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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올림픽 앞두고 노점상 일제 퇴출-인권탄압 논란

최종수정 2008.01.14 09:23 기사입력 2008.01.1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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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베이징(北京) 번화가 왕푸징(王附井)의 한 백화점. 8살 난 아들과 함께 쇼핑 나온 장(張)모씨 부부가 순금 올림픽 마스코트를 이리저리 살폈다. 장씨는 아들에게 줄 생일선물을 고르는 중이다. 마스코트의 가격은 2000위안(약 24만 원)대.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장씨는 그 돈이 아깝지 않다. 장씨는 "이 선물로 올림픽과 아들 생일을 한꺼번에 기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 쇼핑가인 시단(西單)의 한 모퉁이. 섭씨 영하 5도를 오르내리는 쌀쌀한 추위에 외투도 걸치지 않은 한 중년의 사내가 초췌한 모습으로 쪼그리고 앉아 있다. 그의 손에는 얼어붙은 식빵 한조각이 쥐어져 있었다. 등 뒤 담벼락에 앙징스러운 모습의 올림픽 마스코트 그림과 함께 커다랗게 쓰여진 '하나의 꿈, 하나의 세계'라는 올핌픽 구호가 퍽이나 대조적으로 다가왔다.

'100년만에 이뤄지는 꿈'이라는 베이징 올림픽이 오는 8월로 다가왔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리그'다. 거지나 노숙자는 말할 것도 없고 노점상과 잡상인, 심지어는 전통의 인력거꾼까지도 언제 단속에 걸려 그나마 유지해온 삶의 터전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견뎌야 할 운명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시는 도심의 미관과 이미지를 해치는 이른바 '5대 문제거리 추방'을 새해 벽두의 가장 우선적인 사업으로 정하고 단속에 나섰다. 베이징시는 이를 위해 최근 텐안먼(天安門)광장 부근 군사박물관 앞에서 '질서유지 연합소조' 발대식까지 가졌다. 단속 구간은 동쪽으로는 궈마오차오(國貿橋)에서 서쪽으로는 신싱차오(新興橋)에 이르는 길이 42㎞의 창안제(長安街) 부근이다.

그 '덕택'에 쯔진청(紫禁城)앞과 톈안먼 광장 부근에는 평소 북적대던 잡상인과 삐끼, 장애인이나 무의탁노인 등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텐안먼 광장에서 관광객들의 사진을 찍어주던 사진사들, 베이징 관광 지도를 판매하던 사람들, 쯔진청 입구에서 음료를 팔던 사람들, 쯔진청 주변을 편하게 관광할 수 있다며 끈덕지게 들러붙던 인력거꾼, 텐안먼에서 쯔진청으로 건너가는 지하도의 걸인들까지 언제 그곳에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가 됐다. 적발된 사람들은 특별보호센터에 입소된 뒤 무료 교통편으로 강제 귀향 조치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미관을 해친다는 미명 아래 행해지는 당국의 단속과 강제적 귀향 조치는 인권 시비를 불러왔다. '사람 있고 올림픽 있지, 올림픽 있고 사람 있느냐'는 비난도 쏟아진다. 온라인 상에는 이에 대한 찬반 양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2006년 9월 베이징시 당국이 100만명의 농민공(農民工)을 권고 귀향조치를 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신경보(新京報) 등 일부 신문들이 올림픽 입법 소식을 전하면서 "베이징시내 유동인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건설직 농민공에 대해서는 시 건설위원회와 협조해 올림픽 기간 중 귀향토록 권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식이 전해진 후 블로그 등에서는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올림픽 경기장의 지붕이 완성됐을 때 그것이 건설되기까지 피땀흘려 일했던 농민공들은 환호를 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그들을 귀향시킨다는 건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들끓는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베이징시 당국은 언론 보도가 근거없는 것이라며 급히 해명에 나섰었다.

그리고 지금 베이징시는 다시 '올림픽 불청객'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제3자의 강요에 의한 구걸행위를 차단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명분까지 내세워 인권침해라는 논란에 반박하고 있다. 제도의 시행이 모든 구성원을 100% 만족시킬 수 없으며 따라서 다소의 갈등과 마찰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다.

올림픽 개최라는 한쪽의 들뜬 분위기에 가려 반대쪽으로 길게 드리워진 그늘 밑에서 힘 없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한숨 소리는 더욱 깊어만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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