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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20년을 잃어버린 정권?

최종수정 2008.01.14 08:11 기사입력 2008.01.1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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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기술이 20~30년 전으로 후퇴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과학기술부를 '해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데 대한 과학기술계의 반응은 차라리 절규에 가까웠다.

과기부 업무를 산업자원부와 교육인적자원부에 분산시키겠다는 인수위 안은 과학강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그들의 항변에는 충격과 절박함이 절절히 배어났다.

과기부의 해체가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지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출연연구소발전협의회, 한국원자력연구원노동조합 등 각계 단체는 잇달아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원로인 서남표 KAIST 총장도 인수위 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과학기술계의 이같은 대응을 '밥그릇 챙기기'라고 폄하할 수만은 없는 것은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의 열쇠가 바로 '과학기술'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 안대로 과기부 기능을 산자부와 교육부로 산산조각낸다면 과학기술은 산업과 교육 논리에 휘둘려 우주개발, 신에너지개발, 나노기술 등 오랜 연구기간과 많은 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OECD도 과기부와 산자부 또는 교육부 통합은 어느 한 부문의 위축을 가져오고 주도권 싸움으로 필히 실패할 것이라고 진단했던 것이다.

과기부는 1967년 과학기술처로 발족한 이래 40년간 대한민국 과학기술 선진화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2007년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과학경쟁력 7위, 기술경쟁력 6위, WEF 평가에서는 과학기술경쟁력 7위라는 뜻깊은 결실을 거뒀던 것은 과학강국을 향한 과학계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과학기술은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이 전략을 갈고 닦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미래비전을 갖춘 전문기관이 책임감을 갖고 장기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우직하게 끌고나가야 한다는 것이 과학기술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인수위는 실용성을 강조하지만, 과학기술은 경제성이나 효율성만으로 논할 수 없는 전문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분야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장기적인 연구개발과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선진국 진입은 요원할 뿐이다.

'실용'이라는 구호에 갇혀 과학강국의 근간을 절단내는 것은 아닌지 인수위측에 묻고 싶다.

한국 과학기술이 20년 전으로 후퇴할 것이라는 과학계의 우려는 괜한 엄살이 아니다.

이명박 당선인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고 외치지만 훗날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을 "과학기술 20년을 잃어버린 정권"으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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