 솜씨를 가지신 구두 수선공이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솜씨를 따라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아버지의 실력을 능가 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아들이고 지금도 아버지를 존경합니다”

처칠은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지나서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2002년 BBC방송국이 실시한 ‘위대한 영국인’ 투표에서 1위에 올랐고 그의 전기만 해도 650종이 출간될 정도로 영국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처칠은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지만 실패한 정치인이자 폭력을 선호하는 전쟁광이었습니다. 명 연설가이자 재담꾼이지만 언제나 술과 담배에 절어 있었습니다. 특히 그는 감정이 북받쳐 오를 때면 눈물을 흘리는 울보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감정이 풍부하고 눈물이 많은 지도자였다는 것입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동안 눈물로 보내는 날이 많았고 국민들 앞에서 감상적으로 되는 것을 꺼리지 않았습니다. 굳이 전문용어로 따지면 감성리더십을 가진 리더인 셈입니다.

중국 삼국시대 제갈량은 아끼던 마속이 군율을 어기자 참형에 처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주위에서 마속 같은 유능한 장수를 잃는 것은 나라의 손실이라고 설득했지만 제갈량은 듣지 않았습니다.

“마속은 정말 아까운 장수요. 하지만 사사로운 정에 끌리어 군율을 저버리는 것은 마속이 지은 죄보다 더 큰 죄가 되는 것이오. 아끼는 사람일수록 가차 없이 처단해 대의를 바로잡지 않으면 나라의 기강은 무너지는 법이오”

마속이 형장으로 끌려가자 제갈량은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룻바닥에 엎드려서 울었다고 합니다. 제갈량의 눈물은 泣斬馬謖(읍참마속)이라는 고사성어를 만들어냈습니다.

미국 뉴햄프셔 주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열세를 뒤엎고 오바마의 돌풍을 잠재웠습니다. 언론들은 힐러리의 눈물이 역전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힐러리는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세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그들과 연결돼 있음을 느낀다. 눈물을 흘린 그 순간이 말해주는 것은 우리 정치인도 역시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눈물을 흘린 배경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부인에 이어 남편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도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부인이 뉴햄프셔에서 대역전극을 연출하자 “아내가 너무 자랑스럽다”면서 눈가의 눈물을 훔쳐냈다고 합니다.

그는 대통령 재임시절인 1995년 연방청사 건물에 폭탄테러가 터진 오클라호마를 찾아가 눈물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당시 클린턴은 공화당이 40여년 만에 의회를 장악한 ‘킹리치 혁명’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었는데 이 눈물이 그의 정치적 운명을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국민의 고통을 대통령이 공감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눈물광고로 톡톡히 재미를 봤습니다. 미국가수 존 레넌의 ‘이매진’이 흐르는 가운데 노대통령의 볼을 주르르 타고 내리는 눈물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이렇듯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의 눈물’이라는 광고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눈물광고는 유권자들의 감성을 사로잡았던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해 대선에서 할머니를 껴않은 채 눈물을 글썽이며 경제를 살리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우기려고 하면 외면하고 설득하려고 하면 기분이 나쁜 똑똑한 사람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입니다. 진지한 눈물 한 방울로 풀고 가야 할 매듭이 없는지 확인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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